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왔어
오진원 지음, 원승연 사진 / 오늘산책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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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태어나기 전부터

사랑했어요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왔어

이 책을 읽기 위해 오늘이 왔나 보다.

팍팍하게 메마른 삶으로 살지 말라고

내일은 오늘보다 부드러운 마음으로 살라고

딱딱하게 굳은 마음 말랑하게 녹여지라고.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지만

진하게 녹여 흘려보낸다.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만이 아닌,

세상의 모든 사랑과 이별을

꼭꼭 씹어 단단한 문장으로 빚어놓은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왔어.

오늘, 그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모순

지구가 이렇게 큰데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는 건 무음 같은 시간이었어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왔어

슬프지만 따뜻했고

눈물 나지만 위로가 되었으며

이별의 고통도 사랑의 추억으로 치환할 수 있었다.

어울리지 않지만 단짝일 수밖에 없는

이 모든 모순의 감정들을

잘 짜인 격자무늬 이불처럼 덮었다.

그 감정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2. 사랑에 빚진 마음

나를 사랑해 준 사람들을 기억하는 일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받은 소중한 인생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사랑에 빚진 마음으로 하루를 살고 깊은 사랑을 품는 마음으로 내일을 맞는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왔어

나를 사랑해 주었지만

세상에 남아있지 않은 이들을 기억하는 건,

때때로 너무나 힘이 든다.

가까운 사람부터, 조금은 먼 사람까지

마음의 거리만 조금 다를 뿐

그들에게 받은 소중한 사랑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있다.

그들에게 받은 사랑,

그들에게 받은 소중한 인생.

그 사랑에 빚진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야지.

그 마음을 품고 내일을 맞이해야지.

가끔 너무 힘들고 슬프더라도.




3. 사랑했던 사람

별에게 묻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했던 사람이 되고

우리였던 순간이

너와 나의 순간으로 나뉘는 시간

함께 걷던 모든 길이

아득하게 멀어진다.

(중략)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왔어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내가 대학교 때 만나던 남자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와 상당히 오래 사귀었는데

가끔 둘이 싸울 때면

그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위해

일부러 그런 말을 했다.

"진짜 너 사랑했다. 이젠 과거형인 거 알지?"

결국 그도 사랑했던 사람이 되었고

너와 나의 순간으로 나뉘었으며

함께 걷던 모든 길이 멀어졌지만

지금도 종종 그가 생각나곤 한다.

애정의 대상이 아닌 추억의 대상으로 말이다.

그는 어떤 여자를 만났을까,

그녀에게는 못된 말을 듣지 않고

예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4.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왔어

우리 가족에겐 무시로 세 들어 살던 집에서 쫓겨나 거처를 찾아다녀야 했던 방랑의 시절이 있었다. 숱한 냉대와 손가락질에도 가파른 언덕을 포기하지 않고 넘어온 것은 그가 우리의 바퀴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모되고 있는 것도 모르는 채 우리를 태운 손수레를 끌고 험한 길을 달려왔다. 스페어타이어 없이 혼자 버텨온 인생이었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왔어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이끌며 살던

오빠는 신장암을 선고받는다.

마모되는 것도 모른 채 가족을

태운 손수레를 홀로 끌었을 오빠의 삶과,

그 삶을 마음 아파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져 마음이 저렸다.

신장암 수술을 앞두고서

자신이 없더라도 가족이 살 집이 있으니

다행이라며 울음을 터뜨린 오빠.

그런 오빠와 병원 앞 공원을 오래 걸으며

그녀는 생각했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온 건 아닐까

더 늦기 전에 고마움을 말할 기회를 주려고

내일이 있는 건 아닐까'라고.

서로에게 남겨진 날이

얼마나 되려는지 알 수 없고 장담할 수 없으니,

늦지 않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오늘이란 시간이 기적처럼 다가왔다는 문장이

짙게 내려앉았다.

오늘은 기적이었다.

늦지 않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오늘이란 시간은 기적이었다.

우리는 그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5. 아름다운 사진과 아름다운 글

1. Legato

높이가 다른 음과 음 사이를 이어서

악상기호로 이루어진 챕터는 꽤 로맨틱하다.

책을 두 번 읽었다.

한 번으로는 그 진한 여운이 너무 아쉬워서.

아름다운 사진은 아름다운 글을 더 빛나게 했다.

아니, 아름다운 글도 아름다운 사진을 빛나게 했다.

서로가 서로를 빛나게 하는 책이었다.

사랑과 이별의 문장들은

서늘한 가을과 차디찬 겨울눈으로 마음에 밟혔다.

이별의 촉감이 어떤 계절과 닮았는지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글 속에서 밀려드는 슬픔이 눈물을 만들기도 했고

그 눈물이 주체가 되지 않아 작가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랬다가도 몽글몽글한 사랑의 문장에

뭉근히 미소 지어지기도 했다.


이별은 나에게 당신의 최선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진심을 다해준 당신의 마음을 헤아리며 이별을 보내주도록 말입니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왔어

몇 번을 되뇌어도 같은 여운을 남기면서

내 마음에 눅진하게 눌어붙었다.

그녀의 문장을 멋들어지게 소개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건 불가능했다.

내겐 그런 능력이 없다.

그래서 그저 내가 느낀 감정만

주저리주저리 풀어놓는다.

내가 느낀 감정을 당신이 느껴주길,

그래서 함께 그녀의 문장을 읽으며

공감할 수 있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소중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너무나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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