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암 환자의 이야기여서 골랐다. 특히나 암 전문의가 희귀암에 걸린 이야기라. 이렇게만 말하면 무슨 소린가 싶겠지. 코로나19가 한창일 당시 우리 엄마는 암 진단을 받았다. 생존율이 높은 암이었지만 한평생 병원 가는 일이 거의 없던 우리 가족 중 제일 건강한 엄마가 암 진단을 받았다는 건 모두에게 충격적인 일이었다. 아직도 항암 치료 중이시라서 궁금했다. 의사가 암 걸리면 뭐가 다를까? 좀 더 전문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싶어서.저자는 하버드 출신에 권위 있는 의사 출신인 것 같은데 혈관 육종이란 일반인들은 듣도 보도 못한 희귀암에 걸렸다. 그것도 두 번이나! 생존율이 4%밖에 안되는 데이터도 없는 암이라는데 미국에서 한 해에 1만 4000천 명 밖에 안 걸린다고 해서 꽤 많네?라고 생각했지만 인구수로 생각했을 때 0.1%만 걸리는 거라고 하니 새삼 실감 났다.다이나믹한 내용들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런 건 아니었고 (어찌 보면 다이나믹하지만 그건 그의 인생이) 그와 가족들, 친구와 동료 그리고 그의 환자들 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이었다. 다 읽고 나서 장르가 에세이라는 걸 봤는데 납득이 되더라.희귀암을 이겨내서일까 그가 말하는 '희망'은 그냥 아무개가 말하는 '희망'과는 다르게 와닿았다. 저자도 우리 엄마도 그 희망과 의지, 죽음을 거부하는 자세에서 비슷함을 느꼈다. 본인은 많이 불안하고 힘들었을 테지만 주변에 보여주는 그 의연함도 존경스러웠다. 가족들, 특히 배우자 헬레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같이 불안해하지 않고 희망을 주는 그 모습을 보며 과연 내 가족이 생존율 4%인 희귀암에 걸렸다고 하면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주변에 환자가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볼만하다. 그리고 내가 아플 때를 대비해 어떻게 해야겠다란 생각도 해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많은 암 생존자가 하루하루를 선물처럼 느낍니다. 반대로 평범한 일상의 중요성은 완전히 사라집니다. 이미 삶의 끝이 다가오는 걸 봤는데 지금 식기세척기나 비워야 할까요? 빨래를 널어야 할까요? 그 괴리가 엄청나서,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왔다는 생각에 삶의 진부함에서 벗어나야 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삶은 계속된다'는 평범한 진리가 말하듯이, 더러운 접시를 설거지하거나 아이들을 태워다 주는 일도 삶에 포함됩니다. 헬레가 제게 '의무의 즐거움'을 상기 시켜 주고 그걸 제가 더는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해 준 것은 절대적으로 옳은 일이었습니다. -p.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