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의 묘미
김예은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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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책을 더 열심히 읽기 시작하면서 관심 분야가 굉장히 많아졌다.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요즘은 또 우울과 불행, 혹은 정신질병에 관한 책을 열심히 보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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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를 왜 하냐면 이 책에 대해 오해가 있었단 얘길 하고 싶었던 건데 협찬받을 때 소설인지 몰랐다! 불행에 관한 무언가를 설명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펼쳐보니 소설이라 굉장히 당황했었던… 물론 재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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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절망적이고 괴로운 이야기들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도 소소하게 볼 수 있는 불행을 다루고 있는데 그래서 제목에 ‘묘미’가 들어가 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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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뇌와 눈알을 꺼내 씻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나타샤가 나오는 <불행의 묘미>,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이들이 나오는 <아지랑이의 너>, 외로운 인생을 살아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을 통해 살아가는 <존재의 무유>, 병든 엄마가 돌아가시고 상실감을 느끼는 작가 소양 <문학적 소양>, 초라하게 늙어감을 느끼고 49일 뒤 죽기로 결심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장례 계획서>, 가난과 괴로움을 가진 친구를 추억하는 뚜벅이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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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불행의 묘미와 장례 계획서를 인상 깊게 읽었는데 처음부터 본인의 뇌와 눈알을 빼서 씻어내는 나타샤의 이상행동이 굉장히 무서웠다. 호러 소설인 줄 알았는데 불행에 관한 이야기가 맞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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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의 삶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죽음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가 불행을 마무리하는 방법이 옳은지 아닌지는 말할 수 없지만 그로 인해 위안을 얻었다면 그 또한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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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계획서는 완전 반대의 이야기다. 인생이 초라해져 아무도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 느꼈을 때 주인공은 49일 뒤 인생을 마무리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49일 동안 버킷리스트를 이루며 지내는데 문득 삶의 끝자락에서 삶을 지켜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타샤와는 다른 선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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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을 보며 똑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해 봤는데 역시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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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란 ‘행복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그렇다면 불행은 그냥 평범한 삶이 아닐까. 어느 책인지, 누가 했던 말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당신의 인생이 왜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걸 본 기억이 있는데 그렇다면 평범한 나날들이, 버티는 나날들이 다 불행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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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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