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월급 보장 프로젝트
아라하마 하지메 & 다카하시 마나부 지음, 이용택 옮김 / 명진출판사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프롤로그에서 지적하는 바대로, 소위 '월급쟁이'들의 인생은 날로 힘들어져간다. 즉, 빈부격차의 확대, 물가상승대비 임금상승폭의 축소, 상시 정리 해고 및 이에 뒤따르는 "가혹한 노동조건", 기업의 존속기간의 불투명, 임시직과 을(乙)의 확대 등 월급쟁이들의 목을 조르는 문제들은 셀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잘나가든 그렇지 않든 생계유지활동에 매달려야하며, "매일 아등바등 일에 쫓겨 가족과 대화를 하거나 취미 활동을 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 "계속 일만 하며 사는 인생", 과연 돌파구는 없을까?

 창업? 알다시피 3년내에 창업자의 1/10만이 유지된다는 뉴스가 나온지도 몇년이 지났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번창도 아니고 '유지'다, 유지. 부동산, 예금, 채권, 금, 주식, 펀드, 경매 등 재테크 수단도 돈이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게다가 잘못하면 쪽박나기 십상이다. 마음고생, 몸고생은 혼자 다한다. 

 

 그럼 뭐가 있을까? 이 책은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그게 뭐냐고? "일단 한번 만들어 두면 이후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구조"(p.6)라고 한다. 듣기엔 그럴싸하다.

 저자는 시스템을 활용해 돈이 저절로 굴러들어오게 만드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고 한다. 저자들은 "지금까지 수많은 비즈니스 인재와 기업 관련 취재를 해"오는 동안, "자그마한 아이디어나 경험으로 독자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세틈에 따라 지속적인 수입을 얻는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학력이 높지 않아도 실현 가능한 일"이라는데, 그게 대체 뭘까?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고전적인 형태"야 뻔한 거니까, 여기선 접어두자. 저자들도 그건 배제한다. 책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거나 지나친 친 것들을 시스템화해서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에 대해서 소개한다.

 

 우선 1장에서는 '머니 트리 시스템'에 대한 영감을 얻기까지의 과정과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서론이다.

 

 

 본론인 2~6장에서는 각 분야별로 '머니 트리 시스템'을 소개한다. 

 

 '인터넷 비즈니스'편은 최근 읽은 엠제이 드마코, 《부의 추월차선》의 내용과 상당히 겹쳤다. 5개의 분야 중 이 책에서 할애하는 분량이 가장 많은 챕터다. 몇가지 사례와 조언을 곁들이는데, 사례는 다소 생소했다. 사실, 이분야는 미개척지가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모바일 앱과의 연동까지 고려할 때 확실히 '아이디어'만으로, 적은 돈과 어느 정도의 시간 투자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다. 아마 이 분야의 최고봉은 페이스북을 창설한 마크 주커버그가 아닐까 한다. 국내에서는 이걸 부업으로 삼아서 소위 "돈 좀 만진다"고 하는 사람들로 알려진 몇몇 부류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여러 업체와 손을 잡고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파워블로거'나 '공동구매 카페 운영자'가 아닐까 한다.

 

 '정보 기업'편은, 어찌보면 인터넷과 모바일을 연동하기 쉬우므로 위와 통합해서 설명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했다.

 인상깊은 대목은 역시 "대박을 터뜨리는 정보 상품의 3대 요소는 연애, 돈, 콤플렉스"(p.148 이하)라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얼른 생각나는 것 중에 하나가 있다. 대박까지는 아니라도 국내에서 이걸로 돈 벌어먹는 청춘들이 있으니, 그건 바로 연애 관련 블로거들. 들어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고민이 절실한 사람은 물론 흥밋거리 위주의 컨텐츠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의 관심을 확보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상담해준 결과를 공개하며 포스트를 발행하며 활동을 이어가기도 한다(소스 공급원의 측면). 이렇게 하여 어느 정도 독자층도 확보하면 책도 낸다. 읽어보면 재미는 있다. 다만 조언해주는 사람의 색이 많이 묻어나는데다, 좀 추상적이다. 인터넷에서는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이 있는데, -한편으로 냉정하게 보자면- 연애를 잘하려면 "연잘돈", "연잘얼", "연잘스(타일)", "연잘키", "연잘몸(매)"이라는 말에 걸맞으면 되는 것 아닐까한다. 여기에 약간의 센스만 추가된다면 굳이 연애서를 읽을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다. 연애에 필요한 또는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한 사람이 매달리는 점이 흥미롭다. - 미리 양심고백하건대 나는 여러모로 많이 부족하다.

 

 '비즈니스 오너'편은 사실상 주업을 박차고 나온 것이다. 부업이 주업이 된 상태를 말하는데, 시스템이 대박을 터뜨리거나 잘 되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이걸 시스템 모델 유형으로 분류하기보다 편제상 결론쯤에서 다루었으면 더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투자'편은 기존의 고전형 재테크 수단이나 그의 연장선이다. 경매 및 임대수익, 개인 벤처투자 등.

 

 '발명'편은 이 책이 소개에 더 주력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상당히 빈약한 사례와 제한된 소개에서 힌트 정도만 얻었다. 또, 아이디어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사장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살짝 바꾸어서 변용하여 얼마든지 지속적 수익모델로 이어갈 수 있음도 알게 되었다.

 

 5가지 유형 중 첫번째를 제외하고는 실어놓은 사례가 좀 부족한 편이다. 

 이어 7장에서는 저자들 나름대로 정리해본, "'머니 트리 시스템'을 완성하는 열가지 법칙"을 결론삼아 소개하고 있다. 

 10가지 법칙을 읽어나가다보면, 과연 부업으로 생각해볼 '머니 트리 시스템'이 과연 부업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인지 약간 회의가 들기도 했다. 이 방면으로 능력있는 사람이 아닌한, 거의 주업과 동급이거나 주업을 소홀히하고 뛰어들어야 할 부업이다.

 그리고 프롤로그에 나온 내용 -쉽게 말해, "No pain, No gain", 또는 "High risk High return"- 이 다시 상기되었다.

 

 "또 단순히 편하게 돈을 벌고 싶다는 동기만으로 이 책을 손에 들었다면, 당신은 독자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데 실패할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시스템 개발자들은 모두 하드 워커이고, 대부분은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시도와 실패를 반복했다. 현실에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오지'는 않는다. 다만 나름대로 노력과 연구를 거듭해 독자적인 시스템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여러분의 인생은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주업을 뒤로할 지는 신중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사실, 3~40대의 경우에는 주업하나에만 신경을 쏟고 시간과 역량을 투입하기에도 벅찰 것이 아닌가. "2~30대는,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지, 재테크에 신경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의 말씀의 진의를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에필로그에서는 각 사례의 공통적 요소로 '지속성', '(수입 확대와 리스크 분산을 위한) 다수화(문어발식 전략)', '표준화', "새로운 아이템과 새로운 시스템을 찾아내려는 끝없는 욕망"을 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4장 '비즈니스 오너'편과 7장, 에필로그는 결론의 장에서 함께 다루었으면 더 적절할 듯 했다.

 

 책을 읽고나서, 예전에 만났던 한 선배가 생각났다. 그 선배는 공대출신이었지만 문학을 좋아했었다. 하지만 졸업 후 직장을 다니고 결혼해서 아이들을 둔 뒤부터는 마인드가 달라졌다.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이 사업아이템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사업아이템이 될 수 있는 지 술자리에서 길게 말씀해주셨다. 그 선배가 말한 것이 바로 이 '머니 트리 시스템'이었던 것 같다. 당시로선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마음으로는 공감할 수 없었다. 결혼하고나니 직장에 매달리게 되고, 직장을 다니게 되니 "남의 돈을 받아먹기 쉽지 않음"을 알아서인지 돈에 혈안이 된 듯 보였다. 물론 지금에서야 뒤늦게 깨닫고 있다. 선배의 선견지명을.

 

 다만, 이런 부업의 결과가 어떻게 어떻게 이어질지는 신중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주업을 소홀히하고 부업에 신경쓰다 부업도 잘 안되는 경우도 많다. 눈치가 많이 보인다. 아무리 숨기려해도 부업을 하고 있는 것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잘 숨겼다한들, 주업에 소홀히하는게 보인다. 국내에서는 공무원의 경우에는 (사업자 등록이 필요한) 영리활동으로서의 부업은 불법이므로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건 대개 재테크이거나 틈새시장(특히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 공략법인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그 앞에 가로놓인 장애물 중에 커다란 것은, 머니트리 시스템이 순조롭게 작동되어 부업 이상의 장밋빛 환상까지 꿈꿔볼 수 있을 때 등장하는 골리앗이다. 돈이 좀 된다고 생각하면 어김없이 거대자본력을 앞세운, 문어발 사업이 취미인 국내 대기업이 마수를 뻗친다. 그 외에도 선진국에 비해 심한 행정규제 등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그런때에, 머니 트리 시스템으로 돈을 좀 벌게 되었다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다면 큰 위기를 만날 수 있다.

 따라서 머니 트리 시스템의 구축은 물론, 운용에 있어서도 여러모로 고려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저자들이 말하듯, 인생의 여러가지 길 중에 하나를 제시한 것이다. 소위 '조직의 톱니바퀴'나 '일개미'로만 사는 인생을 비하할 의도가 없다고 한다.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시간적 ·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한 방법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참고자료다. 

 이 뿐만 아니라, 이 책이 지니는 참고자료의 성격은 이 책에서 들고 있는 사례에 대한 저자들의 언급에서도 드러난다. 즉, 저자들은 "… 이 책을 읽고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 시스템에는 '선행자 이익'이라는 게 있다. 즉, 시스템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가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독자 여러분은 이 책에서 설명하는 각각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흉내 내지 말고, 시스템을 고안하기 위한 참고 자료로만 삼"(p.7~8)으라고 한다.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월급쟁이들의 삶은 빡빡하기만 하다. 다양한 길의 모색과 계획의 실행을 통해 활력과 숨통이 트일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람에서, 너도나도 재테크니 로또니 하며 꿈을 꾸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주는 힌트가, 일에 파묻혀 우물 안 개구리 신세가 되어가는 직장인들에게 또 다른 -그러나 좀 더 현실적인- 출구를 열어줄 지도 모를 일이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카페<문화충전 200%(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될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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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생의 한가운데에서 - 이제 당신을 위해 살아야 할 시간
엘리자베트 슐룸프 지음, 이용숙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을 쓰는 지금에도 우리의 시간은 흘러간다. 읽는 분의 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식후 양치질하는 순간, 함께 고구마를 캐는 순간, 햇볕쬐러나온 나를 반기는 개를 지켜보는 순간 모두 과거속으로 흘러간다.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인력만큼 무력한 것도 드물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나온 순간순간이 우리 삶의 일부이기에, 다시 오지 않기에, 뒤돌아보면 매 순간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이리라. 

 

 어찌됐든,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노년기는 생각지도 못하게 빠르게 찾아온다. 원대한 꿈, 열병을 앓듯 지나가는 사랑을 꿈꾸던 소년소녀들은 어느덧 성년이 되고, 학업 · 연애 · 취업이나 창업을 거치면서 눈깜짝 할 사이에 중년이 된다. 생계활동을 하면서 아이를 낳고 기르다보면 자신과 주위 사람들이 어느덧 인생의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이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여름날의 화려했던 잎사귀는 떨어져나간 뒤 가지는 갈수록 앙상해져가고 볼품없어진다. 쭈글쭈글한 주름이 가득한, 나뭇결같은 피부에는 검버섯이 생겨난다. 노년기는 어느날 문득 오는 게 아니라, 점차적으로 고개를 내민다. 하지만 마음의 한켠에 놓아둔 거울 속 자기의 모습은 언제나 소년소녀다. 겉과 속의 이 괴리를 온전히 받아들일 때쯤에는 생을 다할 때가 다가온다.

 

 앞서 말했다시피 노년. 정신을 차릴 때쯤에는 이미 그 속에 발을 푹 담근 뒤다. 그만큼 우리는 노년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지 않다. 요즘 세상에서는 은퇴 후 경제생활을 위해 이런저런 대비를 하라고 재촉한다. 아예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어느날 벼랑끝에서 떠밀리듯, 누구의 관심이나 주목을 받지 못하고 매력이 퇴색한채 주위의 관계망도 상당히 끊어져나간 고독한 노년기에 대한 심리적 준비에 대해서는 관심이 소홀하다. 언제나 마음은 청춘이고, 돈만 있으면 젊은 시절 못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아는 건지.

 

 내 마음은 젊은 시절에 머물러 있어도 세상은 내 나이와 내 외모를 보고 판별한다. "젊음을 지키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해도, 노쇠와 죽음이 우리를 덮친다는 사실은 벗어날 수 없다."(p.13)

 더구나 피할 수 없는 노년은 대책없이 길어졌다. 그렇다면 인생의 마무리 시기가 아니라 또 다른 단계인 노년기에 대한 연구가 풍성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빈약했다고 한다. - "거의 20세기 말이 되어서야 한 미국 학자가 인생의 과정 중 중장년 및 노년에 관한 상세한 개념을 개발했다."(p.24) 그러나 "(책을 집필하고 출간하던) 사이에 노년이라는 주제와 관련해 광범위한 문헌들이 출간되었고, 노년과 관련된 세부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 책들도 세상에 많이 나왔다. 이 책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다양한 주제를 다룬 새로운 연구결과를 담은 책들을 끊임없이 읽을 수 있었다.(p.257)

 이러한 혼란과 무지의 허허벌판에서 이 책은 심리적 상담결과를 토대로, 노년기에 대한 지도 역할을 해주려 등장한 듯하다.

 

 전체 3부 가운데 "1부는 나이가 들어가는 일반적인 과정을 정리"했다.

 노년기의 특징,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사회적 인식을 이야기한뒤, <늙음을 인식→나이가 들어서도 힘을 주는 근원을 파악→지나온 삶을 검토하고 "남은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는 대안을 생각하게 하고, 노년이 주는 선물을 언급한다. 

 2부는 "개별적인 테마들을 다루고 있다". 

 즉, 노년기의 성장, 남은 시간, 신체의 변화, 인간관계, 임종과정, 죽음의 수용, 죽음 이후(영성을 중심으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3부는 다양한 삶의 단계와 상황들을 거쳐온 두 여성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p.15) 3부에 등장하는 "두 인물 모두 가공의 인물"이다. 여기서의 주안점은 "젊은 여성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의 일기를 통해 자신이 아직 살아보지 않은 인생의 단계를 점점 더 이해하게 되는 것,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도 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p.16) 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렇게 설명해보지만, 책을 읽어보면 전반적으로 뚜렷하게 세울 수 있는 생각의 구조물이나 손에 잡힐 듯한 체계를 그려내긴 힘들었다.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한다면 그게 명료하게 드러나지 못한 듯도 하다.

 그것은 아마 이 책의 성격 때문이 아닐런지.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게서 뚜렷하고 간명한 메시지를 얻었다기보다, 노년기를 음미하고 심리적으로 준비자세를 취했다고 할지, 여하튼 그랬다. 섣부르게 또 자의적으로 풀이하자면, 책을 읽으며 "노화와 죽음을 품위있게 맞이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게 만드는 것 같다. 더불어, 고정관념처럼 내면화된 노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인간적 가치에 걸맞게 새롭게 정립할 계기를 만들어주는 듯 하다.  

 

 

 책을 읽어가는동안 노년기의 생을 조감하며 많은 상념과 복잡다단한 감정이 찾아들었다. 그렇게 평면적으로만 읽는다면 책에서 노년기를 '잘 보내는' 즉 그런대로 품위를 유지하면서 -남은 시간,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종극을 맞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딱 거기서 끝이다.

 하지만 여기서 딱 한 걸음만이라도 더 나아가본다면 -비록 나는 서두에서 노년을 볼품없이 그렸지만- 인간이 노화와 죽음에 관련한 일반적인 과정을 준비하고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면에서 얼마든지 생산적이고 창조적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은 책의 말미인 '나오며'에서 짧게 이야기하는 바에서 얻을 가능성이 크다. 노년에 대한 인식, 부정적인 자세가 -운동, 성인병 수치, 비만 여부, 금욕생활 등 수명과 관계있다고 보고되는 다른 요인을 제외하고서- 7년 반의 수명을 연장 가부를 결정짓는다는 연구가 그것이다. 

 이 책은 서서히 온도를 높여가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죽음을 맞이하라고 조언하는 책이 아니다. 그렇기에 2차원적으로만 읽는 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인다. 

 

 여기까지 말하면, 나같은 사람이 이 책을 집어들어 미리부터 노년기를 염두에 두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핀잔이 이어질지 모른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 당장 내일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극언까지 통용되는 오늘날이기에, 발밑의 돌을 무시하고 멀리 내다본다는 비아냥도 들을 수 있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 노년기가 인간 누구나에게 다가온다는 엄숙한 사실, 인생의 끝을 생각해보며 지금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며 소중한 것인가를 찾는 것이 후회없는 인생을 사는 최상의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조언만이라도 종합해서 생각해본다면 지금 당장 읽고 숙고하며 인생의 계획을 재점검해보는 것이 누가 뭐래도 필요한 일이라고 여기게 된다. 인생의 어느 순간이든, 언제나 생의 한가운데에 있기에.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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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보더 Cross Border 국제인수합병 - 글로벌 M&A
CCTV(국제인수합병) 프로그램 팀 지음, 류정화 옮김 / 가나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기업시장에서 '인수합병'이 97~98 외환위기 이후 경제에 있어서 커다란 이슈로 떠오르던 것이 기억난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이나 《한국 대표 로펌 김앤장 이야기》을 읽어보면, 매우 흥미로운 이와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80년대부터 꾸준히 기업관련사무와 관련하여 자문 및 송무 인력을 충원하고 있던 '김앤장'이라는 로펌이, 외환위기 이후로 로펌업계에 독보적인 자리를 굳히게 된 것이 그것이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 및 헤지 펀드가 국내 기업을 사들이거나 인수합병하는 일이 잦았던 것과 김앤장에 이와 관련해서 그나마 전문가라 할 만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후발주자들은 김앤장을 좇아 분주히 따라가려했으나, 김앤장을 따라잡기 어려웠다. 김앤장은 어느새 사법, 행정, 경제, 세무 관련 전관들이나 거물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몸집을 많이 불린 데다, 클라이언트에게 신뢰감을 주며 하나의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매김했기 때문이었다.

 변호사업계에서 자잘한 사건은 소위 "돈이 되지 않는다"라고 인식하기 쉽다. 기업 관련 사건 정도 되고, 기업이 주고객이 되어줄 때야 제대로 "돈줄을 잡았다"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변호사만이 M&A에 관심이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 외에 다른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이 M&A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아니,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이는 초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다. M&A라는 것이 본디 금융·경제·회계 및 세무·법률·행정 등 다방면에 걸쳐 굉장히 복잡다기한 과제와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업인수합병, 그 중에서도 글로벌 M&A를 조명하고 있다. 그것도 중국의 관점에서. 본디 M&A라는 것은 미국에서 발달하였으나, 앞으로는 떠오르는 경제대국인 중국에서 활발하게 이뤄질 것을 추측해볼 수 있다. - 조금더 확대한다면 미국에서는 방어적 또는 수동적 성격의 M&A가, 중국에서는 공격적 또는 능동적 성격의 M&A가 활발해질 것 같다. 그런 면에서 CCTV가 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이렇게 말을 했어도, 국제 인수합병은 그리 매력적인 방법은 아니다. 아래와 같은 내용을 보자.

 

 "하버드대의 타룬 칸나 교수는 오랫동안 국제 합병을 연구했다. 한 건 한 건의 사례마다 합병 위협이 없는 사례는 어디에도 없었다. 합병 성공 비율은 일반적으로 별로 높지 않다. 그리고 국제 합병은 더욱 낮다. 그 이유는 가령 당신이 최대한 투명하게 경영을 한다 해도, 그 안에는 문화, 언어의 장벽, 회사 전통 등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래서 국제합병 중 큰 어려움이 생기는 것이다."(p.88) "독일의 다임러-벤츠사가 미국 크라이슬러를 인수했고, 타이완의 밍치사가 독일 Siemens사의 휴대폰 사업을 인수했으며, 독일의 BMW사가 영국 Rover사를 인수했다. 초기에는 강자간의 협력으로 비춰졌으나 후에는 큰 손실을 가져온 큰 참패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p.88) "소니회사가 콜롬비아 영화회사를 합병한 후, 부적절한 직원임용과 관리 통제력을 잃어서, 소니는 27억 달러의 손실액이 발생했고, 일본기업의 적자 역사에 기록을 남겼다."(p.225)

 

 뿐만 아니다. 국제 인수합병은 여러가지 장애물을 넘어야한다. 이 말은, 인수합병기업측이 단순히 경쟁자를 물리쳤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는 말이다. 피인수합병기업이 속한 국가의 매체, 여론, 정치시스템(또는 정책)과 정치권력을 차례로 넘어가야 한다. 이들을 우호적으로 돌리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며 그에 들어가는 비용(예컨대, 홍보나 로비에 들어가는 비용 등)도 만만치 않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각국의 문화의 차이를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기업 합병의 안 좋은 결과는 유명한 '칠칠법칙'으로 밝혀진다. 70%의 합병은 기대했던 상업가치를 실현하지 못하고, 그 중 70%는 합병 후 문화융합에서 실패한다."(p.108)

 다음으로, 인재의 문제가 버티고 있다. "…주요 인물들은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한 회사의 발전과 성패를 결정짓는다. …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한 가지 보고를 발표했다. '국제 합병을 하고 5년 후 58%의 고위 관리자들이 회사를 떠난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는 한가지 연구보도를 내놓았다 : 합병 후 인재유실 비율은 평소보다 12배 가량 증가한다. 어떻게 선택하고, 육성하고, 핵심인재를 남게 하는지는 기업 합병 후 직면하는 또 다른 한 가지 난제가 되었다." (p.140) "어떤 사람은 '사람은 많은 이해를 필요로 하고, 또 정말 어렵게 이해한다.'고 말했다. 확실히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개체이고, 인사문제는 가장 복잡하고 미묘한 일이다. 국제의 속성은 합병 후의 인력자원의 통합을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한다."(p.160)

 뿐만 아니다. "기업을 사는 것은 겨우 머나먼 여정의 첫걸음일 뿐이다. 합병이 끝난 후, 기업도 PE(Private Equity, 중국에서 PE는 주로 일종의 투자를 가리킨다(p.174))도 다음차례로 해결해야 할 것은 완전히 다른 두 기업을 어떻게 1+1>2를 할 것인가다."(p.193)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점점 많은 글로벌 기업은 합병에 의지해서 발전의 길에 있는 장애물을 하나하나 건너며, 세계화 시대의 경제지구 위를 날아다닌다. 그렇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세계화와 국제합병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고, 향기 나는 꽃도 있지만 독초도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희생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나아가는 사람들을 계속 기다리고 있다." (p.236)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이들을 위한 참고서다. 책의 후기를 보자면, 이 책의 모태가 된 다큐멘터리의 제작은 거의 0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제를 잡고 참고문헌을 훑어보아도 자료를 모으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론과 학술의 뒷받침을 위해 중국내외의 석학들이나 관련 직종의 인사들을 접촉, 좌담회를 가진 뒤 이를 기록하며 조금씩 "프로그램의 기초와 프레임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국제 인수합병과 관련한 각종 사례와 심층분석이 풍부히 담겨져 있어 재미있었다. 허나 주로 미국이나 서유럽국가 일부, 일본과 중국의 사례였던 점, 그 중에서도 미국과 중국에 대해서 공략일기처럼 세세하게 파고든다는 점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한편, 위에서 언급한 후기의 내용과도 관련이 있는 바이지만, 제로에서 시작하다시피 한데다 사례들을 기초로 뼈대를 세웠기 때문인지 책 전반에 걸쳐 체계상의 흐름이 명쾌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는 사례가 더욱 늘어나고, 관련 연구가 여러방면에서 진행되어 쌓이면서, 참고자료가 더 많아질 가까운 미래에 개정판으로 보완할 수 있으리라 본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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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됨을 가르쳐라 - 아이를 세상의 중심으로 키우는 인문고전 육아법 23
오히라 미쓰요 지음, 전선영 옮김 / 카시오페아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로 국내 독서가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오히라 미쓰요씨. 그녀의 새 책이 나와 반갑다. 하지만 그녀가 들려주는 그녀 자신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굴곡진 험난한 인생을 노력과 의지로 극복한 그녀였다. 2006년 변호사 남편을 만나 결혼함으로써 이제 탄탄대로 -그러나 계속 사회에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인생을 살아가려는가 했다. 안정된 삶, 이제야 행복한 가정을 꾸릴 것인가 했다. 

 그녀가 낳은 딸 하루카는 다운증후군과 심장이상을 가지고 태어났다. 다시 그녀에게 시련이 찾아들었다. 미쓰요씨는 절망하지 않았다. 역시 그녀답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며 극복해나가려 한다. 물론 이런 말은 그녀에게 실례다. 그녀는 그녀의 소중한 딸을 두고 시련이니 극복이니 하는 말 자체를 싫어하리라. 하지만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엄연히 그런 단어로 말할 수 있는 냉정한 현실이다.

 

 폐쇄적인 사회, 집단주의가 득세하는 일본에서 그녀와 그녀의 딸을 바라보는 동정어린 시선이 쏟아진다. 미쓰요씨는 꿋꿋하고 현명하게 처신한다. 그녀에게는 여러 의미에서 특별한 그녀의 아이를 위해 그녀만의 육아일기를 써내려간다. 이 육아일기에는 고전의 지혜와 그녀 자신의 경험과 지혜가 버무러져있다.

 근데 이 고전이 흥미롭다. 배움에 멈춤이 없는 그녀가 아이를 키우며 집어든 책치고는 이상하다. 갑자기 《논어》라니. 개인적으로는 무척 흥미를 가지고 읽었고, 지금도 곁에 두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녀가 육아와 함께 펼쳐들기에는 어딘가 부조화스럽다. 여성인 그녀가, 과거 동아시아권을 철저한 봉건적 남성중심사회로 만든 그 기반이 된 유교경전을 꺼내든 이유가 뭘까. 더구나 여아에게 논어라니.

 이에 대해 그녀는, 논어의 시대적 한계를 수긍하면서도 그로 인한 것들은 -인용이나 해석에서- 배제한다.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진리'"와 "나라와 민족을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본질에 가까운 것" 위주로 언급하고, 이를 본인 나름대로 소화를 시켜 메시지를 내놓는다. - 프롤로그에서 논어와 관련한, 저자 나름의 추억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적인 인연도 《논어》를 육아의 참고서로 이야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책을 펼쳐보면 이렇다.

 먼저 논어의 주요구절을 앞머리에 둔다. 다음으로 이에 대한 학술적 해석에 대해 짧게 언급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그녀의 생각을 상세히 펼쳐놓는다. "자녀 교육에 대입"해서 이야기해보기도 하고, 인생과 사회와 관련하여 말해보기도 한다. 여기에 그녀의 개인적 직·간접경험, 그리고 여러가지 생각을 녹여내었다. 주제는 학습, 대인 관계, 삶에 대한 태도이며, 이를 육아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차분하고 자상한 말투지만, 강건함이 묻어나오는 글도 적지 않다. 논쟁을 피하지 않으려는 모습은 변호사라는 그녀의 직분을 떠올리게 한다 - 그러나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보는 것을 잊지 않는다(p.43~44). 또 이런저런 사회문제 및 사건사고에 관하여 많이 알기에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처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관한 이야기에서도 법조인으로서의 특성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육아에 관한 그녀의 생각에 많이 공감되었다. 단단하게 다져진 그녀의 생각에서 거칠고 험한 인생을 살아오며 인간승리를 이뤄낸 그녀의 내공을 읽을 수 있었다.

 그 밖에도 그녀의 여러가지 생각이 흥미로웠다. 친구에게서 들은 중국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 어린시절 놀러간 옆집 한국 친구에 관한 이야기, 오사카 부시장 시절 만난 한국분의 덕담 등을 기록해 둔 대목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러가지 문화를 수용하고 흡수하여 다채롭고 유연한 시각을 유지하는구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하여, 또 로스쿨과 사법시험에 관한 그녀의 생각(p.53), 자민당 국회의원에 관한 우회적 비판(?) 등도 인상깊게 남은 대목이다.

 이런 내 인상은, 이 책이 중심적으로 인용하며 육아와 관련하여 고찰해보는 《논어》에 대한 내용을 배제한 뒤, 남은 부분에 관해서에 한한 것이니,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부디 이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받아들이셨으면 좋겠다.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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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사고하라 - 탁월한 기획의 마지막 1분을 완성하는 생각의 조각법
유덕현 지음 / 피플트리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오늘날은 가치보다 "숫자로 환원될 수 있는 자원"이나 "수익 목표, 구체적 결과"에 치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문제해결을 위한 답을 도출해낼 수 없다.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리는 문제는 대개 닫힌 문제가 아니라 열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열린 문제란, "스스로 경계를 정해야 하는 것들이며 참조할 수 있는 해결안 목록이 없는 것들이다."(p.17)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되고 있는 것이 바로 '디자인 사고' 내지 '디자인 씽킹'이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흔히 디자인에 대해 가지는 생각의 오류가 있다. 그것은 바로 "디자인을 예술적 활동으로만 한정"짓는 것이다. 쉽게 말해 디자인은 창조적 활동을 하는 예술가나 미대생, 의류 디자이너 등이 하는 일이라 인식하는 것이야 말로 매우 편협한 생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디자인을 기술과 인간가치가 결합된 것으로 재정의한다.

 

 우리 인간은 주요 소통 수단 가운데 기호를 중심으로 하는 언어적 수단, 감각의 영역을 활용하는 디자인적 수단으로 나누어 판별할 수 있다. 디자인사고는 당연히 후자를 "더 잘하기 위한 역량이고 프로세스며 방법이다"(p.41)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디자인 사고는 분석과 직관을 모두 활용하여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세스다."(p.61) 이러한 "디자인 사고는 역사적으로 아직 태동기로 볼 수 있으나, 인간중심 창조성의 핵심적인 개념으로서 시대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새로운 사고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p.43)

 

 디자인 사고는 단순한 스킬이라기보다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사고의 특성으로는 인간가치의 중시, 미래지향성, 행동지향성, 다양성 중시를 들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디자인사고에 대한 정의에 따라, 디자인사고 프로세스에 대해서 설명한다(5장 이하). 우선 디자인사고 프로세스에 대해 개략적으로 설명한뒤(5장), 이어 총론적으로 직관(6장)과 시각화(7장)에 대해 살펴본다. 그런 다음, 각론으로 들어가, 디자인사고 프로세스의 각 단계, 즉 공감하기→정의하기→창조하기→경험하기를 차례로 이야기한다. 단순한 설명법이 아니다. 여러가지 차원으로 접근하며 풍부한 사례를 제시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 "디자인 사고는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인 IDEO가 활용해 개발한 수많은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알려지게 된 창조방법론"(p.7)이라는데, 책 중에서는 이 회사의 이름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 회사의 교육자료(?)나, 이 회사의 디자인사고에 대해 분석해놓은 저작물을 많이 참고한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디자인 사고는 위에서 말했듯, 인간가치를 중심에 두고 출발하기 때문에, 이러한 본래적 성격상 사회문제 해결의 도구로 활용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때 "정부와 같은 거대한 기관이 주도하는 하향식(Top-down)이 아니라, 개인이나 법인 등 사회의 구성원 각자가 실생활 속에서 문제를 찾고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해결하는 상향식(Bottom-up)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라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디자인사고는 "방법론이든 과정이든 공유와 참여를 통해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 개발된 디자인사고의 수많은 방법론을 일일이 열거하며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창조의 시대에, 학문이나 수치 따위의 이성적 접근으로 경영과 사회 문제의 돌파구를 모색해보려는 기존의 관습적 태도에 의문점을 그리며 대안을 제시한다. 대안이란 앞에서 말한 디자인사고다. 디자인사고가 왜 필요한지, 어떤 것인지를 소개해주는 책이라고 봄직하다. 그리고 이러한 디자인사고는 책이나 지식으로 취득되는 'What형 지식'이 아니라, 철저히 몸으로 익히는 'How형 지식'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책이름도 '온몸으로 사고하기'다.

 

 어찌보면, 디자인사고라는 것이 특별한 건 아니다. 인간에 내재된 감성과 잠재적 능력을 감각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좌뇌 위주의 반쪽짜리 교육으로 이 지순하고 인간 본질적인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구획을 짓고 세분화해서 나누고 따져들어가는 한쪽 날개에 다른 쪽 날개를 달아줄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생각은 높이 또 멀리 날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다른 쪽 날개, 즉 디자인사고를 여러 면에서 그려나간다. 독자들은 아마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구겨진 한쪽 날개를 펼쳐들 수 있게 될 것이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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