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검사들
이중세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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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부터 여자에게 홀려 중요 사건의 정보가 담긴 USB를 홀라당 잃어버린 최수현 변호사가 나온다.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여미새 같은 이미지로 낙인찍혔으니 이 사람이 나쁜 검사인듯하지만 알고 보면 의외로 수현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진또배기였다. 역시 사람은 입체적이라 늘 재밌는 것 같다.

내부의 문제를 고발하고 쫓겨나다시피한 수현은 이 USB를 계기로 자칭 '변호사'와 얽히게 되고 김훈정 검사와 함께 기획수사를 하기로 한다. 자칭 변호사가 넘겨준 자료엔 검찰의 치부가 들어있었고 훈정은 고뇌에 빠진다.

'황금 커프스' 즉 뇌물을 받은 검사들의 명단. 이 기회에 훈정은 검찰을 솎아내고 싶지만 백수사관은 이 건이 그녀에게 너무 거대해 삼키지 못할 정보라 판단한다. 물론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단 것도..

세상에 정의로운 검사보다 그렇지 못한 검사가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글을 읽었는데 검사 집단은 생각보다 고루하고 권위적인 데다 자신들이 무조건적인 정의라 생각해 멀쩡한 사람도 다니다 보면 세뇌당하기 쉽다고 하더라.
일반 회사를 다녀도 회사 측에게 반발해 무언가를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곧으면 그만큼 잘 부러진다. 나도 어릴 땐 회사에 불합리한 일들을 참지 못했는데 이젠 어느 정도 참아지더라.

왜? 회사를 변화시키는 건 어렵지만 당장 눈앞에 나타난 나에 대한 변화는 바로 보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여자를 좋아하는 망나니 수현 같은 인물이 별로이면서도 싫지 않다. 그 용기가 쉽지 않음을 알기 때문에.

이 소설은 전형적인 한국의 현 상황을 단면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황금 커프스? 현실에 그뿐이겠는가. 우리가 모르면 몰라서 그렇지 엄청난 것들이 많을 것이다. 제정신인 사람은 버티지 못하고 튕겨진다는데 멀쩡한 집단이겠는가.

한편의 누아르 같은 이 소설은 부패 검찰을 다룬 여느 작품들과 달리 결말이 찝찝하다. 사이다가 없다. 현실과 타협했다. 그래서 더 현실적인 책이라 느꼈다. 살면서 사이다 같은 결말은 많이 없으니까.

비상계엄이 터지고 수많은 날이 흘렀다. 그것을 통해 이 책이 다시 보였다. 역시 현실은 작품보다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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