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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쉼표
전선영 지음 / 밥북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시로쉼표
코로나 블루 시대에 위로를 주누 쉼표같은 시집.
🌌좋은 글귀
*어둠이 지나간 자리
모든 걸 해낼 수 있다던 네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네가 되기도 하는 날엔
저 깊은 곳에서 절망을 삼켜버린 뿌리처럼
거친 어둠의 온기를 온몸으로 앓는다
열망은 낙엽처럼 떨어지고
공존의 거리를 배우기까지
긴긴 시간이 흘러
너는 뿌리였다가 꽃이 되고
열매였다가 다시 뿌리가 되나니
한 겹 깊어가는 영혼은
어둠이 지나간 자리.
*죽음이 묻는다
불행으로 죽든
행복으로 죽든
죽음은 매 한 가지
죽음이 묻는다
네가 끌고 온 수많은 것들의
정체가 무엇이냐고
세상을 사는 자는 죽음 앞에 무릎을 꿇고
세상을 이기는 자는 죽음부터 출발한다
죽음이 묻는다
죽은 자가 가지고 출발할
세상의 짐이 무엇이냐고.
*봄을 이긴 겨울은 없다
오늘은 용기를 내어보세요
마음 저편의 슬픔을 불러와 앉히고
묵은 냄새를 맡아보세요
존재의 문을 활짝 열어둔 채로
슬픔과 오랜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눈물 젖은 슬픔이 오랜 화석에서 녹아내리네요
봄을 이긴 겨울은 없으니까요.
🌌독서노트
독서모임에서 시를 읽으며 술 한잔 하는 비대면 모임을 했는데, 그때 이 시집을 읽어줬다. 아이돌 노래가사 같은 풋풋하면서 간질간질한 글귀때문에 어쩌면 더 취했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블루로 지친 마음들을 따듯하게 녹여주는 시집
※책을 제공받아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