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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잠 못 들고 있었군요 - 불행하지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은 밤
은종 지음 / 프리즘(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9월
평점 :

걱정이 많거나,
마음에 무거운 짐이 있을 때.
그날 밤은 쉬이 잠들기 어렵다.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다 보면
시곗바늘은 한참을 내달리고,
새벽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할 땐
한숨이 푸욱 새어 나온다.
그런 밤, 누군가 나에게 문을 두드리며
"당신도 잠 못 들고 있었군요"라며
인사를 건넨다면 어떨까.

그런 기분이었다.
잠 못 드는 그 밤에
"괜찮아, 잘될 거야"라는 말 대신,
"나도 그래"라는 말로
토닥토닥 마음에 온기를 전해 받는 기분.
남들은 두 다리 뻗고 잘 자고 있는데
나만 바보같이 이러고 있다는
자학 어린 마음을 덮어주는 문장들.
그런 이야기들이 담뿍 담겨있다.
누군가 불행하냐고 묻는다면
"불행하진 않지만 행복하지만도 않아"라고
말할 당신이라면
이 책을 만나보았으면 좋겠다.
오랜 시간 명상과 마음 닦음으로,
사람들에게 따스함을 건네준 이의
문장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오늘은 잠 못 드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혼자만 절박하고 아프고 슬퍼서
잠 못 든다 생각하면 더 외롭고 힘겹다.
나를 아프게 하는 생각은
처음에는 슬며시 다가와 날카롭게 파고든다.
흔히 땅굴을 파고 들어간다고 하는데,
그 땅굴을 혼자만 파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처럼 고독하고 괴로운 일이 없다.
나만 미련해 보이고,
뒤떨어지는 것 같고,
나만 아프고 슬프다는 생각에 몸서리쳐진다.
그리고 그 생각을 넘어서면,
행복한 그 누군가를 보기만 해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너는 왜 그렇게 행복해?"라는
공격적인 생각은,
나 자신이든 타인이든
누군가를 해치게 되어있다.

하지만 기억하자.
잠시 숨을 고르고 눈을 감아보자.
사실 이 세상엔 알지 못하는 이유들로,
잠 못 드는 밤을 지새우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나 혼자만 절박하고 아프다고 생각될 때,
더 외로워지고 힘겨워지는 것이다.
그러니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고통과 상념을 함께 나누며,
조금 덜 슬퍼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지나간 과거에 대해서는 돌아보지도,
후회하지도 말자.
그땐 그것이 가장 최선이었으니까.

때때로 죽음을 떠올리는 것은
우리 삶이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
죽음이라는 것은 참 기괴하다.
두렵고 공포스럽고 눈물 나지만,
그 존재는 우리 삶이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이 땅에 태어남과 동시에
필연적으로 함께 가지고 가야 할 존재이니
너무 괴로워하지 말자.
나는 이 부분을 떠올리고 또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지나간 죽음에 대한 애도에 빠져,
현재를 허우적대고 미래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우리는 알지 못한다.
미래의 모든 것은 변하고,
무엇이 좋은지 나쁜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 현재를 살아가자.
우리는 오로지 현재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니까.

"좋아"
"아주 좋아"
"나쁘지 않아"
작가의 가까운 지인이
무엇인가를 평가할 때
이렇게 3가지로 표현한다고 한다.
평범한 것은 "좋아",
좋은 것은 "아주 좋아",
좋지 않은 것은 "나쁘지 않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에 나쁜 것이라고는 없을 것 같다.
우리는 보통 평범한 것에는
"나쁘지 않아",
(때로는 평범한 것에 별거 없는 것,
그저 그런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좋은 것에는 "좋아",
아주 특별하게 좋아야
인심 쓰듯 "아주 좋아"를 쓴다.
더불어 나쁜 것에는
온갖 부정적인 단어를
갖다 붙여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좋아, 아주 좋아, 나쁘지 않아"
얼마나 심플하고 좋은 표현인가.
나도 오늘부터 연습해 봐야겠다.
"좋아, 아주 좋아, 나쁘지 않아".

사실 자신의 욕구를 아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마지막을 이렇게 매듭짓는다.
자신의 욕구를 알고 인정하여
자기 인생을 살라고.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일 것이다.
나의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은 것.
내 인생을 산다면 과연 불행해질 수 있을까.
당신, 온전히 행복할 수 있길 기도한다.

괜찮다고, 혼자만 힘든 게 아니라고,
우리 모두는 흔들리며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라고.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똑같이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용기가 솟는다.
우리 모두는 흔들리며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다.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고,
때로는 철퍼덕 자빠질 것처럼
기울어지기도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사실은 꽃이라는 거다.
나도 흔들리고,
당신도 흔들리고,
우리 모두 흔들리며 피어날 꽃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당신은 분명히 피어날 것이니,
용기를 가지고 오늘 하루도 살아가길 바란다.
아니, 우리 함께 오늘을 살아가 보자.
흔들리는 이 세상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