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읽지 않을 것을 알기에
인창 지음 / 하움출판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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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너가 읽지 않을 것을 알기에의 의미가

책을 읽는 독자를 향한 말인가 싶었다.

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

읽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마음이니까.

그런 뜻인가 했더니 그것은 아니었고.

아무도 바라보지 않을 때

가장 솔직한 마음이 나오듯

누구도 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솔직한 마음을 담은 시집이었다.

그런 솔직한 마음을 푹 담은,

복잡하면서도 꾸밈없는 이야기를

오늘 소개하고자 한다.




1. 너랑 나만은

너랑 나만은

사랑받음에 있어서는 거리낌이 없고

사랑 함에 있어서는 숨김이 없고

사랑 줌에 있어서는 인색함이 없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우리는 그런 사랑이 되어야지

너가 읽지 않을 것을 알기에

사랑을 주는 게 아까운 사람이 있었다.

이리 재고 저리 재고,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사람이 있었다.

결국 그런 사람과는 오래 가지 못하고 헤어지더라.

20대에 내가 만났던 이들을

모두 사랑했지만, 그렇다고 사랑 주는 게

아깝지 않은 사람은 몇 없었다.

이것을 '상처받기 두려워서'라는

말로 포장하긴 했지만, 글쎄.

나는 지금도 그때의 내 마음을 모르겠다.

거리낌 없이 숨김없이 인색함 없이

주는 사랑은, 뭔지 모르게 두려웠다.

그런 사랑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모두.

시간이 많이 흘러 사랑을 주고받는 것에

거리낌도 숨김도 인색함도 없는 사람을 만났다.

지금 이 사람을 만나려고 그랬나 보다.

그러니,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거나

하지 못한다고 해서 상심하지 않길.

그런 사람은 분명 나타날 테니 말이다.




2. 솔직한 마음

너가 읽지 않을 것을 알기에

한 자 두 자 적어 본 나의 마음

솔직한 마음

(중략)

너에게 보여 주기 무서워 숨어든 내가

발가벗은 채 살고 있는 이 종잇장만은

내 것임을 알기에

너가 읽지 않을 것을 알기에

너가 읽지 않을 것을 알기에

누군가 읽지 않을 것을 아는 글은

솔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낯부끄럽다.

언젠가 집 정리를 하면서 아주 오래전에

내가 쓴 일기를 본 적이 있는데

손발이 다 닳아 없어지는 줄 알았다.

오글거려서가 아니라, 너무 솔직해서 부끄럽더라.

그런데 시인은 그런 솔직함을 담아

시를 썼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이

너무나 대단하게 느껴졌다.

솔직함을 담은 시, 그런 시를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3. 모조품

모조품

(중략)

깜박이는 그 불빛은 별을 대신할 듯하지만

나는 다시 서러움 많은 생각뿐입니다

내가 꽃을 당신 보듯이 보는 건

그것 또한 같은 이유겠지요

너가 읽지 않을 것을 알기에

진짜는 아니지만 모조품으로 바라보는 꽃.

누군가 나의 모조품으로

꽃을 바라본다고 하면 어떤 기분일까.

잠시 부끄러울 수는 있지만,

뭔가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당신 보듯이 꽃을 본다는 것,

당신의 모조품으로 꽃을 본다는 그 마음 말이다.




4. 마무리하며

너가 읽지 않을 것을 알기에 안에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시가 있고,

조금은 추상적인 시도 있다.

그러한 시들을 읽으며

시인의 뒤엉킨 복잡한 마음이

반사되어 느껴졌다.

살아가면서 느낄 다양한 감정에

공감이 되기도 했고,

다양했던 인연들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감추었던

솔직한 감정의 얼굴들을 탁탁 털어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해야 하나.

상대가 읽지 않을 것을 아는 마음,

그 마음으로 숨김없이

토해낸 문장들을 차분히 들여다본다.

맑게 빛나는 그 마음으로 내 마음도 닦아야지.

잘 읽었습니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소중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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