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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흔들리게 창문을 열어주세요 - 식물의 마음으로 읽어내는 관계의 소리
김지연 지음 / 북스고 / 2021년 3월
평점 :

요즘 sns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주인공은 '벗꽃'.
코로나 때문에 멀리 꽃구경은 가지 못해도 길가에서 또 가까운 공원에만 가도
봄기운을 흠뻑누릴 수 있는 가장 생명력 넘치는 계절 봄이다.
모두가 봄꽃을 보며 입꼬리가 올라가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활력과 위안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라는 책에 보면 생명이 크게 두 갈래,
즉 식물과 동물로 진화하는데 그 둘의 차이점이 식물은 에너지를 응축시켜 저장하는 생존방식을 선택하고
동물은 반대로 다른 생물에게서 에너지를 빼앗고 소비하는 생존방식을 선택해서 진화했다는 이론을 소개한다.
식물이 그렇게 생명의 에너지를 가득 품고 있어서 그런지 묵묵히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밝게 만드는 것 같다.
마치 몹시 힘들 때 말없이 들어주고 손잡아 주는 친구처럼.
김지연 작가의 <바람에 흔들리게 창문을 열어주세요>는 봄볕같이 따스한 에세이집이다.
오랜시간 다양한 식물과 교감하면서 식물을 통해 인간관계 또
내면의 갈등을 풀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은 식물에 관심이 많거나 나와 같이 중년의 여성이라면 충분히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다.
또 아직 마음에 봄이 오지 않은 이에게도 도움이 되는 심리학을 품은 가볍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이다.
"바람에 흔들리게
창문을 열어주세요"
마치 말을 거는 듯한 서정적인 제목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
우리에게 말을 거는 친구는 바로 '라벤더'이다.
저자가 라벤더를 집에 들여서 양지바른 곳에서 정성껏 키웠는데 결국 흉측하게 말라죽게 된다.
나중에 식물을 잘 키우는 친구를 통해 라벤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환기! 새로운 바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우리 삶에도 이렇게 새로운 바람, 환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게 나의 역할을 수행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스스로를 채찍질하다보면 삶이 너무 경직되고 시들해질 수 밖에 없다.
때로는 돈 낭비, 시간 낭비처럼 보여도 내가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 덕질도 하고
새로운 취미를 찾는 것이 오히려 삶을 젊고 윤기있게 기름칠해 준다.
"분갈이"
우리 삶에 혹독한 계절이 있다면 외로움, 또 눈보라 폭풍같은 분노의 계절이 아닐까?
요즘 나에게도 이유를 알 수 없이 계속되는 분노가 있었는데 이 책에서 '분갈이'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저자가 잘 자라고 있는 산세베리아를 좀 더 큰 화분으로 분갈이한 후
물도 흠뻑 주고 영양제도 꽂아 주었지만 안타깝게 죽어버리고 만다.
분갈이를 한 뒤에 식물이 생육을 잠시 정지하고 많이 쇠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그늘진 곳에 쉬게 하고 과습하거나 비료를 줘서도 안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된다.
식물을 돕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이 오히려 끝임없이 괴롭힌 결과가 된 것.
저자는 이 경험을 통해 지나친 분노 같이 우리에게 건강하지 못한 반응이 보일 때
그 원인을 '뿌리, 내면'에서 찾아봐야하고 권한다.
그래서 나도 분노가 차오르는 상황에 가만히 앉아서 나에게, 내면아이에게 편지를 써보았다.
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서 아이뿐만 아니라 나역시 분갈이된 상황.
온라인 수업, 또 가벼운 감기만 걸려도 학교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부족해진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려고 스스로 많이 푸시해 왔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또 올해 새롭게 펼치고 싶은 일들에 대해
'그건 지금 불가능해. 실패할게 뻔해.'라고 스스로를 향한 냉소적인 시선이
못내 서운했음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삶에서 가장 크고 깊은 상처들은 스스로가 주는 게 아닐까?
가시 돋힌 마음을 찬찬히 돌아보며 글로 보듬어 주니 마음이 한결 보드럽고 편안해졌다.

이 책은 많은 이들에게 식물에 대해, 관계에 대해, 또 자신의 마음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될거라 생각한다.
https://youtu.be/qJgC4kPnF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