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 주식투자에서 상식으로 성공하는 법, 완전개정판
피터 린치.존 로스차일드 지음, 이건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을 위하여] 


마젤란펀드를 운영하면서 장기간 시장지수를 이겨온 피터 린치는 피델리티 뿐만 아니라 주식투자 업계 전반의 유명인사다. 주식을 정말 사랑했다고 하는데 - 수 천개 주가 코드를 외우고 다녔다고 하니까 뭐 - 그의 주식 사랑은 그를 거쳐간 종목이 1000 종목을 넘어간다는 이야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피터린치의 주식 사랑은 그의 책을 사는 독자들에게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사례가 미친듯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주식을 한번씩을 투자해봤으니 경험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 경험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는 책이 바로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이라는 책이다. 이전에 <피터린치의 투자이야기>라는 책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피터린치라는 위대한 투자자의 저서는 모두 좋지만, 그래도 약간은 어려울 수 있으니 쉬운 <피터린치의 투자이야기>로 시작하라고 권했다. 만약 그 책을 읽었다면, 이제는 더 미루지 말고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이라는 명저를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한 가지 투자법만을 다룬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투자서적은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정도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 소개한 <주식시장의 보물찾기> 같은 경우 이벤트 투자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고, <경쟁우위전략>은 진입장벽이라는 경쟁우위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고, <경제를 읽는 기술>은 경기순환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이 한 가지 아이디어만 제대로 담아도 우리는 그 책을 좋은 책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피터 린치는 한 권의 책으로 종합적인 주식투자 입문 이야기를 담았다. 가치주만 다룬 것도 아니고, 블루칩이라고 불리는 대량 우량주, 성장주만을 다룬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주식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유형의 주식을 일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분류하고 각 분류에 해당하는 주식에 대해서 전부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책을 구성하면 깊이가 얕기 마련이다. 근데 워낙 경험이 많은 투자자인지라 그렇게 다루고 있는데도 깊이도 얕지가 않다. 그게 정말 이 책의 위대함이다. 


 이 책은 크게 투자 준비, 종목 선정, 장기적 관점 3 부로 나눌 수 있다. - 피터 린치가 그렇게 나눠 놨다. - 전부 유용하다. 정말 경험과 이론이 결합하면 얼마나 강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간단히 소개해보고자 한다. 


 투자 준비 부분에서, 피터린치는 개인투자자의 상대적 우위에 대해서 먼저 논한다. 기관투자자가 직면한 수많은 제약들 - 규모의 문제, 제도의 문제, 경력 관리의 문제 - 등으로 인해서 개인투자자가 기관투자자에 비해서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 우위는 기관투자자의 약점 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의 강점에서도 발생한다. 바로 개인투자자는 투자자인 동시에 기업의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라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보고서 등 금융가에서 기업의 탁월함을 깨닫기 한참 전에 소비자로서 개인투자자들은 탁월한 기업을 목격할 수 있으므로 강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예는 피터린치가 많이 들어 줬으니 우리나라 예를 들자면, 내 중고등학교 시절에 교복은 '노스페이스'라는 등산복 브랜드 였다. 물론 농담이다. 하지만 정말 노스페이스는 교복만큼 많은 학생들이 입고 다녔다. 노스페이스 바람막이부터 패닝점퍼까지 교실 뒤에서 보면 진심으로 노스페이스가 교복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이 노스페이스라는 의류는 영원무역이라는 회사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하고, 국내 유통을 담당한다. 내가 중학교 입학할 때가 2007년도 였는데, 2007년 3월 영원무역 홀딩스 주가가 5,000원 선이었다. 이 주식이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2013년 2월에는 6만 원 대에 이르렀다. 12배 오른 것이다. 10루타 종목이었다. 이정도면 피터린치가 말한 개인투자자의 우위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 아닐까? 

 또한 준비 부문에서 피터 린치는 주식투자가 투자인가? 도박인가?에 대해서도 논한다. 그러면서 절대적인 안전성을 보장하는 주식은 없다고 확언한다. 고로, 어떤 종목을 사느냐가 투자냐 도박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투자하느냐가 결정한다는 견해를 밝힌다. 나도 이런 피터린치의 견해에 동감한다. 결국 과정의 문제이지 대상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가치주 - 난 내 투자법을 스스로 쓰레기통 투자법이라고 부른다. - 를 대상으로 하는 투자도, 요즘 한참 곤혹스러울 메리치의 존 리 대표님처럼 성장주를 대상으로 하는 투자도, 방법에 따라서 도박일수도 투자일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에 대해서 예측하지 말라는 본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곁들인다. 시장을 예측할 방법은 존재하는 것 같다. 매크로 헤지펀드로 큰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긴 하는거 보면 "아예 예측 못해"라고 단언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물론 100% 적중률은 아니겠지만, 분명 50% 보다 높은 확률로 시장을 예측하는 투자자가 존재하긴 한다. 그런데 중요한건 우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초일류 헤지펀드 매니저가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굳이 우리의 영역이 아닌 부분까지 고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피터린치의 시장론에 대해서 동감한다. 사실 이런 피터린치의 관점은 그의 커리어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피터린치는 사모펀드 매니저나 헤지펀드 매니저가 아니다. 공모펀드 매니저이기 때문에 거의 항상 주식 비중을 100% 가까이 유지해야 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 비중을 0~100%까지 아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닌 것이다. 그런 제약 하에서 좋은 투자 실적을 남겼다는 것이 더 신기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종목 선정 부문으로 들어가면, 피터 린치 특유의 강점이 빛을 발한다. 이 아저씨는 도대체 안 사본 주식이 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성공한 사례도 미친 듯이 많고, 실패한 사례도 미친 듯이 많다. - 물론 성공한 사례가 더 크게 성공하거나 더 많기 때문에 그런 트렉 레코드가 남은 것일 것이다. - 그래서 각 장의 내용 하나하나가 정말 값지다. 특히 주식을 저성장, 대형우량주, 경기순환주, 고성장주, 회생주, 자산주로 분류하고 각 분류에 맞는 방법론을 선택하라는 조언을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PER 적용 등에서 흔히 범하는 실수 등에 대해서 꼬집어 주는 등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들 정말 정말 정말 유용하다. 특히 "정말 멋진 완벽한 종목들" 부분이 아주 재미있다. 내가 이해한 바는 "이렇게 벌든 저렇게 벌든 돈 잘벌면서 무관심 속에 방치된 회사가 최고다" 정도의 관점이다. 그야말로 실적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건 내 관점과 동일해서 - 오죽하면 내 스스로 내 투자법을 쓰레기통 투자법이라고 부르겠나 - 읽는 내내 동감도 많이 가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2분 연습, 사실 확인 , 유명한 숫자들 등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론이나 개념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직접 읽어보면 확실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 "최종 점검 목록"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하는 체크리스트는 정말 좋다. 원래 체크리스트를 좋아하는 내 성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난 이 체크리스트 휴대폰으로 찍어서 저장해뒀다. 아주 유용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마지막 장기적 관점 부분은 "가장 어리석고 위험한 열두 가지 생각들"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다. 사실 나도 몇가지 정도는 "이럴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들이 있어서 소름이 돋은 부분이기도 하다. 아주 전형적인 잘못된 생각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전형적이라는 말은 그만큼 뻔하지만 많이들 한다는 소리니까. 지금 이글을 읽는 당신이라고 해서 그 전형적인 착각을 하지말라는 보장은 없으니 꼭 읽어보고 배우길 바란다. 난 "싼 주식"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이때 "싼 주식"이라함은 이른바 "동전주" 등 주식의 절대적 가격 자체가 싼 회사를 의미한다. 사람들에게 투자를 권하면서 이런 회사가 좋아요 라고 하면 꼭 "그건 너무 비싸잖아" 라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때마다 주식의 가격과 회사의 가격은 다른 것이다. 그냥 케익을 몇조각으로 쪼갰냐의 차이다. 라는 식으로 설명하는데 이 부분 사람들이 꼭 많이 봤으면 좋겠다. 500원짜리 동전주나 500만원 짜리 황제주나 - 아직 우리나라에는 500만원짜리는 없을꺼다.- 1000만원 어치 투자하면 똑같이 1000만원 어치 투자되는 것이다. 그냥 그 1000만원이 20,000주로 이루어져있는지 2주로 이루어져있는지의 차이일 뿐이다. 


 아무튼 명저는 정말 언제 읽어도 명저다. 거기에 번역까지 이건 선생님이 하셔서 아주 깔끔하고 글이 막힘이 없다. 요약과 생각 부분에서 내 감상이나 의견은 충분히 써놔서 사실 마지막 정리부분에서 딱히 쓸 말이 없는데, 딱 한마디만 하자. 투자 할 생각이 있으면, 얼른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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