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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평점 :
어느날 점심시간. 도무지 책하고는 담을 쌓고 사는 중학교 남학생들 책상위에서 이 책이 발견되었다.
"뭐냐? " "독서평가 책이요."
내가 너무나 사랑하던 완득이의 작가가 아닌가...
당장 도서실로 달려가 빌렸다. 도서실에는 같은 책이 무려 20권이나 나란히 나란히 꽂혀 있었다.
4시에 빌려서 새벽 2시에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마음이 흐뭇했다.
마음의 단단한 빗장들을 풀어놓는 가벼운 대화들
도둑질도 뭔가 의미가 있고, 하는 일 없는 서른살 백수에게서는 시크한 멋이 있고
언제나 깊은 은유와 상징으로 아이들을 인도하시는 영창느님
부모님들은 모두 지극히 사랑스럽고 귀엽기까지 하며...
하지만 잠시 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리를 들었다.
그리고 이게 왜 권장도서가 되어 도서관에 수십권이 꽂혀야 하는지 알것 같았다.
너희들의 인생은 언제나 의미있는 아름다움으로 마무리될것이며
너희들의 고뇌와 갈등은 잠시 지나갈 감기처럼 너희를 성숙케 할것이라고
작가는 피자한조각 씹으면서 가볍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살아보니 그런 일을 겪어서 참 다행이구나 싶은 겁니다 생의 결이 좋은 추억으로만 만들어지는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나 40대 중반... 나도 생이 좋은 추억으로만 만들어지는건 아니라는 걸 아는 나이지만
처음부터 자신의 머리를 '행복'으로 마비시키지 말고 생을 똑바로 보는 눈부터 가져야 하는거 아닌가...
예전에 '거짓말'이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귀청을 뚫을듯이 나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봐 이게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싶지? 과연 그럴까? 정말 거짓말은 네가 믿고 싶은 현실이야.'
얼마나 온 몸을 떨며 보았는지 그 이후에 심한 몸살을 앓았다.
그런데 이건 반대다.
청소년들이 현실을 보면 상처를 입을까봐, 고통스러울까봐 눈과 귀를 꼭 틀어막아주는 꼴이다.
'뭐가 괴로운데? 이게 현실이야. 아이들은 모두 싱싱하고 건강하다고, 세상은 완젼 건강하다구.. 다른 건 잊어.'
이렇게 괴로운건 오늘 아이들이 전국학력평가를 보고 있기 때문일거다.
이 시험을 위해 어떤 아이들은 한달동안 특별실에 따로 모여 '국,영,수'만 공부해야 했다.
학교와 교육청의 성적 향상을 위해...
그런짓을 저질러 놓고 우리는 이 책을 들이밀며 아이들에게 말한다.
'인생이 좋은 추억만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니까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