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종말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3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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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공포가 일상을 잠식하는 야망의 시대'라는 홍보 문구가 환상 문학과 무슨 상관일까 했는데 이번엔 작가님이 <저주 토끼>와 다른 결의 소설을 내셨다 🫨
심지어... 재밌음... ‼️ 얼마 전에 올렸던 릴스 중에 현실 공포라는 테마가 있었는데 거기에 아주 잘 어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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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율적인’ 육아라는 명목 아래 신체를 기계로 전환한 동생과 갈등하는 비수술 트랜스젠더(〈작은 종말〉), 함께 데모하는 동지를 상실한 이후 그를 회고하는 무성애자(〈지향〉), 전국에 딱 세 개 남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사서(〈도서관 물귀신〉), 매번 역사적 현장에서 허리가 폭발하는 악몽을 꾸는 피해 생존자(〈증언〉), 군사 정권에 엄마를 잃고 10주기 추모 행진을 준비하는 딸(〈행진〉)이 바로 그들이다.



1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고 하나하나 다 사회 부조리와 연결되어 있어 읽는 내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 작가님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4편 정도 있었는데 <지향>, <도서관 물귀신>, <증언>, <행진>이었다.

<지향>은 다른게 아니라 장애인 인권에 관한 내용 때문이었는데 이전에 읽었던 <장애시민 불복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출근길을 방해하는 전장연을 매일 욕한다. 나 또한 겪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어떤 마음인지는 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이 이동권이 없어진다면 당신들은 시위하지 않겠는가? 처음엔 약하게 목소리를 낼 것이다. 당연히 국가가 들어줄 거라 생각하며..
하지만 국가는 들어주지 않는다. 그들은 옛날 옛적부터 소수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능력이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선택지는 무엇일까?
당연히 화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장애가 생길 거 같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후천적 장애인 비율이 더 높으며 하다못해 사람은 다 늙는다. 당신이 늙었을 때 이동권이 사라진다면 당연한 거라며 수긍하고 넘어갈 것인가? 당장의 불편함보다 더 큰 불편함을 겪는 이들을 생각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도서관 물귀신>은 제목 때문에 한 작품 정도는 귀신이 나오는 게 있나 했다. 안타깝게도 그건 아니었고 근미래 어딘가에 도서관이 사라진 나라가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였고 사실 픽션이라고 치부하기엔 지금도 도서관 예산을 줄이고 시대에 맞지 않는 금서가 생겨나고 있다. 먼 훗날 아니 근 시일 내에 이 소설처럼 되는 것도 없는 얘긴 아닐 것이다. 일상에 책이 없다 하여 책이 없어도 되는 건 아니다. 공공시설이 사라지는 건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니 있을 때 지켜야 할 것이다.

<증언>은 처음에 위안부 얘기일까 싶었다. 모든 소설이 그랬듯 이 소설도 안타깝게도 조금 더 광범위한 이야기였다. 위안부, 노근리 학살사건, 제주 4·3 등 모든 곳엔 피해자가 있었고 증언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사건이 다시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악몽 속에 사는 주인공을 보며 이분들을 위해서라도 기억하고 고쳐야 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적절한 보상이 (절대 택도 없겠지만) 있어야 할 것이다.

<행진> 처음에 이 이야기를 보고 광주민주화운동 이야긴가 싶었는데 그렇다기엔 다른 부분이 너무 많았다. 뭔가 다른데 하면서도 좀 슬퍼하며 읽었는데 알고 보니 홍콩의 이야기라고 하더라. 홍콩은.... 우리와 비슷한 부분이 있는 나라로 이런 아픔까지 비슷하다는 게 전 세계 어디서나 이런 일이 생긴단 게 참 슬펐다

이 책은 어쩌면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와 비슷하겠다. 장르가 SF냐 공포냐의 차이겠지만. (글자 수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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