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 - 한국건축의 새로운 타이폴로지 찾기
이상헌 지음 / 효형출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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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타이틀과 저자가 말하듯, 건축학 입문서가 아니다. "건축학도와 학계, 실무계, 정부 기관과 언론을 포함하는 건축계 대중에게 우리 건축의 현실을 알리고자" 쓴 책이다.

 이는 건축학도에서 나아가 한국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미국에서 이론과 역사를 공부한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저자는 이론적 기반없이 모사와 기술에 그치고 있는 한국 건축 현실에서 회의와 의문을 품고 뒤늦게 유학길에 올랐다고 한다.

 8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저자는 건축 현실의 문제를 현상과 근원부터 마주하게 되었다.

 

 애초 서구에서 발전된 건축은, 학문과 디자인(지적 노동)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지며 현대건축에 이르기까지 이론적 토대에 터잡고 장구한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서양의 건축 개념은 한국에선 낯설었다. '인문학적 개념의 건축'은 없었고, 다분히 기술적 의미가 강했다. 서양의 '건축'개념을 번역, 도입한 뒤 양자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 역시 부족했다. 

 이후 한국은 아직도 건축을 공학이나 기술로 인식하는 현상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서양은 건축이나 건축가를 입체적이고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있음과 현격히 대비되는 것이다.

 

 전문성은 사라지고 영역만 남은 채 파편화된 한국 건축은 이제 건설이 건축으로 둔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실 속에서 건축은 법과 제도, 학문분류체계상 둥둥 떠다니며 그 위상이 추락했다. 건축사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의 건축학은 인문학적 가치와 이론보다 유사 과학적 방법론에 의지하는 실증주의적 학풍이 지배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한국에 아직 건축은 있다"고 말한다. 이는 "서구처럼 제도화된 건축이 제대로 정립되지는 않았"고 철학도 없으나 "나름의 방식으로 건축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서 그 수준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보기도 한다.

 

 책의 전체적 얼개는 '① 서구와 우리의 건축 개념 차이 설명 ② 현재 한국의 건축의 여러 위상 분석 ③ 한국에 자생적 건축문화와 그 현실, 그리고 특성'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의 에필로그에 쓴 것처럼, 책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미처 다 담지 못한 미완성으로 나왔다.

 

 확실히 건축에 문외한인 내가 생각하고 느끼기에도 한국 사회에서 건축은 제 자리를 찾지 못한채 분열되어 있다. 건축설계와 감리, 겉멋과 편의에만 신경쓰는 수요자층, 건설에 참여하는 건설회사와 막노동자들의 시공 - 이게 건축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이었다.

 건축학은 이런 현실속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즉, 체계없이 파편화된 상태에서 제대로 된 정체성을 찾지 못한채 점차 더 기이한 건축 현실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더불어 건축사들도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 실력은 하향되어 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건축학을 체계화, 종합 이론적 뒷받침, 전문화하지 못한 것이 건축 문화 및 철학 부재 속에서 돈벌이에 매몰된 건축업의 부실을 불러온다고 본다. 

 매번 사고가 터질때마다 이어지는 부실논란의 근원을 책을 통해 어렴풋이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삽질과 기술로 전락한 건축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인문학과 과학, 기술이 융합된 이론적 토대 위에서 심층적으로 체계를 정립해나가는 움직임을 하루 빨리 기대해본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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