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아닐 아난타스와미 지음.
변지영 옮김.
더 퀘스트
내가 누구인지를 안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옛날, 고전 속의 사람들 중 소크라테스도 '너 자신을 알라.' 라고 이야기를 했고,
불가의 지혜 높으신 스승님들도 '이 뭣꼬?' '너는 누구냐!' 라고 물으십니다.
과연 나는 누구일까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과연 누구일까요.
어린 시절 어둔 하늘.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무섬증을 가라앉히려고 노래를 최대한 크게 부르며 깜깜한
시골길을 걷던 제가 나일까요? 어디에 있을까요? 어디로 갔을까요, 어린 시절의 나는?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또 어디에...?
커피를 마시는 이 몸이 나일까요?
커피를 마시려고 마음을 내는 제가 나일까요?
빨간 토마토를 맛있게 먹으려고 자르는 제가 나일까요?
새까만 커피가 뜨겁구나라고 느끼는 제가 나일까요?
어린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고, 어른이 점점 나이가 들면서 늙어가고,
늙어가면서 어느 날 세상을 버리고 이 세상을 하직할 거라는 것을 알지요.
(물론 그 과정에 예기치 못하게 생명을 빼앗기는 일도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기는 합니다만...)
세상에서 맺은 인연들, 가족과 친구와 자녀들, 사랑하고 가까운 관계지만
그들이 내가 아니고, 내가 그들이 아니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죠.
나는 나일 뿐, 60억의 사람들 중의 고유한 한 사람.
이렇게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 같지만, 한 걸음 깊이 들어 가보면
정말 알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든 내 자신을 인식하면서 이 책을 열어 봅니다.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이 책은 수학과 공학, 과학이 발달한 나라, 인도공과대학출신의 저자 아닐 아난타스와미가 썼어요.
저자는 워싱턴 주립대학교에서 과학 석사학위를 받았는데요.
엄격한 과학적 접근방법과 빼어난 문체로 글을 써서 영국에서는 물리학저널리즘상과 최우수탐사저널리즘상을 수상했어요.
지금은 인도와 미국을 오가며 과학관련 글을 쓰며 살고 있답니다.
(자아의 여덟 가지 그림자) 라는 작은 제목을 가진 이 책.
나를 스스로 나답게 하는 건 무엇일까요?
내몸과 내 마음이 내거라면 나는 과연 누구일까요?
내 몸에 깃들어 있는 내 마음.
내 마음은 내 몸을 내 몸에 잠시 거주하는 것일까요?
이 책은 서문에서부터 깜짝 놀랄만큼 집중하게 합니다.
몸의 주인이 과연 누구인가.
나란 과연 누구인지,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책을 계속해서 읽고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프롤로그 도깨비에게 먹힌 남자
1장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2장 누가 '나'의 이야기를 방해하는 가
3장 한쪽 다리를 버리고 싶었던 남자
4장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해줘
5장 마치 꿈속인 듯 살아가는 사람들
6장 자아의 걸음마가 멈췄을 때
7장 내 곁에 또 다른 내가 있다면
8장 지금 여기,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에필로그 아무데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나
옮긴이 후기; 철학이 묻고 뇌과학이 답하다.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는 심리적인, 정신적인, 과학적인, 의학적인 사실들이 가득 실려 있어요.
'나의 영혼이, 나의 마음이 다리까지는 가지 않아. 이 다리는 내 다리가 아니야.
그래서 나는 이 다리를 잘라내야 돼!!!
라는 생각을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이런 병을 앓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를 하고 있어요.
자신의 한쪽 다리를 절대 자신의 다리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살아온 사람들.
튼튼하고 짱짱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그 다리가 너무나 불편하게 느껴져서 평생 괴로워 하며 살아온 사람들.
결국은 그 다리를 잘라낸 사람(패트릭과 데이비드)도 있어요.
(자기 나라에서는 수술이 안 되어서 동양의 작은 나라에 와서 (일반 사람이 볼 때) 그 멀쩡한 다리를 잘라낸 거예요.
다리를 잘라내고 나니 평온함과 행복감이 밀려 왔다고 했어요.
그의 인생에서는 다리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이기 때문에 다리 하나 잘라내도
마음이 튼튼해지니 그것으로 해결이 되었습니다.
정말 저로선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이야기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니... 그렇구나...해봅니다.
몸의 각 부위에 대한 느낌이 변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우리가 자신의 몸을 경험하는 방식이 다양한 감각을 끊임없이 통합하는 역동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신체 부위의 상대적인 위치에 대한 내면의 감각을 주는 관절, 힘줄,
근육들로부터의 감각(자기 수용성 감각)과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정보가 결합되어 내 몸이 내 것이라는 느낌을 주고요.
이런 느낌이 자기감을 이루는 중대한 요소이며 상충되는 감각정보가 뇌에 들어올 때
우리는 무언가가 잘못됐다고 알아챈다는 것이지요.
몸과 마음은 하나인 듯하지만 또 하나가 아닐 때도 있어요.
그렇다면 몸이 먼저일까요? 마음이 먼저일까요?
뇌가 우선순위일까요?
뇌도 따지고 보면 몸의 일부분인데요? 뇌 속에 마음이? 심장 속에 마음이?
감정이라는 것에 관해 알아내려면 우리는 얼마나 더 파고 들어가야 할까요?
감정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어요. 영원히 나는 내가 낯설 것이다.
아...낯 선 나... 생각을 해봅니다.
나에 대해 내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내가 나를 다 아는 건 아니지요.
뇌가 몸 내부와 외부의 다양한 모든 감각을 결합시키고, 즉 촉각이나 시각, 전정계와 자기 수용성 감각 등을 결합시켜
하나의 신체 지각(하나의 개체 그 자체로서의 몸에 대한 느낌, 곧 신체적 자아)을 이루고
이것이 학습과 행동의 기초가 된다고 하고 있어요.
이런 뇌를 가지고 자극을 수용하고 반응하는 나를 지켜봅니다.
여러 감각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어떤 장애라도 생길 경우엔 단지 자극과 몸에 대한 지각만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인지에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하니 제가 제몸의 느낌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면,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제 자신이 누군지 알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에서는 조현증과 자폐증 그리고 유체이탈 경험과 이인증이라는 병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요.
나를 지켜보고 있는 또 다른 나. 내가 나인지, 지켜보고 있는 또다른 내가 나인지도 헷갈린다는 이 이인증 같은 병,
여러가지로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정신적인 병들로 고통받는 분들이 하루 빨리 낫기를 바래봅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온전히 알고 싶을 때, 정신이란 무엇인지 알고싶을 때마다,
이 책을 펼치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책을 읽는 '나는 누구인가?' 지켜보며 이 책을 덮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네이버 카페<북뉴스>를 통해 <더퀘스트>가 제공해 주신 책을 읽고 이 글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