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나쁜 부자들 - 부자들의 99%는 나쁘다
안재만 지음 / 참돌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를 꿈꾸고 있거나 꿈꿨던 적이 있을 것이다.

 해방과 전쟁 이후, 무질서와 폐허 위에서 시작된 우리 윗 세대 각 개인의 삶은 오늘날 여러 형태의 결실을 보이고 있다. 누군가는 황금 숟가락을 물고 태어났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힘든걸 모르고 살아가며, 누군가는 노예의 삶이 예정되었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심지어 <현장르포 동행>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는 경우 그 부모에 대해 '애를 제대로 키울 수 없거든 자식을 낳지 말았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냉소를 뿌리는 자들도 있다- 어렵고 고된 삶을 산다.

 그리고 통칭 IMF 사태라 하는 외환위기 이후 빈부 격차는 날로 극심해지고, 2008년말 미국발 금융위기이후 한층 더 이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돈에 대한 집착은 어느 때보다도 크다. 재테크 열풍이 불고, 연금과 보험·펀드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듯 부의 생산과 축적, 유지에 매달리는 이들의 한켠에서 이런 말도 나온다. 그렇게해서 부자가 되었다한들, 부러울 것도 없다고. 이는 단순히 부자에 대한 배알꼴림에서만 나온 게 아니다. 그걸 바로 이 책이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부의 형성과정, 유지과정, 대물림 과정 등에서 한국의 부자들이 -다른 나라라고 크게 다를 게 있겠냐는 생각이 들지만- 남긴 부도덕과 범죄, 각종 편법의 직·간접 증거와 흔적들에 대한 기록물이 이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한편으로, 부자의 범죄와 비도덕을 읽고나서 한바탕 욕이라도 해줄 심정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책을 읽으며 얼마안가, 마치 해수욕장에서 몇미터만 걸어들어가자 급경사속으로 쑥 빠지듯, 빠져들어갔다. 우선 문체가 매우 간결하고 쉽게 씌여졌다. 저자가 신문기자인 점이 영향을 미쳤으리라. 거의 구어체에 가깝게 서술되었다. 이야기의 진행도 마치 소위 약간 공개적인 '뒷담화'하듯이 이어진다. 때론 자세한 점을 밝힐 수 없다면서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대해 입을 다물기도 하고 -하지만 조금만 경제뉴스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만하다. 그게 아니라도 인터넷 검색을 하면 시시콜콜한 내용과 억측까지 다 나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때론 이야기를 도중에 얼버무리기도 한다.

 

 이렇게 흥미로운 책을 술술 읽고나서 드는 생각과 감정은 다들 그렇다시피 복합적이다. 

 그러나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이제 부자의 길에 이르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과, 나아가 평범한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부자가 된다해도 과연 도덕적으로 부자에 이르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하는 점이다. 또, 한국의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은 부자들에게 매우 유리한 방향으로 공고화된데다, 운용에 있어서도 그들은 능수능란하게 대처하고 있어(특히 제4장을 읽으면) 부의 독점과 불합리한 불평등이 개선될 지 요원해보인다는 것도 있다.

 조폭, 대기업과 재벌, 주가 조작 및 증시의 작전세력, 사채업자, 공권력 집단, 고액의 운동선수나 감독, 복지가, 고소득 전문가, 사회적 영향력있는 이들(예:기자) 등 소위 '나라를 망치는' 특정 경제주체들이 전반적으로 약하게는 체리피커짓을, 강하게는 사기꾼, 강탈자, 독재자 역할을 하면서 국가 기반을 부패시키고 병들게 만들고 있음에 분노하기도 했다.

 참고로, 한국의 대기업 집단이나 언론 재벌 가운데에는 일제시대에 건달출신도 있는 등(p.136) 대기업과 조폭과 연계성은 어느모로나 상당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노동자와 수급 업체, 협력 업체를 상대로 -잘 알려진- 일련의 횡포와 약탈적 경제행위, 착취의 수준은 딱 그 수준인 듯 하다.

 

 개인적으로 제4장의 '나쁜 부자들에게 배우는 노하우'는 이를 안다해도 평범한 서민들이 써먹을 일이 있을까 하는 것들이 많았다. 삐딱하게 보자면, 작은 이득을 위해서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얄팍한 잔꾀를 잘 쓰며 무얼 하든지 양심에 꺼리낄 게 전혀 없는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어떤 식으로든지 손해를 보는 것만큼은 전혀 용납하지 못하는- 태도를 본받을(?)만하겠다.

 

 저자가 책에서 종종 박근혜 정부를 거론하는데, 이는 그만큼 부의 분배와 순환에 있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종종 '부자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부자들의 눈치를 잘 살핀다는 '기득권 정당'이라는 이 정부에 대해서 기대보다 감시가 필요하다는 점을 덧붙여 두며 글을 마무리한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카페 <책좋사>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기에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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