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 양장본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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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이 강렬해서 (+양장본이라서) 그리고 피드에 올라오는 인친님들의 반응이 한결같이 좋아서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를 통해 협찬을 받았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었을 때 마리아 투마킨의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과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읽기 힘들었던 책이라 큰일 났다 싶었는데 다행히 이 책은 잘 읽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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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친부의 성폭행과 가정폭력을 견디는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그를 통해 타인의 상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파괴와 폭력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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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모든 글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상상이상의 끔찍한 폭력들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특히 콩고 여성들의 성폭행 관련 글을 읽을 땐 내가 책을 읽는다는 생각도 안 들 정도로 흡인력이 좋아, 오히려 너무 좋아서 괴로웠다. 그럼에도 대단하다고 느낀 건 피해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봤다는 점인데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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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 적군이든 아군이든, 심지어는 UN 평화군까지도 여성을 강간한다는 사실이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할 따름이었다. 누가 원해 시작한 전쟁인지는 모르지만 그게 그 피해 여성들이 아님은 확실한데 어째서 전쟁 중 성폭력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가. 심지어는 반항하자 성기에 총을 쏜 군인도 있었다. 정말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수 있는 짓인가 싶다가도 인간 밖에 하지 못하는 일이라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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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난민, 노숙자, 여성, 에이즈 환자 등 사회에서 소외되는 모든 이들의 슬픔을 안아주려 노력한다. 다 읽고 나니 책 제목이 이해가 됐다. 다만 안아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 어떻게 하면 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저자는 또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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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타인의 아픔을 목격할 용기를 내고 이를 통해 '진정한 사유'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억하기, 인식하기, 책임지기의 행위를 수반" 하는 게 진정한 사유이며 여기에 “눈앞에 있으나 우리가 바라보기를 거부하는 바로 그것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들여다보고 살펴보고 수치심을 기꺼이 끌어안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사유에는 “실수와 잘못, 악행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필요하다면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는 일까지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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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경쟁과 각자도생의 시대에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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