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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의 남자
김조안 지음 / 좋은땅 / 2023년 9월
평점 :

아마도 그 여자는 이 책이 나오면 쥐구멍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보잘것없는 글이지만 단 몇 줄이라도 어떤 이에게 웃음을 주고 공감이 되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째서 책 제목이 7시의 남자인가'의
의문으로 시작해, 웃음과 잔잔한 찡함으로
책을 덮었던 7시의 남자.
보잘것없는 글이지만 단 몇 줄이라도
웃음과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는 그녀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해 질 녘 시간이 기우는 시간,
마음이 낭만으로 차오르는 시간,
그 시간에 그녀에겐 어떤 마법이 일었던 것일까.

그날도 오전 11시, 오후 3시, 오후 7시
하루 세 번의 선 자리가 약속되어 있었다.
(중략) 운명은 그렇게 7시의 남자와 이어졌다.
결혼 적령기에 하루 3번의 선 자리에서
마지막 남자였던 7시의 남자는,
그렇게 그 여자와 일생을 함께 하게 된다.
그 남자는 어떤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여자는 오전 11시의 남자와
오후 3시의 남자가 아닌
오후 7기의 남자를 선택했을까.
오늘은 그 남자의 이야기와,
그 여자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 남자의 이야기

그 남자의 특징
1. 화가 많은 남자
2. 화를 내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
3. 화를 내고 금방 잊어버리는 남자
책 속의 남자는 '남편'도 아닌,
'배우자'도 아닌 '자기'나 '오빠'와 같은 명칭은
더더욱 아닌 '그 남자'로 지칭된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된다.
나와 함께 살고 있지만,
전혀 결이 다른 그 남자.
우리 집에도 하나 있다.
가끔 얄밉고, 화딱지 날 때도 있는데
'그 남자'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건 뭘까.
'그 남자'라는 단어 하나로
이해의 폭이 되려 넓어진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90% 이상의 여성들은
이 책에 나오는 남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기 집 남자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아, 90%는 좀 심한가? 그럼, 70% 이상?!

그 남자와 살면서 괴로움도 있었지만
기쁨 또한 많았고 고마운 것도 많다.
자신의 남자를 이렇게까지
몽땅 까발려도 되나 싶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쁨과
고마운 것도 많다고 그 여자는 말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몇 십 년을 따로 살다가,
한 집에서 맞추어 살다 보면
당연히 괴롭기도 하고 힘듦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기쁨도 있고 고마움도 있고,
행복도 있기에 우리는
또 하루를 함께 살아가겠지.
담담하면서도 시원하게
그 남자의 이야기를 툴툴 털어내는
그 여자의 화법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 나온다.
그리고 나는 그에 공감과 위로를 받으며
나의 그 남자를 바라본다.

어렸을 때 생각으론 60이 넘으면 할머니라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막상 이 나이가 되어 보니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친구가 말했다.
"철든 소녀"라고···.
나는 서른 살이 넘으면
여자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인생 끝나고도
10년을 더 살고 있다.
스무 살의 마음과
서른 살의 마음과
마흔 살의 마음이
어떻게 다르냐고 묻는다면,
나 또한 그냥 조금 철이 더 들었을 뿐
크게 달라진 건 모르겠다.
그리고 작가의 말처럼
내가 할머니라 떠올리는 그 나이에,
지금과 그다지 다르지 않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겠지.
조금 철이 든 소녀일 뿐,
큰 차이는 없겠지.
아직도 내 마음은
스무 살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순간 마음 한구석이 쌀쌀해진다.

이해가 안 되면 굳이 이해하려 하지 말고
이해 안 하고 살면 된다.
살아가는데 어찌 날마다 좋은 일만 있으랴.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는 거지.
꼭 부부 사이만 아니더라도,
이 말은 모든 이들과의
인간관계에 적용이 된다.
'이해'라는 두 글자를
도저히 적용시키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그냥 이해하지 말자.
이런 날이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것처럼,
사람이라고 어찌 다 같을까.
그것이 나의 시간과 인생을
아끼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예순이 넘은 그 여자는 생각한다. 잘 견디고 잘 참으며 잘 살아왔다고.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그래서 후회도 없다. 이것이 그 여자의 승리다. 나머지 인생도 그 여자처럼 그 여자답게 그 여자가 정답이다.
요즘은 이런 말이 있다. 3개월 사랑하고 3년을 싸우고 30년을 참고 산다고 이게 결혼 생활이다.
3개월을 사랑하고 3년을 싸운다는 말을
나는 아주 공감한다.
물론, 이후로도 지금까지 사랑하고 있지만
본문에서 말하는 사랑은
그 사랑과는 조금 다른 결이 다른 사랑이다.
내가 존경했던 분께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지금도 아내분을 보면 심장이 뛰고 그래요?"
그랬더니 그분이 하신 말씀이
"그러면 심장에 병이 걸린 거야.
지금은 예전처럼 심장이 뛰진 않아도,
커다란 나무처럼 서로를
의지하고 기대며 살고 있지.
그게 더 깊은 사랑이란다."
이젠 그 말씀을 알겠다.
3개월을 사랑하고 3년을 싸우지만,
그 사람의 단점보다 장점을
더 바라보려고 노력하며
30년을 참고 살 수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깊은 사랑이란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내가 그러듯, 그 남자도 그렇겠지.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공감으로,
때로는 위로로 손을 건네주었던
7시의 남자는 앞으로 나의 '그 남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슬쩍 힌트를 준다.
앞서 함께 한 시간은 10년,
(10년이란 단어에 혼자 깜짝 놀랄 정도로
아직까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쭉 행복했으면 좋겠다.
함께 영글어가는 인생이 되길,
그리하여 나도 60의 어느 날
이렇게 지나 온 나의 시간을 책으로
내 보길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