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불평등 기원론》 에서 장 자크 루소는 “노예의 상태에 놓여 있는 자들은 자신과 같은 상태를 공유하지 않는 자들을 경멸한다”라고 했습니다. 눈앞에 나타난 자유로운 영혼이 노예의 고통을 더욱 증대시키기 때문에, 노예들은 서로 도망가지 않고 곁에 남아 있도록 끊임없이 설득하기도 합니다. 다른 노예를 걱정하는 마음보다 자기 자신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서 말이지요.
“어차피 나 혼자 죽는 것도 아니잖아. 다 같이 죽는 거면 상관없어.”
사람들은 자신이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도 그에 대한 처벌을 다함께 받으면 자신의 고통도 줄어든다고 착각합니다.
흉악범에게 칼을 맞아 혼자 죽는 건 무척이나 억울하면서도 , 적국에게 핵을 맞아 온 국민이 죽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자신이 절벽 끝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자신과 비슷한 운명에 놓인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에 더욱 관심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