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사의 멸종 - 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 한승태 노동에세이 3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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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에세이라니 😮 이런 신박한 책이 있는 걸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저자는 사라질 거라 예상된 직업군의 노동 현장을 직접 겪어보고 글을 썼는데 전화받다, 운반하다, 요리하다, 청소하다로 총 네 가지였다.
나는 그중 두 가지를 경험해 봤기에 정말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

일단 내가 경험했던 건 콜센터와 상하차는 아니지만 물류센터였는데 특히나 콜센터는 꽤 오래 일했던 터라 공감 x100000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책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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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콜센터를 다닐 당시에 채팅 상담이나 AI 상담 같은 게 생겼고 자리를 잡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걱정하지 않았다. 고객들은 AI 상담 뒤 더 화가 나서 인입되었고 AI가 이렇게 답답하게 일하는 한 우리의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우리가 쓰면서도 답답했는데 고객들은 오죽했으려고 🤷🏻‍♀️

게다가 중요한 사실은 고객들은 화를 내고 싶어 했다 😠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생각했는지 별거 아닌 일에 항상 화가 나 있었다. 자신이 5천 원짜리 상품을 사도 50만 원짜리 퀄리티를 원했고 뭐만 하면 보상을 운운했다. 물론 우리가 봐도 어이없는 일이 있어서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도 우리는 본사가 아니었기에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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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반대로 물류센터는 머리를 안 써도 되는 게, 아니지 엄밀히 말하면 감정노동을 안 해도 되는 게 너무 좋았다. 저자는 상하차여서 더 힘드셨을 거 같은데 내가 일했던 곳은 실물 분배를 하는 곳이라 몸은 힘들어도 오히려 회사에서 머리 쓰다가 몸쓰니까 개운하기까지 했다. 물론.... 일은 쉽지 않고 손목이 망가졌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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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없어질 거라 쉽게 생각되지 않았다. 내가 봤을 때 물류센터는 새로운 라인을 까는 거보다 인간이 하는 게 더 저렴해서 그런 것 같긴 하지만?

어쨌거나 욕먹고 받는 돈도 몸을 갈아서 버는 돈도 쉽지 않았다. 주방이야 워낙 힘들단 얘길 듣고 청소도 열악하다는 걸 알아서 정말 많은 분들이 고생하며 돈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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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는 바보들만 다닌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정말 바보 같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건 어딜 가나 일머리 없는 사람들이 있듯 거기도 그랬던 거고 사실상 경력단절된 사람들이나 학비 때문에 휴학하고 온 사람, 짧게 일하려고 온 사람 등 다양했다. 쉽게 취직이 되니 취업난에 지친 사람들도 많았고.

물류센터는 생각보다 투잡이나 아이를 둔 어머니들이 온 경우가 많았다. 남성분들이랑은 얘기를 많이 못 해봐서 모르겠지만 책에 나온 내용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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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다른 건 몰라도 콜센터는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건 원치 않지만 내가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없어지는 게 그들의 심신에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매일 회사가 폭파했으면 좋겠다고 상상했었으니까 😢

제일 좋은 건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란 걸 알고 친절하게 대해주면 좋겠다는 거지만 현실 불가... 세상엔 가면을 쓰고 사는 사람이 많다. 미래의 애인이나 배우자의 인성을 알고 싶다면 SNS 댓글이나 고객센터 녹취를 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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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공감하는 바람에 이상한 얘기만 잔뜩 했지만 기본적으로 재밌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직업군의 생생한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개선점도 많이 보였다. 언젠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바뀔지도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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