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팩터의 심리학
이기범 & 마이클 애쉬튼 지음 / 문예출판사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970~80년대 많은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인간 성격을 연구함에 있어 과학적 접근이 어렵다며 자포자기하게 되었다. 이런 침체기를 지나, 1990년대부터 인간 성격에 대한 연구가 점차 활발해졌다. 2000년대 초반까지, 성격심리학 분야에서는 인간의 다양한 성격 차이를 아래 5가지 요인들로 구분했다.
 
 외향성 (활달함 vs. 수줍음)
 원만성 (친절함 vs. 매정함)
 성실성 (규율적이고 치밀함 vs. 게으르고 신중치 못함)
 신경증 (불안함 vs. 평온하고 느긋함)
 개방성 (창의적임 vs. 관습적임)
 
 이를 '5대 성격 모델'이라 하는데, 이 모델은 당시 복잡하게만 생각했던 인간의 성격을 매우 효율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 자리잡았다. 물론 이는 다양한 성격특성을 5가지로 압축한 데 지나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저자들이 한 대학원에서 만나 공통의 관심사를 연구 주제로 삼으면서, 각 나라에서 성격을 지칭하는 형용사를 분석하다, 서구가 아닌 한국어 요인분석 연구에서 여섯 번째 요인을 발견하게 된다. 이게 바로 '정직성'(내지 '도덕성')이다.
 저자들은 '정직성'을 추가하여, 인간의 성격 특성을 구분짓는 여섯 가지 범주의 첫 알파벳 글자를 따서 HEXACO 모델을 제시한다.
 HEXACO를 이루는 여섯 개 요인은 정직-겸손성(Honesty-Humility), 정서성(Emotionality), 외향성(eXtraversion), 원만성(Agreeable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경험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이다.
 바로 이 모델을, 특히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정직성'을 대중적으로 쉽게 설명하기 위해 내놓은 책이 바로 이 책 《H팩터의 심리학》이다.
 
 1부는 위 HEXACO 성격 모델을 발견하여 제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독자가 납득 가능하게 풀어서 기술했다. 
 그리고 HEXACO 성격 모델의 6가지 요인을, 아래와 같이 2가지 범주로 나눈 뒤 각각의 요인이 높은 사람의 장단점을 설명한다.
 
♤ 활동 및 노력과 관련이 있는 ‘개방성ㆍ성실성ㆍ외향성’ 
♤ 이타성 및 대립성과 관련이 있는 ‘정직성ㆍ원만성ㆍ정서성’ 
 
 2부는 HEXACO 모델에서 '정직성'이라는 요인을 '낮은' 값으로 고정시켜 두고, 나머지 요인인 정서성, 외향성, 원만성, 성실성, 개방성을 이에 하나씩 대응하여 그 값을 변화시킨다.
 이를 풀어서 설명하기 위해, 2부의 목차를 그대로 옮겨본다.
 
① 정직성과 정서성 
♤ 탐욕을 위해 모험에 뛰어드는 ‘낮은 정직성-낮은 정서성’ 유형 
♤ 교활하게 울고 보채는 ‘낮은 정직성-높은 정서성’ 유형 

② 정직성과 외향성 
♤ 거칠 것 없는 나르시시스트들인 ‘낮은 정직성-높은 외향성’ 유형 
♤ 과묵하고 거만한 ‘낮은 정직성-낮은 외향성’ 유형 

③ 정직성과 원만성 
♤ 이기적인 쌈닭 같은 ‘낮은 정직성-낮은 원만성’ 유형 
♤ 서글서글한 아부꾼이 많은 ‘낮은 정직성-높은 원만성’ 유형 

④ 정직성과 성실성 
♤ 최악의 종업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 ‘낮은 정직성-낮은 성실성’ 유형 
♤ 자기밖에 모르는 야심가가 많은 ‘낮은 정직성-높은 성실성’ 유형 

⑤ 정직성과 개방성 
♤ 천박한 욕심쟁이들인 ‘낮은 정직성-낮은 개방성’ 유형 
♤ 속물이면서 고상한 체하는 ‘낮은 정직성-높은 개방성’ 유형 
 
 이렇게 나온 10가지 유형은 '낮은 정직성'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 다만, 설명의 편의를 위해 10가지로 분류했을 뿐 높고 낮음에는 각기 그 정도를 세분화할 수 있을 것이다.
 2부에서는 위와같이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정직성은 낮은 사람들의 특성을 잘 캐치할 수 있도록, 이 10가지 유형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3부에서는 정직성 판단의 난점과 더불어, 이를 측정할 수 있는 팁 -끼리끼리 모이기에, 그 사람이 어울리는 자들을 두루 살펴보고 평균값을 내면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4부에서는 2대 가치관(정치, 종교)과 3대 사회내의 원초적 욕구(돈, 권력, 섹스)와, HEXACO 성격 모델의 요인들의 관계를 살펴본다. HEXACO 모델과의 관련성에 있어서, 저자들이 초점을 두어 설명하고 있는 요인은 (당연히) '정직성'이다. 
 
 5부에서는 정직하지 못한 이들을 가려내는 방법을 일러준다.
 높은 지위와 신분, 사회적 반(反)동조성, 종교적 신실성, 약자 및 소수자 옹호, 직설적인 비판, 공개적 기부는, 정직성이 낮은 이들을 효과적으로 가려내는 지표가 되지 못한다.
 대신 법과 제도를 속이기, 수단적 아부, 도박과 부동산 투기, 문란한 성생활, 사치 및 과소비, 법 위에 있다는 사고방식, 다른 집단에 대한 경멸과 같은 것들은 그들을 가려내는 데 유효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나서 부정직한 사람들이 섞인 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게 현명한 것인지에 대하여 간단한 조언을 남기며 마무리한다.
 
 책을 읽고 나서, 부록으로 나온 HEXACO 성격검사를 해보려다 말았다.
 나는 내 의식과 무의식의 괴리가 상당히 커서, 어떻게 답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어떻게 답변해야 좋게 비춰지거나 나쁘게 비춰질 지 아는 정도일 뿐, 나는 정확히 나를 모른다. 상당히 과장해서 평가하고 싶은 내 마음속 욕구는 알아차릴 수 있겠다.
 나처럼 자신에 대해 냉철하게 평가할 수 없다하시는 분들은, 한 가지 팁을 말씀드리면 결과론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된다. 과정은 항상 이상을 담고 있기에 머리 위에 뜬 별(이상)을 바라다보겠지만, 결과는 바로 자신이 지금 서 있는 지면이나 몸담고 있는 곳(현실)이랄 수 있다. 지금 자신에 대해 냉철하게 평가하려 할 때, 그 결과와 현실만 따져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가령, '미술관에 가는 것을 지루하게 느낀다'는 항목에 대해 문답해보자. '아, 나는 미술관 그림도 사실 좋아하는데...'라지만 막상 혼자 미술관을 찾아간 적이 일년에 한두번도 되지 않는다면, 위 문답에서 (○)로 표기하는 것이다. 사실, 자신의 무의식과 솔직한 기호는 바로 현실과 습관, 행동의 누적된 결과치가 말해주는 것이다.
 
 책을 읽어나가며, 나 자신의 성격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른 한편으로, 머리속 다른 공간에서는 이때껏 경험해온 인간군상들 중 많은 이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그들 중 나와 유난히 갈등관계에 있었던 몇몇 이들은 스쳐지나가지 않고 잠시 머물렀고, 그 상태에서 그들을 조금이나마 더 자세하게 분석해 볼 수 있었다.
 
 돌아보면, 내가 유난히 크게 갈등을 겪었던 이들은 크게 보면 주로 2가지 타입이었다.
 나와 소통이 어려운 사람(독선적인 사람, 자기 중심적인 사람), 그리고 부정직한 사람이었다.
 나머지와는 그럭저럭 괜찮았던 것 같다. 엄격하든, 좀 쌀쌀맞든, 다소 신경질적이든 소심하든, 소극적이든, 게으르든, 촐랑대거나 깐죽대든 말이다. 그보다 더 온순하고 바른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잘 맞았던 듯 하다. 그리고 지금 내 주위에 남은(사적으로 연락과 만남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성격이 무난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그나마 소통이 어려운 사람들도 공통분모(나 교집합)을 찾아내어 어울릴 수 있었으나, 부정직한 사람만큼은 도저히 가까이 할 수 없었다. 종종 등 뒤에서 비수를 꽂았기 때문에 그 때 여러모로 미숙했던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특히 소통이 어려우면서도 부정직한 사람들과 내가 일으킨 크고 작은 스파크는 내게는 무척이나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그들에게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본다.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그들을 두고 '양아치스러운' 또는 '소시오패스같은', 나아가 '싸이코패스에 가까운' 사람들로 치부했지만, 사실상 그 정도는 아니고 부정직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심각한 범죄를 일으킬 정도의 사람들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아직까지는.
 그간 감정에 의해 그들의 성격을 규정하기 힘들었고 그 개념도 제대로 잡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며 좀 더 가다듬고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전부터 생각해온 바 중 하나만 간단히 말한다면, 예전의 나처럼 스파크를 일으키며 힘들게 살고, 또 좋은 평을 듣지 않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다음과 같은 태도는 필요하다고 본다(다른 분들은 가볍게 참고만 하시라).
 
 처음에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상태에서 사람들 유형을 적절히 가린다. 그리고 난뒤, 그 유형에 따라 그 사람과 나의 거리를 조금씩 좁히거나 벌여나간다. 이 때 배척은 금물이며, 등을 돌리고 싶은 사람이라 할 지라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도록 방어벽을 철저히 하며, 함부로 내게 행동하거나 부탁하지 못하도록 때때로 예의바르면서 단호하게 응대해야 한다. 나를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 휘둘리거나, 차후 그 사람과 갈등관계에 접어들어 언제든 마찰을 일으킬 확률이 매우 큰 지경에 이르게 됨을 명심하고 조심하자.
 
 이는 사실, 우리의 직관이나 감정이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험상 직관(인상 포함)이나 순간적인 감정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냉철한 이성의 통제 속에서 찬찬히 생각하고 주의깊게 살피며 조금이라도 공을 들여 비교적 오랜 기간 깊이 파악해나가야 한다.
 
 위와 같은 태도를 지니고 나아갈때, 사람의 유형을 판별함에 있어 이 책이 상당히 도움되리라 본다. 책은 저자들의 연구성과를 알림과 동시에, 독자들에게 인간의 성격 유형의 판별과 특성에 관하여 적절한 참고자료가 되어줌으로써, 충실한 보조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아무 것도 지니지 않고 인터넷에 흥미본위로 올려진 오류투성이 성격유형 이론(? 잡론?)들을 부여잡고 있기엔 이 세상은 너무 거칠다.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위에서 구멍이 많이 나고 허접한 판자 하나에 몸을 의지한 격이랄까. 튼튼하게 건조된 선박에 몸을 싣고 항해하는 것이 백번 나으리라. 아마도 이 책은 그런 선박에 비유할만한 책 중 하나가 아닐런지.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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