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다

마법의 꽃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3
정연철 지음 / 비룡소 / 2013년 12월

이 책은 어린이 동화책 <주병국 주방장> <똥배 보배> <생중계, 고래 싸움>, 동시집 <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를 쓴
정연철 작가의 첫 청소년 소설입니다.

 

책의 말미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 기범 보다 더 고독하고 불행했고, 잘 태어났다는 생각을 해본 기억이 없으며,  이듬해 봄, 새 잎이 나지 않기를 바란 적도 있었다는 고백을 합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가끔 쥐뿔도 없던 그 시절이 못 견디게 그리워 십여 년에 걸쳐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쳐 쓰며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고 전합니다.
 
먼저 만난 동시집 <딱 하루만 더 아프고 싶다>에서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정말 생생히도 전하는 구나 생각했는데, 이 자전 소설로 또 한 번 저자의 어린 시절 생채기 난 마음과 몸을 만났습니다.

 

할아버지로부터 대물림 된 존재 아버지. 늘 술로 절어 있는 아버지, 아버지의 근접할 수 없는 폭력성,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따윈 눈에 넣으려고 해도 없는 불필요한 존재….  꿈속에서조차 아버지의 환영에 시달려야 하는 기범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오는 책입니다.

차라리 아버지의 존재가 없었으면 하는 기범의 바램과 그 바램이 결코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도덕적 양심이 어린 기범을 늘 괴롭힙니다.

꿈속에서조차 자유로울 수 없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결국 기범을 고3 대입 시험장에서 뛰쳐나오게 만듭니다.  고향집을 찾은 기범이 어린 시절 그의 아픔을 써 내려갔던 비밀 일기장과 마주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아버지의 존재를 대면하게 됩니다.
과연, 기범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어린 시절 기범의 자존감을 깡그리 뭉갠 그런 아버지가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기를 염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