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제품이란 무엇인가 - 스탠포드대학교 25년 연속 전설의 명강의
제임스 L. 애덤스 지음, 김고명 옮김 / 파이카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좋은 제품'에 있어서 '좋다'는 것이 과연 어떤 상태를 일컫는가. 완벽함? 그건 아닐테지. 세상 어느 것 하나 어느 관점에서든 완벽한 것이 있을 수 있을까? - 그러나 완벽함이란 것이 인간의 머리속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개념일 지라 하더라도 완벽함을 향해 나아가는 그 자세를 흐트러뜨려서는 안될 것이다.

 일단 책은 '좋다'는 것의 정의나 그에 대한 논의는 뒤로 한채, 일단 그러한 상태나 개념을 상정해두고 설명해나간다.

 

 1장에서는 사업 성공에 있어서 품질의 중요성 및 이의 개선에 대해 말한다.

 2장은 품질이란 것이 본디 수치화하기엔 난점미 많은데다, 경제적으로 평가하기 힘든 부분도 있기에 별다른 관심과 통찰력이 없다면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말한다.

 3~9장에서는 차례로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일곱 가지 영역을 살펴본다.

 그리고 10장에서는 앞서 말한 품질의 여러 가지 요소를 검토하며 각 제품에 대한 평가표를 만들어 보면서, 저마다 품질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자가 되어 보자고 한다.

 전반적인 주제는 간단하다. p.265에 저자가 밝히듯 "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품질은 좋을수록 좋다' "

 

 우리는 고전 경제학상에서 상정한 '합리적인 경제주체'이건만, 제품을 선택할 때 현명한 고려를 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이런 소비자의 성향을 민감하게 읽어들이는 기업들 역시 그 수준에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저마다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면 어떨까?

 적정 자원이 제대로 된 제품의 생산에 쓰여질 것이고, 경제활동에 따른 여러 문제들 중 일부는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모든 제품을 여러가지 면에서 꼼꼼하게 따져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맨땅에서 아무것도 없이 따지기 시작하긴 힘든 일이다.

 그럴 때 이런 책이 말하는 제품의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들 - ① 성능 · 생산비용 · 가격 ② 다양한 '인간에의 적합성' ③ 기예 ④ 감정과 욕구 ⑤ 미적 요소(심미성·우아함·세련미) ⑥ 개별제품의 상징과 문화, ⑦ 국제적 제약(자원과 환경 문제와 그에 따른 규제 등등)- 을 하나씩 고려해봄직 하다. 

 이 때 주의할 것이 있다. 그와 같은 품질의 세부적 평가시에, 일부 요소에 한해 지나치게 미시적인 접근을 하게 되는 경향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접근도 병행해가는 게 현명하다는 것이다.

 또, 모든 제품의 선택에 있어서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꼼꼼히 따지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떠한 선택의 개인적 중요도에 맞추어 위 7가지 영영역들을 고려하는 정도도 달라질 것이라 본다. 사실, 그것은 보통 우리가 선택을 앞두고 머리속으로 대충이나마 생각하는 것이다. 허나, 여러가지 한계와 인지 왜곡으로 인하여 잘못된 의사를 형성할 뿐이다.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보통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라 말하면,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지 않은 한, 일상에서는 기업과 소비자의 양측을 고려한 입장에서 성능, 생산비용, 가격, 내구성, 디자인, 만족도, 오류가능성을 꼽았다.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책은 이들을 저자 나름의 다른 방식으로 재편하면서 좀더 시야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요소들이 과연 품질의 범주화에 포함될 성질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차라리, 품질과 더불어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정도로 생각해 봄직하지 않을런지.

 

 더불어 이 책의 각 장과 절의 내용을 읽어나가며, 각 항목의 소주제와 내용이 서로 정교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큰 주제 아래에 그와 관련해서 저자가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을 연결해가고 있는 것 같다. 

 근데, 관점을 바꾸어 보면 이런 책의 경우 오히려 체계성이 딱 부러지고, 내용도 그에 맞게 구성되면 목차만 읽으면 그만이지 않을까? 그럼 차라리 책으로 만들기보다 A4용지 크기에 목차만 다 담아놓고, 세부적인 내용은 웹페이지에 올려두어 관심있는 부분만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메뉴얼서는 아니다. 오히려 품질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에 대해 여러 방면에서 심도있게 생각해보는 꺼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연구 등을 많이 녹여내어서.

 

 위와 같은 이 책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각 소주제를 핵심내용만 압축해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보려다 관두고 말았다. 그냥 편하게 읽어나가며 공감해보고, 생각해보고, 반론도 펼쳐보았다. 중간중간 의문점을 달아두어 나중에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을 확장할 여지도 남겨두었다.

 이 책은 그렇게 읽는 것이 내게 가장 적합한 방식인 것 같다.

 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필요한 내용만 체리피커처럼 뽑아먹으려다 실패했으나, 쭈욱 '정주행'해나가며 일독할만한 가치있는 책임을 알게된 후 마음이 오히려 즐겁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동안 어쩌면 품질이란 것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관계망을 살찌우는 것이 아닌가 한다. 예컨대, 어떠한 공산품의 품질이 좋을수록 나는 그 브랜드의 제품 구매를 선호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그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이들과 더 가깝게 이어질 것이고 그들을 먹여살리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이다. 또 그 연결은 품질에 대한 신뢰만큼 튼튼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기도 한다면, 품질이라는 것을 단순히 기업같이 제품을 판매하거나 용역을 제공하는 이들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재화와 용역을 선택하는 이들 역시도 논하며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는 점을 더욱 강하게 의식하게 된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카페 <책좋사>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기에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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