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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버섯 - 제3회 사계절그림책상 수상작 ㅣ 사계절 그림책
정지연 지음 / 사계절 / 2023년 11월
평점 :

오랜만에 아주 신비롭고
재미있는 그림책을 만났다.
초록색을 잔뜩 머금은 책 사이사이로
분홍색의 귀여운 버섯들이 빠끔 고개를 내민다.
그 사이를 경쾌하게 가로지르며
뛰어가는 사슴들과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마음속 웃음 단추가
간질간질 거리는 책.

오늘은 제3회 사계절 그림책상을 수상한
작은 버섯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참고로 이 책은 현재 '10월 28일 기준'
알라딘 화재의 책에 선정되었다.
우연히 동시집 하나를 사려고 알라딘에 들어갔다가
화재의 책에 명단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작은 버섯이 솔방울을 두드림으로 깨어나고 성장하며 온 세상을 뒤흔든다. 숲속에서 빅뱅처럼 벌어지는 일을 작고 큰 존재들의 아이러니로 그려 낸 작품이다. 작은 것이 크게, 큰 것은 다시 작은 것을 깨우며 에너지를 전환하고 서로에게 생명의 기운을 나눈다. 서현·송미경·이지은(제3회 사계절 그림책상 심사위원)
이야기는 하늘에서
작은 솔방울이 땅으로 쿵 떨어지며 시작된다.
글자마저 함께 솔방울과 낙하하는 기분이 들어,
발끝을 옴짝 거리게 된다.
"솔방울은 땅에 떨어져서 참 아프겠다"
라며 아이에게 말하는데,
다음 장을 넘기니
'아뿔싸!' 말을 정정해야 했다.

흙이 아프단다.
솔방울이 떨어진 자리에
옴폭 패인 자국은,
내 머리마저 얼얼하게 만드는 것 같다.
아이는 "아, 땅도 아프겠다"라며
까르르 웃는다.
땅의 놀란 표정이 얼마나 놀라고
아팠는지 실감 날 정도이다.
생각해 보면 왜 우리는
떨어지는 것만 아프다고 생각을 했을까.
그 떨어지는 것과 부딪히는 땅도
적잖게 아플 텐데.

그리고 우연히 땅을 아프게 했던
솔방울의 낙하로,
작은 버섯은 땅 위로 쑤욱~! 솟아오른다.
작은 버섯은 비도 맞고,
자신에게 놀러 오는 곤충들과 어울리며
폴폴 홀씨를 날린다.
폴폴폴 세상을 가득 채울 만큼
자신의 홀씨를 날린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이 버섯을
중심으로 어떤 서사가 펼쳐지나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또 한 번 반전이 일어난다.
열심히 홀씨를 날리고 있는 버섯을
아무렇지도 않게 톡 뜯어먹어 버리는
사슴의 모습에
아이도 나도 둘 다 어벙해졌다.
'어랏, 버섯이 주인공이 아니었네'.
그다음 장면부터는
우리 아이와 나의 웃음 버튼을 재생시켰다.
커다란 사슴이 작은 버섯을 먹고,
기분이 좋아진 사슴이
타닥타닥 달리기를 하고,
그로 인해 흙 속에서
버섯들이 쏘옥쏘옥 올라오고,
그 작은 버섯들을 다른 사슴들이 맛있게 먹고.
버섯을 먹고 나면
사슴이 기분이 좋아져서 뛰고,
사슴이 뛰고 나면
그 자리에서 버섯들이 솟아나고
그 장면들이 반복되며 재미가 더해졌다.

그리고 밤이 커다란 숲을
꿀꺽 삼켜버리며
이야기가 끝나는 듯했다가,
작은 벌레의 등장으로
아이는 또 까르르 웃는다.
가장 좋았던 장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마지막 장면을 꼽을 정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그림책을
쭈구리고 앉아 또 보고 또 보는 걸 보니,
정말 재미있나 보다.

처음에는 그저 웃으며 그림책을 보았는데
이 책, 볼수록 매력이 있다.
아이는 그림책을 보며,
버섯의 홀씨가 무엇인지
어떻게 퍼져나갔는지
사슴들이 왜 좋아했는지
종알종알 질문을 한다.
온몸으로 버섯이
홀씨를 어떻게 날렸는지
표현해 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또 까르르 웃는다.
요즘 아이가 동시에 푹 빠져 있는데,
글의 구성이 동시 같아
더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쉽고 간결하지만 확실한 전달력이 있었다.
덕분에 읽고 또 읽는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지, 읽을 때마다 웃는다.
복잡하지 않은 그림체는
아이가 따라 그리기에도 딱 좋았다.
(참고로 우리 아이는 그림 따라 그리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림책 하나에 별 내용이 있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큰 오산이었다.
솔방울은 작은 버섯을 깨우고,
버섯은 사슴을, 사슴은 숲을 깨우며
초록의 에너지로 꽉 채웠다.
아이는 솔방울을 통해
버섯과 자연의 섭리를 배우고,
나는 솔방울을 통해 내 인생을 되돌아본다.
발랄하면서 경쾌한 에너지가
가득 담겼던 정지연 작가님의 작은 버섯.
당신에게도 초록 에너지가 가득 차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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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소중한 도서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