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위한 메르헨 청소년 북카페 4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울리케 묄트겐 그림, 정초왕 옮김 / 여유당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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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 Märchen vom Glück
by Erich Kästner with illustrations by Ulrike Möltgen

이 책은 독일의 대표적인 어린이책 작가인 에리히 캐스트너가 1947년에 쓴 단편소설을 그림책으로 탄생시킨 작품이다. 풍자와 촌철살인의 대가인 에리히 케스트너의 글에 울리케 묄트겐의 심오한 그림이 더해져 독자에게 상상과 해석의 여지를 준다. 글과 그림을 읽고, 덮고, 생각하고 다시 읽기를 반복하게 한다. 충분히 읽고 생각한 후에는 '행복'에 관한 나만의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속표지의 그림은 행복에 관한 답을 찾고자 하는 독자에게 주는 힌트가 아닐까? 남자의 그림자는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클로버이다. 독일어로 '행운(Glück)'은 '행복'을 뜻하기도 한다. 그림 속 남자의 그림자만 네잎클로버일까? 스스로 알아차리면 볼 수 있는 네잎클로버 그림자가 우리에게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림자가 무의식이라면 남자는 행운이라는 긍정의 무의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행운의 무의식을 갖고 있다면 어떤 순간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림책에는 어느 한낮, 세상을 원망하며 공원의 초록빛 벤치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남자에게 한 노인이 세 개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시작하는 화자 1이 나온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화자 2가 나오는데 읽다 보면 독자도 화자 2가 된 느낌이 든다. 그럴 때 화자 1은 작가인 셈이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독자 스스로 생각해서 찾아야 한다.

우리가 잘 아는 고전 동화 <세 가지 소원>을 작가는 또 다른 버전으로 풀어낸다. 그림책에서는 1,2,3 숫자들과 3을 나타내는 독일어 단어 Drei가 그림에 자주 등장해 소원은 세 개뿐이라는 것을 계속 상기시킨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노인을 믿지 못하고 화가 나서 꺼져버리게 하는데 첫 번째 소원을 쓴 남자는 노인을 다시 소환하는데 두 번째 소원을 써버린다. 이제 남은 소원은 단 하나. 남자의 세 번째 소원이 궁금하다면 실물 책에서 확인해 보길 바란다.

그림책에는 네잎클로버 외에도 파란 나비, 종이학도 보인다. 모두 행운의 상징이다. 나는 모르지만 행운은 늘 내 가까이에 있다는 뜻일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산타처럼 생긴 노인은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귀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짜로 소원 이루게 해주지는 않더라도 이룰 수 있도록 깨달음을 주거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는 조력자가 있다면 그 역시 이 소원 산타 같은 사람이 아닐까?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시 앞으로 가서, 행복이 매일매일 한 조각씩 잘라먹을 수 있는 저장용 소시지인 줄 아는 인간들은 멍청한데 나는 예외라고 말하는 장면을 다시 찾아보게 된다. 왜 노인이 자신은 예외라고 했는지, 왜 소원 하나를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만만하게 얘기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1.마치 엉덩이에 생긴 종기처럼 인생이 고통스러웠던 적이 나에게도 있었나?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책이 불태워지고 집필 금지당했던 에리히 캐스트너는 마치 엉덩이에 생긴 종기처럼 인생이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인생의 고통은 저마다 느끼는 무게가 다르겠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나에게도 물론 있었다.

2. 나는 세상을 원망하며 불평불만에 가득 찬 사람인가, 세 가지의 소원을 믿는 사람인가, 아니면 세 가지 소원을 제안하는 사람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세 개의 소원이 내게도 있다고 믿는 어른에서 세 가지 소원을 제안하는 어른으로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내가 바라는 세 가지 소원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어떤 상황에서도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끝까지 하는 힘이다. 세 번째는 죽는 날까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잊지 않는 것이다.

4.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는 지금 행복하다. 행복은 지속되는 감정이 아니라 찰나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문득 행복한 마음이 들어서 미소 한 번 짓게 되는 그 순간이 내겐 행복이다.

앞표지에서 남자는 비 오는 날 검은 우산을 쓰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그가 보지 못하는 머리 위로는 종이학 두 마리가 있다. 그리고 그가 쓰고 있는 우산이 비추는 곳에 네잎클로버가 있다. 뒤표지에는 숫자 1 모양의 가로등이 네잎클로버를 물고 신나게 계단을 내려가는 핑크 돼지를 비추고 있다. 그림책 안에서는 숫자1 모양의 가로등이 남자를 비추고 있고 눈송이들이 그의 둘레를 춤추듯 휘감고 있다.

내가 알아차리면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철학 그림책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마저 행운이고 행복일 수 있다. 모두 생각하기 나름이다. 세상이 변하지 않더라도 그 세상을 바라보는 내 마음의 눈은 달라질 수 있다. 그 마음의 눈으로 행운을 찾을 수도 행복을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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