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록이 좋아서 - 정원을 가꾸며 나를 가꿉니다
더초록 홍진영 지음 / 앵글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이 책에 직접적인 가드닝 비법 같은 건 없다. 다만, 정원을 가꾸며 느꼈던 소회를 소박하게 담았다. (중략) 정원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시간이다.
초록 향내를 가득 풍기는 책.
직접적인 가드닝 비법서는 아니지만
정원에서 쏟아지는 힐링을 담은,
초록이 좋아서는 그런 책이다.
흙이 주는 부드러움과 식물이 주는 치유,
그것이 한데 어우러진
그녀의 정원에 당신을 초대한다.
추천대상

빌딩 숲 사이에서 지친 사람,
초록 내음이 담뿍 담긴 문장이 필요한 사람,
정원을 가꾸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
자연이 주는 치유를 믿는 사람,
정원을 가꾸는 일상이 궁금한 사람.
모두 환영이다.
각 계절별로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정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추위를 이겨낸 봄꽃

사실 튤립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봄꽃이 그렇다. 봄에 피는 꽃들은 모두 긴 겨울을 견뎌내야 비로소 풀어볼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자 환희다.
봄은 자연이 환호하는 계절이다.
곧 다가올 가을도 정말 좋지만,
봄의 설렘은 그 어떤 계절도 이기기 어렵다.
그리고 봄을 설레게 하는 것은
겨울을 견뎌낸 봄꽃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추위를 이겨내야 꽃을 피운다는 튤립처럼,
(튤립의 뿌리는 추위를 거치지 않으면 꽃을 피워내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의 인생도 추위를 이겨내야
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더 화사하게, 더 아름답게, 더 풍성하게.
자족하는 삶

많이는 아니고, 매일 조금씩 열리는 대로 남겨진 대로 먹는 것. (중략) 자연스럽다는 건 결국 조금은 부족하고 느릿한 게 아닐까. 작은 것들로 자족하는 기쁨을, 나는 여름 한가운데서 아이와 함께 배우고 있다.
저자는 매일 조금씩 열리는 대로
남겨진 열매를 먹으며 자족한다 전한다.
어쩌면 우리의 삶에 약간의 부족함과 느림은
불평과 불만이 아닌 감사하는 삶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연이 그러한 삶을
그녀에게 선물해 주었다.
우리가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오히려 지나치게
풍요로운 삶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불확실성에대한 인내

종종 불확실성의 폭풍을 견딜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 기다림은 지침이 아니라 설렘이라는 것. 그리고 소중한 것들은 천천히 자라나니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 3년 만에 꽃피운 작약의 선물이다.
나는 불확실함을 버거워하는 사람이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 것이다.
불확실하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요소도 많고
인내도 필요하다는 거니까.
저자는 3년간 꽃을 피우지 않다가
3년 만에 꽃피운 작약을 보며,
기다림과 설렘을 배웠다고 한다.
소중한 것들은 천천히 자라나니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이 문장에 울컥했다.
12월생인 딸,
그 딸이 학교에서 뒤처지고 밀리고 치일까 봐,
늘 채근하고 닦달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조바심 내지 말자.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딸만의 꽃을 피울 날을 기다리자.
무수한 정답

이제 어떠한 문제에도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기로 했다. 한 번 옳은 답을 골랐으니 앞으로도 괜찮은 답을 낼 수 있겠지. 하나의 문제에 무수한 정답이 있을 테니, 더더욱 걱정하지 않는다. 혹여 오답을 고르더라도 상관없다. 거기서도 배울 점이 있을 테니까.
신경이 날카로운 나, 불안하고 예민한 나.
한참 이런 나에게 평온함을 주기 위해
허브를 종류별로 집 베란다와
직장에서 엄청나게 키웠다.
수경재배까지 해가며
여기저기 나눠주고 선물하곤 했는데,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허브들이
강제적 천국행 티켓을 끊었다.
거의 죽음 직전에 이른
마지막 로즈마리를 보면서,
얘라도 살리자 싶어 아는 분께
눈물을 머금고 선물했다.
그리고 얼마 뒤, 그분의 정원에서
전투적으로 자란다는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뒤 몇 번의 식물 키우기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
나의 식물 키우기는 오답투성이였다.
하지만 괜찮다.
거기서도 배울 점이 있을 테니까.
떠나간 식물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열심히 배워서 다시 도전해 볼 요량이다.
다음번엔 정답이 되길 바라며.
그녀의 정원을 사진으로만 만나봤지만,
덕분에 초록 버프를 잔뜩 얻었다.
언젠가 나도 식물 키우기에 성공하면,
블로그에 꼭 올려야지.
잘 읽었습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