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가격 -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인생을 만드는 삶의 미니멀리즘
태미 스트로벨 지음, 장세현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국가별 행복지수(HPI)에 대한 통계가 곧잘 인구에 회자되곤 한다. 예전에는 수도권 내 청년실업률이 높다고 알려진 개발도상국 방글라데시가 1위라는 말이 있었고, 한때 부탄이 1위라는 말도 돌았다.

 

 작년 6월에 영국 싱크탱크의 조사 결과 중남아메리카의 작은 나라 코스타리카가 1위를 했다고 한다. 2위는 베트남이다. 그외 최상위권에 중남아메리카의 국가들이 올라와있다. 이 분야 전통강호(?) 방글라데시는 11위이며,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그에 비해 전세계 GDP 1위 국가인 미국은 105위, 영국은 40위, 프랑스는 50위, 독일은 46위, 일본은 45위다.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한 초고도성장 국가인 중국은 60위다. 참고로 남한은 63위다.

 

 이를 두고 "경제 순위와 행복 지수는 별개다"라는 평이 나돈다. 그걸 넘어 과거와 비교해봤을 때 '물건을 소유할수록 마음은 더 가난해진다'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했다는 평도 있다. 그러나 " '소박한 삶이 한 개인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고 '증명'된 것은 아니다. 다만…압도적 다수는 더 소박하게 살면서 전보다 현저히 더 행복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p.22)

  

 

(출처 : 개소문닷컴)

 

 아니, 도대체 과거보다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더 안락한 환경을 가꾸어나가는 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젠 행복감이 좀 올라갔다고 느껴야 정상이지 않은가? 그렇게 충족을 갈망하던 욕망을 채웠지 않은가? 그런데 왜 행복지수에 대한 통계는 과거보다 더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까? 불평불만분자들, 응석받이들이 과거에 비해 더 많이 태어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어 보면, 바로 위와 같은 의문의 해소에 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여 투자관리업계에서 일하던 저자는, 남들이 보기에는 많은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살아가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정작 하나도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한다. 똑똑하고 유능했던 그녀는 자기 자신을 주체하지도 못하였다. 직장과 집 사이의 먼 거리를 오고가면서 벌어들인 돈으로 이런저런 빚을 갚아나가면서 늘 지치고 피곤했다던 그녀. 결국 그녀는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피로를 회복했다. 하지만 그것의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날 그녀는 남편과 "다운사이징을 통해 건강과 경제상황을 개선하자는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p.47)

 남편의 제안은 처음에는 마뜩치 않았다. 자신이 힘들게 벌어서 사모은 것을 남에게 내주기까지 한다니 그런 바보같은 짓이 어디있단 말인가! 그러나 쌓여가는 물건들로 인해 공간이 줄어드는 아파트에서 남편부터 '버림과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하여, 그에 보조를 맞추어 당시 거주한 환경에서 실천해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하면 할수록 다운사이징은 충분히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점점 작은 공간으로 옮기면서 돈을 절약하고, 주위 환경에서 잡동사니들을 몰아낼수록 한결 산뜻하고 자유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쓰던 물건을 자선단체에 기부할 때의 기분좋은 느낌도 맛보았다. 차까지 팔아버리고 나니 그간 자신들을 옥죄고 있던 여러가지 채무의 굴레가 -학자금 대출, 자동차 할부계약 등- 크게 가벼워졌다.

 5년에 걸쳐 세번의 이사를 하는 동안에 계속 물건을 줄여나간 끝에 그들에게 남겨진 것은 "바퀴 달린 3.6평 넓이의 이 '작은 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금전과 시간면에서 한층 여유로워졌으며, '작은 집의 좁은 방보다 더 큰 세상의 거실을 얻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실험의 효과는 저자 뿐만 아니라 "소박한 삶을 향한 여정"을 이어간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음을 이야기한다. 일상생활과 직업생활 속에서 소박한 삶을 누리기 위한 끊임없는 실천은,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도록 만들며,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더욱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나오면 " '다운사이징'이 무슨 그리 거창한 효과를 가져오냐,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운사이징'의 방향이 오직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동산이나 재산가치가 비교적 큰 부동산 따위의- 물건에 한정되어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소비중심의 문화속에서는 물건이 나를 소유하는 기괴한 모습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 '더 적게 소유하고 살아가기' 속에서는 내가 물건을 선택해가는 주인이 된다. 다시 말해, 여유를 가지고 물건의 효용과 소유가치를 하나씩 따지면서  더 이상 자신이 물건에 이끌려다니지 않게 된다. 구매에서부터 신중히 선택하고, 정리할 땐 과감히 선택한다. 물건이 자신을 지배할 틈이 없다. 그렇게 소박한 삶을 향한 동선을 따라가다보면 물건의 소유량과 소유관계의 변화와 더불어, 삶의 방향이 단순화되기 시작한다.

 

 개인마다 다르겠으나, 저자는 삶에 있어 크게 세 가지 방향의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진정 소중한 자원은 '돈'이 아니라 '시간', 그리고 '인생 경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한 깨달음의 일환으로, 시간을 과도하게 소모시키는 TV · 인터넷 · 소셜네트워크 등의 사용에 있어 '규칙'을 수립하여 제한을 걸어 두었다. 그럼으로써 적절한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 자연과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경험을 많이 하려고 의식적으로 신경쓰게 되었다.

 

 둘째, 우리가 진정 신경써야할 대상은 소유욕에 바탕을 둔 '물건'이 아니다. 애정에 바탕을 둔 '관계'임을 알게되었다.

 물건은 언젠가는 낡고 고장난다. 유행에 뒤쳐져 버리기도 한다. 끊임없이 더 좋은 물건이 나온다. 물건과 사이에 상호작용은 일방적이다. 

 하나의 물건은 그것의 존재가치만큼, 단순히 돈 이외에도, 신경쓰고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다운사이징을 통해 손을 놓아버리는 순간 돈 이외에도 에너지와 시간적 여유를 확충할 수 있다. 그 자원을 유효한 다른 것에 투입할 수 있다. 독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것을 함께 하기, 산책이나 운동, 동물과 놀아주기, 신경 회로의 완전한 휴식 등이 그것이다. 노동과 일상의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친 나를 힐링시켜주는 동시에, 먼훗날 뒤돌아보았을 때 하고나서 별다른 후회가 없을 것들이다. 후회가 있다면, '좀 더 많은 시간을, 좀 더 재미있게 보낼 걸'하는 것 정도랄까.

 


 셋째, 가진 것을 베풀면서 또 좁디좁은 자신안의 환경의 물적 조건들이 부족해지면서 연대에 대한 의식이 자라났다. 그리하여 공동체와 연계속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 많이 신경을 쓰게 되었다. 공동체 속에서 베풀고 헌신하는 동안 삶의 의미를 탄탄하게 다져주는 더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받음으로써 살아남고 다시 번창"할 수 있게 된다. 

 

 자, 이제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의 아웃라인은 대충 그려진다. 

 소유가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행복감이라는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요건들을 찾아볼 때다.

 

저자는 '소비중심의 사고방식'으로는 행복감을 끌어올릴 수 없다고 한다. 그 사고방식은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나 홍보 등의 마케팅이 선도하고 미디어가 뒷받침하는 소비문화가 만들어낸 거짓 욕망이 주입되고 늘 그것을 충전시킨다. 그리하여 아무리 채워도 채워도 부족함을 느낀다. 더 많은 것, 더 큰 것, 더 좋은 것, 더 으시댈 수 있는 것 등에 대한 영원한 갈증만 남는다.

 참고로 오늘날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공간에서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물건을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쇼핑중독으로 집안 곳곳에 넘쳐나는 물건들은 구매비용을 넘어 보관 및 관리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 책의 저자는 행복감을 가져오는 요건들이 '무소유 · 나눔 · 공유의 정신'이라는 편이다 -'완전한 무소유 · 나눔 · 공유'가 아니라 그러한 정신임을 주의하자.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실천을 요구하지 않으면 충족되지 않는 요건들이다. 즉 생각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손에서 놓지않으려는 욕망, 주위에 두려는 욕구, 다시금 필요로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등의 산은 소비와 소유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아주 높은 벽으로 보인다.

 

 책을 읽고나서 다시 나와 내 주위를 찬찬히 되돌아본다. 과연 나는 어떤가. 

 나 역시 더 가지려고 안달이 난 사람들 대열에 끼여있다. 

 그 대열에 대해 평가를 함에 있어서는 영화배우 겸 칼럼니스트 윌 로저스(Will Rogers)의 한 마디 말을 빌릴 수 있겠다.  

 

 "아직 벌지도 못한 돈으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원하지도 않는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p.43)

 

 '많은 사람들이 집 · 옷 · 자동차 등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것들에 민감하게 생각'한다는 데, 이러한 집단적 무의식의 압력을 내가 항거하기에는 아직 철학도 에너지도 많이 모자란 것 같다.

 이 책을 다시 읽어보며, 각장의 끝에 달려있는 '작은 실천들'을 조금씩 실행에 옮겨보면서 얻게 될 것들 -생각, 여유로운 시간과 에너지- 을 활용하여 조금씩 해결해 봐야겠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북 리뷰 메이트>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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