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어떻게 자라는가 - 투자하기 전에 알아야 할 8가지 돈 문제
권오상 지음 / 부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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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 돈에 관한 이론은 과학이 아니다. 공학에 가깝다. 돈에 관한 이론을 과학으로 신봉하고, 현상을 이론에 적용하려고 하면 깨지는건 현상이 아니라 내 돈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돈에 대한 이론은 공학에 가깝고, 공학은 절대적으로 옳은 한가지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이 아니다. 

 

 책의 내용으로 돌아와보면, <돈은 어떻게 자라는가>는 가계(개인)의 기본적인 경제 활동 중 한 부분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다. 개인은 살면서 [돈을 벌고 -> 번 돈을 굴리고 -> 그 결과를 소비한다] 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자손에 대한 상속도 결국 '소비'의 한 유형이라고 본다면 말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루는 한 부분은 우리가 매우 관심을 갖고 있는 '번 돈을 굴리고' 라는 부분이다. 그래서 저자는 '번 돈을 굴리고'라는 부분에서 화폐의 시간가치를 비롯한 기초적인 부분부터 옵션의 개념 등에 대한 응용까지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한다. 화폐의 시간가치에 대한 언급, 자산 수익률 예측의 어려움에 대한 부분, 인간의 심리적 결함과 불합리성에 대한 부분 다 인상 깊었지만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꼽자면, 역시 위험과 수익률 사이의 관계와 재산 극대화 이론, 그리고 안티프레질이다. 


 위험과 수익률 사이의 관계에서 저자가 말하는 점은, '수익률이 높아지면 높은 위험을 수반한다'는 보통 참이지만 '높은 위험은 감수하면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아니라는 것이다. 고등학교 수학 교과과정에서 우리는 명제가 참이면 명제의 대우도 참이지만, 역이 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고 배우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이 그 역도 참이라고 자꾸 우긴다. 재무학에서 위험은 변동성이고, 그 변동성의 기준으로 '베타'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시장과 해당 자산가격 움직임의 상관관계인데, 이 베타가 클수록 변동성이 높으니, 높은 수익률이 요구되고 제공되야한다. 하지만 실증적으로 높은 베타의 자산이 낮은 베타의 자산보다 오히려 낮은 수익률로 보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뭐 어쨌든 이런 학문적인 부분은 학자들의 영역이니까 간단히 넘어가고, 이 맥락에서 저자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점은 "난 높은 위험을 부담했으니까. 고수익을 기대해도 되겠지?" 라고 생각하면 당신은 바보라는 것이다. 높은 위험은 높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미친듯이 높은 수익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야하고, 그 노력의 결과 찾은 투자 대상이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대신에 반대급부로 높은 위험까지 동반한다는 것이다. 너무도 단순하고 명료한 개념이지만, 이 개념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꽤 많고, 그 대가는 그리 싸지 않을 것이다. 


 재산 극대화 이론은 게임의 판돈, 즉 투자액의 규모를 결정하는데 기준이 되어주는 이론이다. 상황을 단순화 시켜서 사건의 결과가 이기거나/지거나 둘 중 하나만 발생하며, 이길 확률을 p, 질 확률을 q라고 할 때 내 전재산을 A라고 하고, 판돈의 크기를 fA, 이겼을 때 상금을 a라고 한다면, f = (pa - q)/a = p - q/a 라는 것이다. 즉 최적의 판돈비율(한 판에 걸어야 할 금액이 내 전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이길 확률에서 상금 분의 질 확률을 뺀 값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 재산 극대화 이론 자체는 기댓값이 (+) 값을 갖는, 우위가 나에게 있는 게임에서만 적용되는 원칙이다. 즉 기댓값이 0보다 작으면 아예 게임을 안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이론은 말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단점은 재산 극대화 이론이 장기적으로 가장 큰 부를 안겨줄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별로 없지만, 이 전략이 내 총자산의 변동성을 상당히 크게 만든다는 점은 확실하다는 점이다. ( 생각해보라 어떤 도박을 하는데 내 전재산의 10%를 걸고 게임을 한다면? 20%를 걸고 한다면?) 또한 이 재산 극대화 전략은 재산을 불리는게 아니라 그냥 유지하고 지키는데 더 큰 방점을 두는 사람들을 좀 불편하게 할 수 있다. 그냥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에게도 항상 재산의 일정 비율을 투자하라고 하니까 말이다. 결국 투자라는 것도 확률 게임이고, 확률은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을 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서 이 이론을 무시하고 재산을 지키는데만 몰두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정말 안전한 일일까 라고 생각해보면 선뜻 어떤 답을 내놓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 그리고 그런 주관적인 부분보다 더 위험한 것은 '만약 내가 기댓값이 0보다 크다고 생각했던게 착각이라면?' 인 상황이다. 이런 경우에는 정말 빼도박도 못하고 망한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보완책은 재산극대화 전략이 제공하는 판돈 비율f에 자신의 우위에 대한 확신 정도를 반영시켜서 최종 판돈 비율을 구하라는 것이다. 확신이 있는 게임에는 이론 그대로, 확신이 부족하다면 조금 줄여서 적용한다면 어차피 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결과값을 알 수 없는 현실세계에서 나름대로 유용한 이론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안티프레질은 변화나 변동성이 오히려 결과를 더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성질을 의미하는데, 이건 나심 탈레브의 안티프레질 서평을 하면서 자세히 정리하기로 하자. 


정리해보면, 권오상 저자의 이 책은 돈을 불리는데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이론적인 부분, 현실적인 부분, 실용적인 부분을 많이 깊지는 않지만 그리 얕지도 않게 총괄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개론서의 느낌이다. 1.5만원의 책값을 생각했을 때 굉장히 좋은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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