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일기
경국현 지음 / 부크크(bookk)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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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질병 백혈병.

반갑지 않은 그 손님을 마주하고

죽음이 가까이 왔음을 느끼는 매일.

그 하루를 살아내며 쓰인 글이 아부지 일기다.

한때는 경영과 부동산,

사업과 겸임교수로 누구보다

바쁜 삶을 살았던 저자이지만,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서며

삶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한다.

만약, 오늘 갑자기 내가 죽는다면

나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나는 죽음에 대해 늘 고민하고 생각해 왔다.

내 인생의 멘토 되셨던 분이

너무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시고,

시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그 고민과 사유는 더 확장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죽음을 더 자주 생각한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의 심경을

나는 결코 알 수 없겠지만,

적어도 그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속에 담는다면

나의 삶이 조금이라도 달라지지 않을까.

나는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삶의 벼랑 끝에서 기록된 이야기,

죽음과 함께 숨을 쉬며 겪었을

그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다소 신랄하면서 예리한 문장들에

깜짝 놀랄 때도 있었지만,

곱씹어 생각할수록 그 예리함에

경탄이 나오기도 했다. 그것이 사실이니까.

오늘은 그 예리한 죽음의 사유를 소개하고자 한다.




백혈병, 불행과 행복의 시작이 되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죽음을 알아야 한다. 산다는 것은 죽음으로 가는 여정이기 때문에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행복을 느낄 수 없다.

사람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 하루를 산다는 것은 그 시간만큼 죽음으로 가까이 가는 것이다.

아부지 일기


백혈병을 만나고 불행을 느꼈지만,

행복도 느꼈다는 저자의 말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과연 우리는 죽음 앞에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이미 이 땅에 태어났다는 것은

죽음에 한걸을 내디뎠다는 것,

곧 죽음으로 가는 여정에 올랐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죽음이 마치

타인의 것인 것처럼 관망한다.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싶다면,

우리 죽음을 보다 똑바로 알아가자.

그 시간이 괴롭고 슬프더라도,

이내 곧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술도 이런 마술이 없다. '내 손에 있다.' 생각한 그것이 사라졌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모래밭에 뿌려진 물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처럼, 내가 손에 쥔 것이 사라지고 있다.

아부지 일기


성공이라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50년을 살아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감쪽같이 사라진 삶.

그 삶을 두고 마술같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인생이란 그런 것일지 모르겠다.

어느 날 갑자기 손에 쥘 수도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손에서 빠져나가

사라져버릴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인생을 조금 다른 각도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손에 쥐려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삶으로 바뀌어야 한다. 운명으로 주어진 시간을 즐겨야 하는 이유다. 초조, 불안, 걱정으로 보낼 시간이 없다. 시간에 대한 낭비다. 나에게는 찰나의 시간밖에 없다. 아끼지 말고 소중하게 써야 한다.

아부지 일기


나이를 들어갈수록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중이다.

20대 때는 시간이 유한함을

그다지 크게 느끼지 않았다.

젊은 날에 놀아야 가장 재미있게 논다는 일념 하나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적당히 소비했다.

그렇게 매일 사라질 유희를 쫓아다니고,

시간을 마구 쓰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시간을 신용카드 쓰듯이 막 쓰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51살에 청구서가 도착하고 말았다. 내일 죽는다면 1분 1초가 아까운 것이다. 공포와 두려움에 떠는 것도 시간 낭비이다. 죽음은 익숙한 모든 것과 이별하는 것이다. 슬프다고 슬픔에 젖어 시간을 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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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은

그때의 내 모습을 조금 후회한다.

조금만 후회하는 이유는,

많이 후회해 봤자 소용도 없고

이미 돌이키지 못할 것을 알고 있으며

후회만 한 시간 낭비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후회한다.

과거의 모습을 다시 한번 반복하지 않도록.

남은 시간을 매 순간 소중히 여기자.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쓰자.

그것이 바로 시간에 대한, 내 삶에 대한 예의다.






우주에서 내가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고, 너와 내가 만난 것을 인연이라 하는 그 자체가 지나친 해석이다.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중략) 인연은 내가 나에게 부여했을 뿐이다. 나를 구속하고 있는 오랏줄이다. '내가 왜 스스로 나를 묶었지' 의미 없는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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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아닌 그냥 존재하는 것,

그것이 너와 나의 관계라고 말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인간관계에 얽매여

스스로를 묶는다.

그 관계는 인연이 되기도 하지만 악연이 되기도 하고,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고통을 주기도 한다.

죽음 앞에 그는 자신이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그냥 존재하는 만남을 인연이라

확대해석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관계를 구속과 매임으로 만드는 것은 스스로다.

그냥 존재하는 너와 나,

그렇게 자유로워진다면

우리는 좀 더 세상을 유연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내 삶은 불행했었다. 삶에 대한 '앎'이 없으므로 내 인생을 통제하지를 못하였다. 세뇌당한 학습은 '앎'이 아니었다. 왜 사는지를 몰랐으니 불행이 무엇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남은 인생은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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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는지를 몰라 불행이 무엇인지도 몰랐다면,

그것은 과연 불행일까 행복일까.

불행을 알지 못했으니

아애 불행이라고도 못하겠지만,

반대로 행복 또한 알지 못했으니

행복이라고도 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그는 백혈병이라는 질병을 만나고 나서

자신의 삶이 불행했음을 알고

이젠 행복한 사람을 살아가겠다고 선언한다.

비록 백혈병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남은 인생은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그의 말은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백혈병과 치열한 전투를 했던 아부지 일기.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행복과 불행이 무엇이며

인생 선배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경국현 작가의 에세이 아부지 일기

한번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의 치열한 이야기는

허투루 보낸 시간에 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오늘을 잘 살아내길,

이 순간을 기쁘게 살아내길.

당신의 찰나가 빛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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