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30년동안 아픈 나무들을 돌봐 온 나무 의사 우종영 씨가 나무에게 배운 단단한 삶의 지혜가 담긴 이 책을 그렇게 읽고 싶었다.
이 책은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무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주고 있다.
나무를 인간의 삶에 비유하여 나무 마다에서 하나의 지혜를 찾아내는 작가의 눈썰미가 놀랍다. 나무를 사랑하지 않고서야 어찌 그 깊은 지혜를 추출해 낼 수 있겠는가?
허기를 달래준 이팝나무는 생긴 모양이 쌀알같이 하얗다. 작년에 조경사 공부를 하면서 알아낸 나무들이 많이 나와서 일견 반갑기도 하고 다시 만난 친척같이 친근감이 느껴진다.
지울 수 없는 과거를 지우고 싶으면 하얗게 줄기마다 붙어있는 조팝나무를 부고 배운다. 동백처럼 화려한 꽃이 피어난 채로 가장 절정의 아름다움이 빛날 때 갑자기 땅으로 수직낙하 하고 만다. 마치 박수칠 때 떠나라고 하듯이 말이다. 막수칠 때 떠나는 것이 맞다. 인연이란 수필을 쓴 피천득 작가는 그 이후 글을 더이상 쓰지 않았다. 그야말로 인연이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마음깊이 들어올 때 그것으로 되었다 하고 더이상 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인연을 읽으면 괜시리 눈물이 난다. 어릴 적 여주인공이 목을 두르며 이담에 크면 아저씨랑 결혼할 거야 했던 아이, 그 아이가 자라 어떤 군인과 결혼했지만 영웅담을 날마다 지껄이는 하찮은 인간에게 시달리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와 한다. 이제는 시든 백합처럼 생기를 잃은 그녀를 보고서는 세 번째는 만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을 뻔 했다고 한 인연의 이야기, 가슴에 찡하니 다가온다.
결국 못났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과의 향기, 그야말로 못나디 못나서 아무리 선을 봐도 인연을 만나지 못한 노총각이 허심탄회하게 자기의 실패담을 선보러 온 여인에게 하소연하고 마침내 진심이 통해서 인연이 맺어지는 이야기는 모과의 향과 딱 들어맞는다.
자귀나무는 또 어떤가? 신혼의 부부처럼 이 나무의 잎은 밤에만 서로 딱 붙어있다가 아침이면 언제 무슨 일 있었느냐는 듯이 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