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두면 골병드는 통증을 의심하라
나효진 지음 / 라이온북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통증'은 신체 각 기관에서 두뇌에 보내오는 몸의 이상 신호다. 그럼에도 현대인들 가운데에는 날로 발달하는 의학과 의료기술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통증을 무시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병원시스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고비용 등)이나 귀찮음, 아니면 시간내기에는 너무 바쁘다는 핑계가 그 이유다. 그러다 병을 키우고 문제가 심각해진 다음에야 부랴부랴 조치를 취한다. 그 때에는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들어간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수준이 아니라 '건강 잃고 죽음의 문턱에 이른다'는 수준이랄까.

 의사들의 수필집에서 종종 통증을 무시하고 피로회복제와 통증완화제로 버티다 말기암이나 장시간 수술을 요하는 병으로 입원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물론, 그 분들의 마음, 생계에 대한 노력, 가족에 대한 헌신 등 병 이외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눈물겹거나 존경할만큼 대단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것들이 통증을 무시할 이유는 아니라고 본다.

 게다가 무한경쟁시대에 통증이야말로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저자가 말하듯 "성공을 꿈꾸고 행복해지고 싶다면 통증부터 다스리자"(p.5)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재활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마친 저자는, 현대 한국인들의 겪고 있는 대표적 통증의 원인과 대처법을 이 책을 통해 알려준다.

 

 이와 관련해서 1장에서는 자세의 불량함에서 기인한 허리 및 복부 통증과 위장 장애, 목과 어깨 통증, 스트레스나 걱정으로 인한 통증, 만성 통증, 피로와 관련한 통증을 다룬다. 또한 1장 말미에서는 통증의 종류 (p.50 이하) -유해자극성 통증, 혐오성 통증, 좋은 통증를 총론적으로 살펴본다.

 2장에서는 두통, 턱관절 장애, 일자목, 어깨 통증, 손목터널 증후군, 근막통증 증후군, 둥근어깨 증후군, 흉곽출구 증후군을 다룬다.

 3~4장에서는 특정 통증과 관련한 오해, 생활속에서 나타나는 문제 또는 증상에 따른 접근법을 짚어주거나 일러준다.

 5장에서는 여러가지 통증과 관련하여 좀 더 상세한 해결책을 일러준다.

 

 여기서 내가 개인적으로 다른 것에 비해 좀 더 관심이 가던 것 몇가지만 이야기해보겠다. 

 

 "모든 사람이 통증의 종류와 원인을 다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나를 괴롭히는 통증의 원인 정도는 알아야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다." (p.5)

 

 우선 나쁜 자세에서 기인한 통증들이다.

 나 역시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긴 편이다. 휴식을 자주 취하지 않고 고정된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있다보니 근육에 피로감이나 불쾌감이 쌓여 삐딱한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지적을 받아 꾸준히 운동을 하고, 한시간에 한번씩 일어나 스트레칭 해주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좋은 자세만이라도 유지하려고 "허리에 힘을 주어 꼿꼿이 세우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때문에 쉽게 피곤해 오히려 독서 효율이 떨어졌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면 "엉덩이부터 날개 뼈 부위까지는 일단 의자 등받이에 살짝 기대어 쉬는 감으로 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 밖에 "허벅지가 의자에 걸쳐 눌리는 느낌"으로 앉아 있기도 했는데 "나중에 다리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만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 발 받침대는 사용하고 있다. "엉덩이 좌판에 한쪽 엉덩이로 기울게 앉"는 습관도 고쳐야하겠다.

 

 

 예전부터 긴장성 두통을 심하게 겪었다. 우선 어깨와 측두엽 쪽이 뻣뻣해지고 뻐근하니 아파온다. 그 다음 통증은 후두엽쪽과 두정엽쪽으로 이어지고, 얼굴 안으로 어떤 액체가 자꾸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한두 시간 그러다 마는 때도 있지만, 아예 몇시간동안 귀 윗부분의 머리 전체가 손오공 머리에 씌워진 금고아가 조여드는 것과 같은 압박 통증이 들었고 지식을 입력할 수가 없었다. 책을 읽으면 이해는 가나, 하나도 머리에 남지 않았다.

 문헌을 찾아보니 긴장성 두통에 가까웠다. 병원에 가서 진찰해보니, 역시 예상대로였다. 곧게 편 상태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두통이었다. 약이든 MRI든 필요없고, 자세를 바르게 하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 당시에는 의사선생님께서 MRI를 찍을 필요가 전혀 없다고 하시는데도 부득부득 찍겠다고 우겼다. 하지만 병원 접수대 앞에서 비용을 계산해보니 그걸 찍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그대로 따랐는데, 방사선 피폭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보았을 때 현명한 선택이었던 듯 하다. 참고로, p.103에서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다 : 책의 저자분께 달려가 조언을 들었어도 MRI 촬영은 역시 불필요한 검사라고 했을 듯하다.

 이 책을 읽어보니 더욱 확실해졌다(p.21이하, p.57이하). "의식적으로 목의 자세를 바로 해 그때그때 목의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해야겠다.

 

 현대인에게 가장 널리 퍼진 질환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에 대한 처방도 인상적이다.

 

 "만약, 통증 치료가 잘 안 되면 자신 속에 있는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닌지 살펴보자. 눈을 감고 복식호흡을 하면서 명상을 하다보면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욕심이 원인이라면 자신을 위해 잠깐 마음을 내려놓고 몸을 쉬게 하자. 자신이 어쩔 수 없는 타인이 원인이라면 스트레스 상황을 되도록 피하려고 노력하자.

 지금 당신을 괴롭히는 상황이나 사람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지'하고 심호흡을 해보자. 눈을 감고 숨을 최대한 내쉰 후, 코로 숨을 들이쉬면 교감 신경 대신 부교감 신경이 자극돼 눈앞이 맑아지고 뒷목이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p.30~31)

  

 일반적으로, 건강에 무신경한 사람들보다 건강을 과하게 챙기는 사람들이 더 오래산다는 오해도 많다. 이는, "약간의 이상에도 병원에 달려가는 부자들이, 사소한 증상을 무시하다 큰 병을 얻고서야 병원 문턱을 넘는 빈자들보다 더 돈을 아끼고, 더 오래산다."는 것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후자는 몰라도 전자는 꼭 그렇지는 않다. 나같이 건강염려증에 가까운 사람들, 내 마음에 드는 병명을 얻기 전에는 소위 '닥터 쇼핑'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근심 걱정'이 문제다. 

 

 "별로 심각하지 않은 통증이 반복되는 경우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 분명 병원에서 정밀 검사 후 약간 디스크 탈출증이 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늘 통증에 집중하고 약간 심해지면 큰 병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근심 걱정을 한다. 용하다는 병원을 수소문하고 인터넷을 뒤진다. 그렇게 스스로 마음의 병을 키운다. 객관적인 결과가 심각하지 않다면 통증에 너무 집중하지 말자. 약간의 무관심은 통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실제 이런 현상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들은 많다. 통증에만 집중하다 보면 뇌에서 통증을인식하는 기능이 증폭된다. 결과적으로 통증이 악화되고 과장된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통증이 아닌 다른 것에 주의를 돌려주는 것이 좋다." (p.32~33)

 

 이 외에 뭉친 복근으로 인해 자세를 바꾸다보면 갑작스레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 자세 불량으로 인한 위장 장애(p.34 이하), 만성피로로 인한 증상(p.46 이하, p.161 이하), 목의 통증과 어깨 통증(p.69 및 p.75 이하, p.182 이하), 무거운 가방을 자주 메고 다니다보니 신경이 눌려 손과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증상(p.95 이하), 앉을 때마다 엉덩이기 배기는 통증(p.119이하)은 내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니만큼 주의깊게 읽게 되었다.

 


 저자의 말대로,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통증의 이유 중 으뜸은 '움직임 부족'일 것이다. 신체 기관 상당부위를 사용하지 않는 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5장은 딱 이러한 현대인들에 맞춤 치유법을 제시하고 있다.

 마그네슘 보충, 충분한 수분 공급, 걷기 운동, 앉을 때나 누울 때 자세를 똑바로 하기 등은 일상에서도 약간의 주의와 노력만 들이면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것인만큼 바로 신경을 쓰고, 습관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이 책과 관련하여 드는 두 가지 생각을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전반적으로 교과서처럼 전체 내용을 종합하고, 체계적으로 상세히 분류한 뒤, 흐름을 가지고 일목요연하게 소개하지는 않는 듯 하다. 오히려 의학 칼럼이나 의료 기사로 기고한 것을 모아두어 재편집한 듯한 인상이 강했다. 

 둘째, 항상 그렇듯이 '책 한 권이 전부를 알려주지 못한다.' 이 책은 통증환자에게 《동의보감》같은 역할을 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가 한 말을 빌리자면, "좀더 효율적으로 병원을 이용"(p.7)하기 위한 도구적 성격이 강하다. 자신의 통증을 좀 더 정확히 알고, 문제가 깊어지거나 증상이 완화되거나 충분히 나아지지 않을 때면 의사와 충분히 상담할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을 갖추는 것이 이 책의 주된 역할이라 할 수 있겠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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