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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감각 - 이상하고 가끔 아름다운 세계에 관하여
미시나 데루오키 지음, 이건우 옮김 / 푸른숲 / 2024년 8월
평점 :

세상이 자분자분 잡화화 되어가는 기분이 든다. 풍요로워져서 물건 종류가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잡화로 여기지 않았던 것들까지 줄지어 신분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예쁜 잡화들이 감각적으로
놓인 표지에 반해버린 잡화감각.
잡화에 관한 예찬이나, 설명이나, 모음 따위가
모인 글인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저자가 바라보는 잡화,
그 방대한 세계를 단번에 이해하기란
다소 어려웠지만 그만큼 신비롭기도 했다.
잡화를 둘러싼 모든 것을 낱낱이,
잡화스럽게 풀어놓았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
잡화란

그렇다면 잡화란 무엇인가? 까다로운 질문에 미리 생각해둔 치사한 답을 내놓자면, 잡화감각에 의해 인식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말하겠다. 즉 사람들이 잡화라고 생각하면 그게 바로 잡화다.
지금 내 주변에 잡화를 찾아보니
충전기, 부채, 수첩, 얼굴 마사지 스틱 등이 있다.
음, 목걸이도 잡화인가? 그렇다면 전기포트는?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다 보니
잡화란 개념도 조금 모호해진다.
저자는 나와는 달리 잡화를
"잡화감각에 의해 인식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잡화감각이란
잡화라고 생각하는지 아닌지를
정하는 개념이라 한다.
이러한 잡화감각은
'이미지의 낙차'에 의해
물건을 고르는 감각인데,
쉽게 표현하면 '겉모습을 보고
고르면 이미 잡화'라고 해설사가 설명해 준다.
이런 방식이라면 우리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것은 잡화가 아닐까.
잡화로 시작된 사유 여행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은 그저 책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낮에는 책의 얼굴을 하고 있다가 밤에는 잡화로 변하기도 하고, 서점에서는 잡화인 척하고 있었는데 집에 데려와 보니 책이 되어 있기도 하다.
잡화로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한다는 건지 의아해할 수도 있다.
단순히 예쁘고, 귀엽고, 멋있는
잡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넘어
물건에 대한 인식과 욕망과 허무함까지
사고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염려 마시길,
잡화의 매력은 차고도 넘치니까.
잡화의 매력에 빠질게 분명하니까.
세 가지 세상

이 세상은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잡화화된 곳, 잡화화 되어가는 곳, 잡화화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곳.
작가의 눈에는 잡화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문장이었다.
잡화병에 걸린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잡화와 잡화가 아닌 것들의
싸움이 벌어지는 곳이리라.
이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세상인가.
이런 세상의 이야기를 잡화에 대해
뭔가 깊이 연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하기보다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면 좋겠다.

그저 신선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정의 내리는 잡화와, 잡화화 되어가는 세상과,
그 세상에 녹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비교하며 읽을 수 있길 바란다.
그리한다면 보다 다른 사고와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한 번,
아니 두 번 더 읽으려 한다.
잘 읽었습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