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미지의 빨간약 - 단편소설로 시작하는 열여덟 살의 인문학
김병섭.박창현 지음 / 양철북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재기발랄한 여고생들의 다양한 생각과 고민이 듬뿍 담긴 토론 수업을 소설형식으로 쓴 책이다. 매회 모둠을 나누어 짧은 단편소설을 읽고 학생들 스스로 질문하고 토의하는 과정을 담고 있어 생동감 있게 읽힌다.

 

총 여덟 단락의 구성으로 각 단락마다 토론에 참여하는 아이의 이야기가 선정된 단편소설의 내용과 오버랩 된다. 또 생생한 토의과정과 생각의 변화가 액자형식으로 구성되어 흥미를 더한다.

 

이혼하고 떠나버린 엄마에 대한 원망과 사랑이라는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지원은 단편 <헬렌 올로이>를 읽고 부모가 온전히 자식을 사랑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당연한 사랑은 없다는 답을 내게 되고 엄마에 대한 서운함이 조금은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그 외 <변신>, <맥도날드 사수대작전> 등 다양한 내용의 작품만큼이나 학생들의 고민과 상처 또한 다양하다. 아이들은 함께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서로 곁을 내어주며 치유할 힘을 얻는다.

 

소설이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이듯, 아이들의 질문도 그들의 삶을 온전히 담고 있다. 학생은 공부하는 기계인가? 사랑이란 무엇일까?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중 무엇을 먼저 하는 게 좋을까? 등 다양하게 나오는 질문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힘을 가진다.

 

현직 문학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한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라 더 리얼하다.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은 짧은 단편이 꺼내놓은 질문이 꼭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 같아 특별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시인 이상에 심취했던 까닭에 리상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박창현의 바람도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서 작은 물음표 하나를 꺼내 놓는 것이라 한다. 나와 남에 대해 물음을 가지는 것, 이것이 인문학의 시작이 아닐까?

 

제목의 빨간약은 어린 시절 상처에 바르던 만병통치약 포비든요오드를 지칭하는 단어라 여겨진다. 아마도 인문학이라는 빨간약을 통해 아픈 마음을 구석구석을 치유했으면 하는 의미일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단편이 마음의 빨간약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끝머리에 여덟 편의 단편이 실린 책 정보를 수첩에 옮겨 적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 또한 인문학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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