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덮기 아쉽다.

위풍당당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하루만에 읽어버렸다.

책장을 덮으며 아쉽다. 벌써 끝났네...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머리속에 그 강가의 영화세트장 마을과 조폭들의 등장이 떠오른다.

나는 최근에 이 작가에게 아주 빠졌다.

주변에 이런 사람 꼭 한명 있다. 동네 아저씨든지 할아버지든지.

어디서 그런 입담이 나오는지 간단한 상황도 그의 입을 통하면 아주 제대로 맛이 난다.

누군가는 성석제의 글속에는 역사가 없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모든 책이 역사속의 한 개인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고뇌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가끔 세상을 비꼬아 흔들고, 깔보고 우스갯거리로 만들면서 숨통을 틔우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 난 그런 숨통이 필요할때 이 작가의 책을 고른다.

비슷한 이유로 나는 빌 브라이슨도 좋아한다.

맨발로 글목을 돌다. 중에서

희망을 버린것이 아니라 운명이 내 마음대로 내가 원래 계획했던대로 돼야 한다는 집착을 버린거죠. 그래야 살 수 있었어요. ...

오직 지금 나에게 다가오는 글 귀는 이것 하나입니다.

나는 운명이 내 마음대로 되어가지 않는 것에 좌절하고 절망하고 있는가 봅니다.

그 집착을 버릴수가 없어서

내 운명이 도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되어가는 모양인지 알수가 없어서

궁금하고 답답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모양인지 어떻게 미리 알 수 있단 말입니까?

그걸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그건 오로지 내 몫인걸

다만 운명이란 내 계획대로 움직여지는 건 아니라는 걸 알 뿐

그렇다고 '뭐든지 당신의 뜻대로' 이렇게 맡겨두고 살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고 언젠가는 해뜰날 올거라고 생각하며 막연하게 살고 싶지도 않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청년에게 고함!]

이런 류의 책들은 정말 많다.

그 많은 책들의 가르침은 거의 비슷하다.

청년들이여 꿈을 가지고, 자신의 가능성을 위해 과감히 어렵고 힘든길로 나서보라.

그런데 그런 얘기를 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편안하게 성공한것 같으니 이것 참~

1) 젊음! 좋을때다. 그토록 좋은 시기라는 것은 가능성 때문이다. 그대는 연마하기에 따라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광채를 내뿜을 원석이다. 하지만 이때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면서도 가장 어두운 시기이다. 많은 청춘들이 힘겨워한다. 그래서 이 시기를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고자 마음이 조급해진다. 무언가 이뤄야 한다는 강박에 휩쓸린 탓에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멈춰서는 것조차 불안해하며 정작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은 깨닫지 못한다. 가장 어두운 시기이지만 화려한 시기이기도 함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다 계절이 바뀌듯 반드시 찾아오게 마련인 질풍노도의 시기에는 헤어날 수 없는 자기연민에 빠진다. 결국 형편없는 생활속에서 나태를 낭만이자 로망으로 미화하며 금쪽같은 청춘의 기회를 허망하게 소모해버린다. 나름 무척 똑똑하게 행동하는 것 같지만 인생 전반을 놓고 바라볼때는 너무나도 바보같은 결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아들에게 이 글을 문자로 보내봤다.

아들은 ~ 내 문자 씹었다.

2) 소비의 질이 곧 삶의 질과 등식을 이루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일과 여가로 구성되어 있다. 일은 직업과, 여가는 소비와 관계가 깊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소비를 누리는 것은 절반에 지나지 않으며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직업으로 나머지 절반을 채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인생에서 우리에게 더 본질적 기쁨을 주는 것은 소비가 아니라 일이다.

남편과 이 글에 대해 얘기해봤다.

남편 왈 사람들의 생각과 기준이란 모두 다른것이라서...

그러니까 도대체 당신에게 본질적인 기쁨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니까 이 냥반아!

3) 자신과의 냉철한 대면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무조건적 성실이란 무딘 톱날로 나무를 자르려고 열심히 애쓰는 것과 같다.

남편에게 이 글귀를 문자로 보내봤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요런 아주 예의바른 답문자가 날아왔다. 흠!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읽어야지 하면서 왜 그렇게 손에 잡히지 않았던지..

아들이 읽고 싶다고 해서 사주었다. 그리고 내가 읽었다.

지금 내게 너무나 필요한 책이었다는걸 알았다.

그리고 아들에게도 너무나 필요한 책이라는 걸 알았다.

10대에 읽는 느낌과 40대에 읽는 느낌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지금 내게 의미있는 글귀 [Best 10]

1) 다들 잠든 채 걸어다니는 것처럼 살고 있기 때문이지. 우린 세상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고 있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기계적으로 하고, 반쯤은 졸면서 살고 있거든.
작음에 직면하면 모든 거추장 스러운 것들을 다 벗겨내고 결국 핵심에 초점을 맞추게 되지. 자기가 죽게 되리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모든 일들이 아주 다르게 보인다네

2)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지금처럼 야망에 넘치지 않게 될거야.현재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모든 작업들이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을 테니까. 영혼과 관계된 것이 파고들 공간을 많이 마련해야 할지도 모르지.
나 역시도 영혼을 계발하는게 진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면에서 부족하는 점은 잘 알지. 우린 물질적인 것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도 거기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고 있어, 사랑하는 관계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우주와 같은 것들을 사람들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3) 자식을 낳아야 되느냐, 낳지 말아야 되느냐 물을때마다 나는 자식을 갖는 것과 같은 경험은 이 세상 어떤 것과도 다르지요. 라고만 간단하게 말해 정말로 그렇다네 타인에 대해 완벽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법과 가장 깊이 서로 엮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식을 가져야 해.

4) 벗어난다고 해서 경험이 우리를 꿰뚫고 지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뜻은 아니야. 반대로 경험이 자네를 온전히 꿰뚫고 지나가게 해야 하네. 그렇게 해야만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어. 감정들에 온전히 자신을 던져서 스스로 그 안에 빠져들도록 내버려 두면 그래서 온몸이 거기에 빠져들어가게 되면 그때는 그 감정들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게 돼. 고통이란 뭔지 알게 되는 거지. 또 사랑이나 슬품이 뭔지도 알게 되네. 그럼 그제야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좋아 난 지금껏 그 감정을 충분히 느꼇어 이젠 그 감정을 너무도 잘 알아. 그렇다면 이제 잠시 그 감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겠군'이라고 말이야.

5) 나이 먹는게 그렇게 귀중한 일이라면 왜 모두들 젊은 시절로 돌아갔으면 하고 말하는 걸까? 인생이 불만족스럽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야. 성취감 없는 인생, 의미를 찾지 못한 인생 말일세 삶에서 의미를 찾았다면 더이상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아.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하지.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 하게 돼.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 대한 부러운 마음이 솟아오르면 난 그것을 그대로 느낀 다음 놔 버리지. 내가 벗어나기에 대해 말했던 걸 기억하지? 그렇게 놔 버리는 거야.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 '그건 부러운 마음이야. 이젠 이런 마음에서 벗어나야겠다.라고 말이야. 그런 다음 거기서 걸어나온다네. 사실 내안에는 모든 나이가 다 있네.

6) 자네에게 진정으로 만족을 주는게 뭔지 아나? 자네가 줄 수 있는 것을 타인에게 주는 것이네. 그러면 새롭게 자기에 대한 존경심이 생길거야. 왜냐하면 누군가 자신을 필요로 하게 되니까 말이야.

7) 나는 다른 사람과 온전히 함께 하는 시간이 있다고 믿네. 그건 상대방과 정말로 '함께' 있는 것을 뜻해. 지금처럼 자네와 이야기하고 있을때 난 계속 우리 사이에 일어나는 일에만 신경을 쓰려고 노력하네.

8) 사람들이 너무 서두르는 것도 문제야. 그들은 인생에서 의미를 찾지 못해서 만날 그걸 찾으려고 뛰어다니지. 그 다음에 그들은 타고 다닐 차, 살 집, 들어갈 직장에 대해서 생각해. 그리고 그런것들 역시 공허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또 계속 뛰는 거야. 다음 것을 찾아서 말이야.

9)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 진실이라고 할 만한 몇가지 규칙이 있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면 그들 사이에 큰 문제가 닥칠지도 모른다.
타협하는 방법을 모르면 문제가 커진다.
두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인생의 가치가 서로 다르면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

10) 사람들은 대개 위협당할때 형편없이 변하게 되네 우리경제 제도 안에서는 직장을 가진 사람들까지도 위협을 느끼지,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르니까 걱정이 되어서 말이야. 그리고 사람은 위협받기 시작하면 자기만 생각하기 시작하네. 그게 다 우리 문화의 속성인거지, 난 문화라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스스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뜻이네. 어떻게 생각할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길지 등과 같이 커다란 줄기에 고나한 것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네. 다른 사람이나 사회가 우리 대신 그런 사항을 결정하게 내버려 두면 안돼.

이제 우리가 깨달아야 할 한가지.

맨발로 글목을 돌다 - 2011년 제3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공지영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1년 1월

먼저 이상 문학상 작품집 !

지금도 내 책꽂이에는 90년대 작품집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모여 있다.

'이 상'은 10대무렵 나의 우상이었고 이상문학상은 이름에 걸맞는 수준과 신선함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해 동안 일상에 묻혀 잊어버리고 있던 이름을 서가에서 다시 만났다. 

공지영 ...

나와 같은 연배이다. 초기에 그녀가 80년대 자신과 동지들의 이야기를 팔아먹는 글로 인기를 끈다는 비판이 들릴때면 같은 시대를 비슷한 경험으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알수 없는 통증을 느끼곤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책은 한권도 빠짐없이 읽었다.

신문과 잡지의 인터뷰기사들도 눈에 띄면 빼먹지 않고 읽었다.

애증이었을까?  아니면 우리 세대의 성장을 그녀를 통해 점검해보려는 것이었을까?

그리고 이제 눈물겨운 깨달음 한구절을 그녀의 책에서 발견한다.

'희망을 버린것이 아니라 운명이 내 마음대로, 내가 원래 계획했던대로 돼야 한다는 집착을 버린거죠. 그래야 살 수 있었어요..'

우리 세대는 이제 그걸 깨닫는 시기인것이다. 운명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