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조선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8
김소연 지음 / 비룡소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잔혹한 학살의 현장에서 도망치기 위해 조국 러시아를 떠나는 한 젊은 장교가 탄 기차는 세상의 끝을 향하고 있다. 그 곳은 쇄국정책을 고집하는 중세 왕국이자 황금 지붕과 기둥을 감추어 둔 자원의 보고, 하얀 백조라 불리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코레야, 바로 조선이다.

 

이 책은 알렉세이와 함께 다혈질의 퇴역 군인 비빅, 러시아로 귀화한 조선인 통역관 니콜라이 김, 처음으로 산골동네 가마실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온 소년 근석까지 4인의 탐사대의 눈에 비친 일제 강점기 전 조선의 맨살을 고스란히 담은 역사소설이다.

 

주인공 스물다섯의 러시아 소령 알렉세이는 현실 도피로 은둔국 조선 탐사대에 자원한다. 하지만 혼란기의 조선은 그를 조용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제국 열강들의 패권 다툼, 그 처연한 국운의 틈바구니에서 꿈틀대던 민중을 만난다. 명분과 안위에만 골몰하던 지배층과는 달리 우리의 삶을 스스로 지키고자 당당히 맞서던 진정한 민초의 모습은 알렉세이를 흔들어 놓는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격변기에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이 남긴 기록은 제국주의와 서구우월주의 잣대로 이 땅에 살던 민중을 재단하고 평가했다. 그것이 교육으로 이어져 무의식중에 우리조차 샤머니즘과 다양한 민간 신앙을 전근대적인 생활방식이라 경멸하고 낯설어하게 되었다. 저자는 이런 슬픈 타자화의 경험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 김소연은 2007명혜로 제11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창작 부문 대상을 받았다. 과거를 짚는 남다른 더듬이로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을 풀어 동화와 청소년 소설로 창조해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책 또한 젊은 러시아 탐사객의 눈을 통해 1905년 혼돈의 조선을 만날 수 있다. 그 안에서 꿈틀대던 민중의 강한 정신력과 끈질긴 의지는 탐사대원 모두에게 새로운 인생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과거의 조선과 작별하고 새로운 조선을 찾아 떠나겠다는 근석의 결단은 알렉세이에게 현실과 맞설 용기를 준다.

 

우리 역사의 귀중한 한 장면을 독특한 화자와 술술 읽히는 매끄러운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한국 근대사를 어렵게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깊이 있는 역사의식과 더불어 그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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