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융합 콘서트 - 급변하는 세상을 꿰뚫어보는 힘
최재천 외 지음 / 엘도라도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라는 말이 있죠.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시대는 지능과 재능과 실력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서 풀어갈 수 있는 문제만 남아 있으며, 천재들마저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개념은 이미 20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 (p.220, 조벽)

 

 책의 내용은 21세기의 인재 키워드인 창의력과 융합학문에 맞춰져 있다.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근대, 그 이전의 지식 수준은 지금에 비하면 보잘 것 없어서 한 사람이 다양한 학문과 기술을 섭렵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산업혁명을 거쳐 지식의 대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한 20세기에 들어서자 사정이 달라진다. 한 사람이 하나의 전문분야를 파고드는 것만 해도 버거울 정도에 이르렀다. 각 분야는 점점 세분화되어서 가령, 생물학이나 물리학, 의학이라해도 좀 더 잘게 쪼개어진 전공으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학제간 장벽은 점점 더 커져서 바로 이웃하고 있는 학문의 최첨단 연구성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상법시간에 상법 전공 교수님께서 민사소송법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인 '재판적'이 떠오르지 않아 한참을 고민하던 것이 생각난다. 내가 이를 말씀드리자 그제서야 생각이 나셨다. 민소법을 거의 들여다 볼 시간이 없이, 새로 나온 상법 연구논문과 판례, 외국법제사례와 판례만 살펴보기에도 벅차기에 본인도 모르게 잊어버리셨던 듯 하다. 물론 연세가 꽤 있으셨던 것도 한 원인이리라.

 

 이같은 현상도 이제 거대한 네트워크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대량의 정보와 지식이 공유되기에 이른 정보화 시대인 21세기가 되자 다시 뒤바뀐다. 다시 르네상스인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해도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다. 그것은, 근대와 그 이전처럼, 한 사람이 여러 지식을 알고 문제를 해결하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고 나누어야 문제가 해결되는 복합계의 시대가 된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것이 가장 자연과 인간 사회에 주어진, 또는 헤쳐나가야 할 수 많은 일에 인간이 대응함에 있어 가장 적절한 방식이기도 하다고 본다.

 

 여기서 주의할 점. 융합이란 것이 여러 학제간의 사람들이 만나 머리를 맞대는 1+1+1...의 구분적 개념이 아니라, 서로가 그냥 하나의 덩어리가 되는 개념이다.

 "융합은 한 사람이 둘을 가지는 게 아니에요.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거에요. 기술 찔끔, 인문 찔끔, 이렇게 해서 무슨 융합이 되겠습니까. 교차로 입니다. 기술과 인문이 만나는 곳이죠." (p.216, 조벽)

 그렇기에 다양한 복수전공을 배운 각자가 서로 만나는 것, 또는 한 전공을 배운 사람이 몇몇 부전공을 배워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자신이 배운 것과 다른 분야를 알지 못하면 접점이 만들어지기 어려울 테니까.

 

 책은 이와 같이 융합에 대하여 12인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사실 독자들이야, 통합이나 융합 등 어떠한 표현을 쓰던지 간에 다양한 분야에 걸친 연구와 공부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다들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이 강연자들의 이야기에서 중심 소재나 키워드만 이야기해도 대충 어떤 내용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어떤 생각이 도출될 지 쉽게 추측할 수 있으리라 본다(여기서는 생략).

 여기서는 가장 많이 언급된 소재가 故스티브 잡스라는 점만 언급해두기로 한다. 그 외에 영화 <아바타>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최재천 교수가 물리학자 최무영 교수를 언급하면서 과거 서울대에 문리대가 있던 시절을 함께 상기시키며,

 " 과학은 인문학과 같은 데 있어야 하고, 공학과는 오힐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이게 어쩌다 둘이 들러붙어서 이 고생인가."라는 말을 인용하는 대목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내 아이가 만날 미래》의 저자 정지훈 소장, 조벽 교수, 김중태 원장의 글에서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그 외 8인의 저자들에게서는 내가 잘 알지못하는 분야에 대한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중국의 등장에 따라, 과거 베스트 팔로우어의 역할을 잘 수행해 내기만 한 우리가 창의력과 융합력이 없이 과거의 패턴에만 머물러 하드 워킹에만 치중하게 된다면 만나게 될 위기론도 이 책에선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10여년에 걸쳐 소위 '사짜' 직업의 몰락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것도. 뿐만 아니라 지금 있는 일자리의 상당수도 많이 교체될 것이라는 예측도 접할 수 있다. - 과거 미국의 농업종사자 수와 지금을 대비하는 비교사례를 통해서.

 시대와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기에 어떤 측면에서는 고민에 앞서 빨리 앞서나가는 것이 필요하리라. 그만큼 변화는 빠르다. 

 지금 먹고 살기에 급급하다면 나중에는 더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이나 변화에 앞장서나간다면 예상치 못한 많은 -공적 뿐만 아니라 사적- 이익을 창출할 수도 있으리라.

 물론, 이는 전 인류적 위기 -자원고갈, 사막화와 환경 오염 같은 범인류적 환경문제, 온난화 등의 기상이변, 화산분출이나 운석충돌같은 대규모 자연재해 등과 이에 따른 2차 피해(식량생산 차질 등)- 등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즉,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길이 평탄하거나,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오르내릴 정도에 한해서 가정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은 강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라, 구어체와 더불어 다양한 시각적 자료들을 만나보며 쉽고 빠르게, 그리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이 던지는 화두와 관점, 그리고 힌트는 그렇게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었다.

 

 사람은 자신이 평소에 접하지 않은 지식, 분야 따위를 접하면서 앎과 인식의 범위를 확장할 수있는 데 -쉽게 비유해 그릇을 키워나갈 수 있는데- 이 책이 그랬다.

 나보다 앞서,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을 체득하고 그를 바탕으로 통찰하며 생각을 쌓아나간 이들이 짧은 강연시간에서나마 던져준 몇가지 열매를 맛보면서 시야가 탁 트이는 것 같았다. 마치, 집안에만 있다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특히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 가장 적절한 키워드에 관해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아마 내 인생의 또 다른 자양분이 될 것이라 본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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