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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굴위신 - 고전 ㅣ 인문학 수프 시리즈 3
양선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7월
평점 :
책은 "편의상 내편과 외편으로 나뉘어져"있다.
내편은 공맹사상에 대해 오늘날을 살고 있는 저자가 나름의 생각으로 해석하고 개인적 소회를 풀어놓은 글의 모음이라 할 수 있다.
외편은 저자의 말에 따르면 "노장(사상)을 비롯, 국내외를 막론하고 재미있고 유익한 문사철의 세계를 두루 편력한 것들"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내편은 저자가 한문공부와 병행한 것으로 보이는 동양고전강독시에, 특히『논어』와 『맹자』를 읽고나서 드는 생각의 단편들을 기술한 글을 모아놓은 것으로 보인다. 외편은 그것이 그 외 여러 글이 그 대상이 된 것 뿐이다. 내편과 외편이라 분류한 것은 고전냄새를 풍기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사실상 <논어>와 <맹자>에 대한 글이 많아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뿐이다. 모든 글의 개연성은 딱 하나를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그것은 바로 독해에 관한 '저자의 의식' - 이는 종종 책에서 '싸움의 기술'로 표현됨 - 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고전이나 몇몇 책을 새롭게 조명하는 해설서라기보단, 《장정일의 공부》와 같은 독서일기랄 수 있겠다. - 여기에 수록된 글은 모두 저자인 양선규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재하고 있는 '인문학 수프 시리즈'에서 발췌한 것이라고 한다. 외부에 드러내놓은 자신의 공간에서 써나간 글 답게, 대화체이지만 혼자 길고 낮게 중얼거리는 듯한 개인적인 의식이 이 책 전반에 걸쳐 흐르고 있다.
내편의 내용은 대략적으로 이렇다.
공자-안회-자로의 관계와 상징을 살피기도 하고, 공자의 시론(詩論)을 새로이 해석해보기도 하고, 위대한 스승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 외에 유가의 4가지 인물 유형, 『논어』해석의 어려움, 아는것·좋아하는 것·즐기는 것을 서열을 매기는 기존의 해석방식, 식자(識者)들의 인정투쟁, 공간의 변화를 생각해보기, '확장-맥락-해석'의 독법, 글쓰기 공부에 있어서 유념한 것들, 未知生 焉知死(미지생 언지사)의 풀이, 『맹자』의 義와 『논어』의 仁, 『맹자』속 '부자유친'과 관련한 문장들의 의미 재해석 - 이문열의 소설『시인』을 함께 살펴봄, 사회생활을 통해 만나게 되는 '뻘'스러운 이들, 도제식 교육, 不仁한 자들, 유기견을 보며 드는 생각, 舜임금의 大孝와 고구려 호동왕자의 효·불효 딜레마 등을 이야기하며 본인의 단상을 풀어놓는다.
외편은 노자 『도덕경』의 '功成而不居', 『장자』의 輪扁造輪와 庖丁解牛, 『순자』의 莫神一好를 비롯하여, 정재서의 『동양적인 것의 슬픔』에 나온 入火自燒,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본인이 지인과 주고받은 편지, 고전소설『흥부전』과 『심청전』, 민족문화추진회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에서 읽은 강희맹의 <도자설>, 정민 교수의 『미쳐야 미친다』에서 읽은 박지원의 <관재기>, 나관중『삼국지연의』에 수록되어 더욱 잘 알려진 제갈공명의 <출사표>, 이형근『삼국지 죽이기』에서 재미있게 본 '읍참마속'의 대목, 강효백의 『협객의 나라, 중국』에서 나온 중국협객과 피터 루이스의 『무도의 전설과 신화』의 일본 무사, 사마천의『사기』「열전」, 중국 진나라의 간웅 조고 - 김길형 편저 『本 초한지』와 Daum검색을 통해 살펴봄-, 정재서 엮음『산해경』 과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유협의 『문심조룡』(역시 위 정재서의 『동양적인 것의 슬픔』에서 발췌독), 이탁오의 『분서』(채운 해설서), 성백효 역주 『논어집주』등을 읽은 뒤 드는 감상 등을 풀어간다.
읽어나가며 수시로 만나는 저자의 독창적 견해(?)에 딱히 반론을 하지 않고 그냥 가볍게 읽으며 음미하였다. 생각도 이리저리 그네타듯 왔다가기에 메스를 대고 읽기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 저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선에서 읽어나갔던 듯 하다. 그런 이유도 있기에 이 책의 내용이 딱히 전체적으로 연결지어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파편화되어 기억에 남은 저자의 글 가운데, 책을 읽으며 저자가 들었던 생각은 별로 와닿지 않는다. 저자의 글쓰기론(p.105 이하) 정도만이 인상에 남았을 뿐.
고전의 원전보다 주로 해설서를 통해 생각을 이어나간 것도 인상에 남았다.
고전을 어렵게 느끼지말고, 경로가 어찌됐든 또 어떻게든 자기 나름대로 읽고 이해하며 즐기는 선에서 고전의 향기를 맡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