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면부터 여자에게 홀려 중요 사건의 정보가 담긴 USB를 홀라당 잃어버린 최수현 변호사가 나온다.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했던가?여미새 같은 이미지로 낙인찍혔으니 이 사람이 나쁜 검사인듯하지만 알고 보면 의외로 수현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진또배기였다. 역시 사람은 입체적이라 늘 재밌는 것 같다.내부의 문제를 고발하고 쫓겨나다시피한 수현은 이 USB를 계기로 자칭 '변호사'와 얽히게 되고 김훈정 검사와 함께 기획수사를 하기로 한다. 자칭 변호사가 넘겨준 자료엔 검찰의 치부가 들어있었고 훈정은 고뇌에 빠진다.'황금 커프스' 즉 뇌물을 받은 검사들의 명단. 이 기회에 훈정은 검찰을 솎아내고 싶지만 백수사관은 이 건이 그녀에게 너무 거대해 삼키지 못할 정보라 판단한다. 물론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단 것도..세상에 정의로운 검사보다 그렇지 못한 검사가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글을 읽었는데 검사 집단은 생각보다 고루하고 권위적인 데다 자신들이 무조건적인 정의라 생각해 멀쩡한 사람도 다니다 보면 세뇌당하기 쉽다고 하더라.일반 회사를 다녀도 회사 측에게 반발해 무언가를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곧으면 그만큼 잘 부러진다. 나도 어릴 땐 회사에 불합리한 일들을 참지 못했는데 이젠 어느 정도 참아지더라.왜? 회사를 변화시키는 건 어렵지만 당장 눈앞에 나타난 나에 대한 변화는 바로 보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여자를 좋아하는 망나니 수현 같은 인물이 별로이면서도 싫지 않다. 그 용기가 쉽지 않음을 알기 때문에.이 소설은 전형적인 한국의 현 상황을 단면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황금 커프스? 현실에 그뿐이겠는가. 우리가 모르면 몰라서 그렇지 엄청난 것들이 많을 것이다. 제정신인 사람은 버티지 못하고 튕겨진다는데 멀쩡한 집단이겠는가.한편의 누아르 같은 이 소설은 부패 검찰을 다룬 여느 작품들과 달리 결말이 찝찝하다. 사이다가 없다. 현실과 타협했다. 그래서 더 현실적인 책이라 느꼈다. 살면서 사이다 같은 결말은 많이 없으니까.비상계엄이 터지고 수많은 날이 흘렀다. 그것을 통해 이 책이 다시 보였다. 역시 현실은 작품보다 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