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실, 외갓집 가는 길 - 202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 발간 기금 사업 선정
김경순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6월
평점 :
절판


추억이 그리운 날, 이야기가 고픈 날.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

나는 그런 날엔 어릴 적 거닐던 시골길과 산길,

캄캄한 하늘에서 빛나던 별을 떠올린다.

지금보다 훨씬 궁색했고, 가진 것 없던 그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의

향기와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건

나뿐이 아니리라 생각한다.

​

흐느실, 외갓집 가는 길은

김경순 작가님의 고향을 담은 이야기다.

늘 마음으로 그리워하거나

정답게 느끼는 그곳을 고향이라 부른다며

이 책은 그 고향을 그린 책이다.




​1. 지친 누군가를 위하여

고향, 누군가는 인생 중간쯤, 혹은 마지막을 그곳에서 지내고 싶어 한다. 그만큼 고향은 지치고 아픈 영혼의 안식처이다. (중략) 《흐느실, 외갓집 가는 길》이 부디 고향을 그리워하는 모든 이에게 따듯하게 스며들기를, 그리하여 주술처럼 영혼의 안식이 깃들기를···.

흐느실, 외갓집 가는 길

저자는 고향은 지치고 아픈 영혼의

안식처라고 말한다.

​

인생의 어딘가쯤 섰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주저앉아 쉬고 싶을 때, 기억 저 너머의

추억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를 때 이 책을 추천한다.

​

사람은 현재를 산다고 하지만 가끔씩,

그리고 때때로 과거에 머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아주 잠깐 과거에 머물자.

​

추억 속 고향의 한 귀퉁이에 서서

잠시 기대어 쉬었다가 다시 돌아오자.

그거면 족하다.




2. 추억, 찰나의 기억

유독 커다란 솥뚜껑이 열리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 뿜어져 나오는 김 속에서 몽실한 찐빵을 만나는 그 순간은, 아마도 장터에서 엄마와 내가 허기를 달래던 그 먼 추억을 소환하는 일이기 때문이리라.

흐느실, 외갓집 가는 길

작가는 커다란 솥뚜껑이 열리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고 한다.

뿜어져 나오는 김 속에서 허기를 달래던

엄마와의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엄밀히 말하면 국민학교)

우리 시골집에는 부뚜막이 있었다.

​

할머니가 그 부뚜막에서 엿을 만들곤 하셨는데,

달큼한 냄새가 폴폴 풍겨 다 만들어지기만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

문제는 아빠가 장난으로 할머니가 엿물을 끓이시면서

그 수증기에 콧물을 빠뜨렸다고 하셨는데,

그 말에 충격을 받아 그 뒤로는

엿에 입도 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엿을 먹진 않는다.

​

당시에는 충격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기억은 추억이자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엿을 볼 때마다 할머니의 콧물과

수증기가 떠오른다.




3.흙길을 거닐며

예전에는 흙길이었기에 비가 오기라도 하면 걷는 것도, 차로 다니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걷다 보면 양옆으로 피어난 야생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이제 흙길은 시멘트 길로 바뀌고, 길섶도 정리가 되어 지저분한 나무들과 야생화들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흐느실, 외갓집 가는 길

내가 어릴 적 자주 걷던 길이 그러했다.

다른 길은 모두 포장도로였지만,

그 산길만은 비포장도로였다.

산의 가느다란 길을 따라 빙 둘러 가면

집으로 가는 길이 더 멀었지만,

나는 그 길을 좋아했다.

​

산길 옆으로 피어난 꽃들과

주렁주렁 열린 산딸기를 톡톡 따서

먹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이다.

​

한번은 내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는데,

그 길을 지나오며 산딸기를 안 아름 따온 적도 있다.

​

지금은 그 길까지도 모두 포장도로로 바뀌었고

더 이상 산딸기도 볼 수가 없다.

나는 아직도 가끔 그 길이

깔끔한 시멘트 길로 바뀐 게 너무나 아쉽다.




4. 마무리하며


흐느실, 외갓집 가는 길은

계절별로 생동감 넘치는 고향의 모습을

글로 만날 수 있다.

​

읽고 있으면 마치 나의 고향인 듯 마음이 설렌다.

비록 그곳이 저수지로 만들어지면서

물속으로 사라져버렸다지만,

동네 꼭대기에 있던 외갓집만은

덩그러니 남았다는 저자의 말에

묘한 안도감과 쓸쓸함을 느꼈다.


​

더 이상 나의 고향도 내가 기억하던 고향이 아니다.

너무나도 많이 바뀌고 변화해

가끔은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

가끔 꿈속에 고향 집이 나올 때면

아침에 일어나 마음이 저릿저릿할 때도 있다.

​

저자는 모든 것을 지우고,

새롭게 또 다른 것을 창조해 가는 것이

세월이란 말인가라고 말한다.

그러니 추억이란 영원히 아름다운

신기루로 남는 것인가 보다라고 덧붙인다.

​

아름다운 신기루로 내 추억 속에

남을 고향을 떠올리며, 조용히 책을 덮는다.

잘 읽었습니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소중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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