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2021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꿈꾸는돌 28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 / 돌베개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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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해 뉴베리 시상식이 있었던 날~ 한국계 작가의 수상소식을 듣고 뉴베리상에 관심이 많은 지인들에게 열심히 소식을 퍼다 날랐다죠.. 그리고 다 같이 원서로 먼저 구입을 해서 아이들을 읽혔답니다..

엄마들은 빨리 번역서가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죠.

딸 아이가 영어책을 읽을 때 옆에서 오디오북을 같이 들었는데..

중간 중간 들리는 할머니, 언니야, 애기 같은 한글 단어들만 귀에 쏙쏙 박혀서...ㅎㅎ

더더욱 내용이 궁금해졌다죠.

몇 개월동안 기다렸던 그 책을 드디어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전래동화 속의 호랑이처럼 주황색과 검정색이 조화로운 호랑이의 모습..

그리고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담긴 유리병이 표지에 그려져 있지요.

딸 아이는 올해 초에 영어로 이미 다 읽었었고 저에게 간단히 줄거리를 알려줬었는데요.

초반 잠깐은 아주 재밌어 하다가 중간 부분을 지루해 하며 읽더라구요.

그리고 뒷 부분은 또 재미있게 휘리릭 읽구요.. ㅎㅎ

그땐 왜 그런가 했는데... 번역서를 읽어보니 딸 아이가 지루하게 느꼈던 부분이 이해가 되었어요.

아직 초저학년이라.. 아마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완벽히 이해하진 못했나봅니다.

그리고 책이 꽤 두꺼워서 중간 부분에는 사건의 진행은 좀 느린감이 있어요.

주변 인물들의 감정선의 변화, 관계의 변화에 대해 꽤 여러 페이지를 할애하여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인내심이 약간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정의 내렸던 자신의 모습과

자기도 모르게 가끔씩 튀어나오는 생각지도 못한 자신의 모습 사이에 괴리감을 느끼는

사춘기 청소년이라면.. 주인공 릴리와 언니 샘에게 아주 동질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언니야, 애기, 할머니처럼 한글 옆에 괄호로 로마자를 나란히 표시해둔 부분이 있는데요.

이 부분들은 원서에서도 한글을 소리나는 대로 로마자로 표시해둔 부분이랍니다.

릴리네 가족은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언니 샘과 엄마와 셋이서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외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신 선빔이라는 워싱턴주의 시골 마을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이사에 자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엄마에게 불만을 표출하는데요.

알고보니 할머니가 뇌종양에 걸리셨고 병때문에 환각 증세가 심해지시고 몸이 많이 약해지셔서 엄마는 할머니를 돌보고 싶은 마음에 이사를 강행하신 것이었죠.

릴리와 샘 자매는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이 아주 다릅니다.

릴리는 조용한 아시아 여자애-샘의 피셜-로 자기가 종종 투명인간으로 변하는 마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가끔 자신의 존재를 잊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조용하고 타인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을 많이 누르고 사는 얌전한 릴리와 달리

샘은 친구들이 착! 붙는 활발하고 직선적인 성격입니다.

샘과 릴리가 어릴때는 둘은 할머니가 해주는 이야기에 푹 빠졌고 늘 함께였지만..

자라면서 어느새 멀어지게 되었고, 릴리는 항상 언니와 함께하던 그 시절을 그리워해요.

릴리네 식구가 선빔으로 오던 날 차 안에서

릴리는 엄마와 언니는 보지 못하는 호랑이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할머니 집에 도착한 후에도 릴리 혼자 호랑이를 여러번 보게 되는데..

엄마와 언니는 믿지 않기도 하고.. 릴리도 가족들이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얘기하려 하지 않지요.

오직 릴리를 이해해주고 믿어주는 사람은 할머니뿐.

할머니는 어릴 적에 자신을 떠난 본인의 엄마를 찾아 혼자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셨구요.

아직 한국의 고유한 습관들을 그대로 따르시는 분입니다.

영혼을 믿고, 고사를 지내시고..

가족 중 오직 릴리만 그런 할머니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는 것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이 책의 거의 끝부분에 다다를때까지 저는

릴리가 보는 호랑이가 정말인걸까 환각인걸까가 계속 궁금했답니다.

하지만 다 읽고나서 작가의 말과 감사의 글까지 다 읽고 나니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님을 알게 되었어요.

물론 호랑이가 진짜이냐 아니냐에 따라 이 소설의 장르가 판타지냐 가족성장드라마이냐..가 정해지긴 하겠지만^^;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이 책의 작가인 태 켈러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한국인이냐고 물으면 4분의 1만 한국인이라고 대답했던 시절이 있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일부분을 조각조각 따로 떼어 생각해왔다는 것을 알고 완전한 내가 되고 싶어 어린 시절에 할머니께 들었던 동화들을 찾아보았다고 해요.

우리는 누구나 가슴속에 여러가지 모습을 품고 삽니다.

하지만 그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 생각할 순 없고, 그 중의 하나만 간직하며 살 순 없지요.

작가가 이 책을 쓰기 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책 속에 나오는 호랑이 소녀의 엄마가 그러했던 것처럼

본인의 모습들을 나눠서 그 중 일부분만 취하며 살아가려고 하면 자신이 몰랐던 자신의 부분이 튀어나올때

난감하고 화가 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모든 모습이 나일 수 있다는 것..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무엇이든 다 자신이라는 것을 인정하며 살 때 가장 행복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릴리는 늘 얌전했던 자신이 호랑이를 만나고, 할머니를 살리기 위해 이야기가 든 병을 깨부수며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고, 할머니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자 소리도 지르고

평소와는 다른 행동들을 합니다.

그리고는 본인의 그런 행동들은 자신답지 않다며 샘 언니나 할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곤 괴로워하지요.

자신에게도 그런 모습이 있었다는 걸 처음엔 받아들일 수 없었나봐요.

깊은 자아 성찰이 필요한 시기에 읽으면 참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번역이에요..ㅠ_ㅠ

책 시작 부분에 보면 옮긴이의 일러두기에 "할머니의 언어 구사가 다른 인물들과 조금 다르게 표현된 것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 미국으로의 이민 후에 습득해 낸 언어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나와있는 부분이 있어요.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정말 예뻐, 너 머리"와 같이 한국어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어순이나 어법으로 할머니의 말들이 표현되어 있어요. 이것은 아마도 원서에서 완벽하게 영어를 구사하지 못했던 할머니의 언어를 번역서에서도 똑같이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어색하게끔 번역하신 것 같은데요.

할머니의 말이 이렇게 번역된 것은 그런면에서 완전 공감, 완전 이해갑니다만..

가끔 다른 등장인물의 말도 좀 어색하게 번역이 되어 있어요..

특히 주인공 가족말고.. 릴리의 친구인 리키는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인인데요..

위 사진처럼 "그냥 할 일 해. 세상 구해"처럼 뭔가 어색하게 번역되어 있는 부분이 있어요.

조사가 빠져 있거나... 어순이 뒤바뀌거나... 한글책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느낌의 어법으로 번역이 되어 있어서..

독서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더라구요...ㅠ_ㅠ

다른 인물과 할머니의 언어 구사가 완벽히 구별이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이 부분이 너무 아쉬웠네요~

혹시 재판을 찍게 되면 수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외에는.. 중간 중간 나오는 옛날 이야기도 참 재미있고..

우리가 아는 어떤 전래동화와 비슷한지 얘기해볼 수도 있고..

자신의 어린시절도 생각해볼 수 있어서 성인이 읽기에도 지루함없이 좋았던 것 같아요.

최근 핫한 영화 "미나리"와 함께 할머니의 정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책을 다 읽고나서 "미나리"영화도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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