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임승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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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𝑹𝒆𝒗𝒊𝒆𝒘

전태일 관련 책을 출판한 대표의 이야기라길래 덜컥 신청했다. 서평단을 신청할 땐 최소한의 정보만 보고 신청하다보니 내용을 짐작해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상하게 내가 상상했던 내용과 늘 다르더라. 추리력이 부족해... 🫠 어쨌든 출판 관련 에피소드를 다뤘을거란 내 예상과 달리 전 대표 임승남님의 이야기가 한가득이었다. 근데 문제는 너무 재밌어서 잡자마자 두시간만에 다 읽어버림..

나에게 누군가의 일대기는 사실 흥미로운 주제가 아니다. 어차피 그와 나는 다른 사람이고 잘나가는 사람들의 무언가를 따라 노력할 수 있지만 애초에 다른 인생이기도 하고. 뭐 물론 이 책이 그런류의 내용은 아니지만. 근데 임승남님의 이야기는 어쩜 한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기구한지 이걸 극복해낼 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건가보다.

태어나고 3~4살 무렵 그는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다. 얼떨결에 노숙 생활을 시작하게 된 셈인데 아무것도 모를 나이에 길거리를 배회하다 배가 고파 하루종일 자는걸 주변 노숙자들이 먹을걸 줘가며 키우다시피 한거같더라. 그렇게 배를 채우기 위해 동냥하고 훔치고 하며 크기 시작했으니 도덕적 잣대도 못배워 나쁜짓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교도소를 전전하다 우연히 만난 책 한권을 통해 인생을 바꾸고 싶어졌고 더 나중엔 소중한 인연을 만나 출판사에 입사하게 된다. 그때까지도 호적이 없었으니 이렇게까지 과연 나라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나쁜 짓을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싶더라

나쁜 환경이어도 사람이 착하다면 물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건 오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로 안좋은 환경에서 사람이 아무리 착하다한들 과연 나쁜짓을 한번도 안하고 살아남았을 수 있을까? 전과 7범이라면 갱생도 안될 나쁜놈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는 그런 경우가 더 많겠지만 저자의 케이스를 보고 역시 무조건이란건 없구나 느꼈다.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되지만 무지로 인해,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다면 충분히 갱생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겠구나 싶은데 과연 그걸 어떻게 도와줘야하는지도 어려운 숙제인거같다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 뒤로 그의 삶은 본받을 것들이 가득했고 구걸 시작한 인생이 폭풍 같던 민주화를 겪은 이야기까지 보고 나니 정말 영화로 만들어도 너무 영화 같아서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용 중간에 저자는 한 작가의 글을 보았는데 대충 내용이 '구걸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면 안된다. 그들을 도와주는 건 쉽게 돈버는 법을 알려주는거다. 적선하는 사람이 없으면 구걸하는 사람도 없다.'라는 거였는데 저자는 이 글을 보고 딜레마에 빠졌다. 본인이 그렇게 커왔는데 평범한 사람의 눈엔 그렇게 보일수도 있단에 충격을 받았던 거다. 그러나 당장의 굶주림을 이겨내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데 저런 생각이 맞나라고 생각한다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나 또한 적선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사람으로서 저자의 글을 보고 살짝 쇼크 받았다. 뭐 적선하는 사람이 없으면 구걸하는 사람이 없다까진 아니지만 나라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당장의 돈은 그 사람들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도움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노숙자들이 잡지를 팔 때 정말 좋아했었다

글자 수 부족, 완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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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도 잘 들지 않는 음지에서 꽃망울 하나라도 피워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그 모습이 어쩐지 나와 같다고 느꼈다. 어쩌면 꽃 한 송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애만 쓰다가 끝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p.84

🔖사회에 해를 끼치는 인간쓰레기들은 나처럼 교도소를 자기 집처럼 들락거리는 이들뿐인 줄 알았다.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나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 같은 놈이 평범한 인간으로 변신하면 이 사회의 물이 조금은 맑아지는 줄로만 알고 죽기 살기로 발버둥 쳤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노예나 머슴처럼 다루고 부려먹는 또 다른 이들이, 실은 부모의 사랑도 받고 교육도 정상적으로 받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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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을 독서와 함께

@solra.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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