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한 방울의 물로 시작한다

위민 투 드라이브 - 스스로 결정하기로 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성장 에세이
마날 알샤리프 지음, 김희숙 옮김 / 혜윰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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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한 방울의 물로 시작한다.


마날 알 샤리프는 메카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이슬람 근본주의 교육에 경도되어 여성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문화를 당연시하고 복종하며 살았다.
교육열이 높은 어머니 덕에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업에 매진한 그녀는 대학 졸업후 사우디 국영 아람코 정유회사에 채용, 정보보안 분야에서 일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그곳에선 사우디문화와 다른 자유분방한 미국의 문화가 흐르는 곳이었고, 여성에게 금지된 운전도 아람코 안에서는 가능했다. 얼굴을 가리지 않아도 됐고 스스로 선택하는 삶이 가능했다. 마날은 그곳에서 사우디 왕국의 모순을 체험하고 되고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사우디 왕국에서의 여성은 ‘마흐람’이라는 여성 후견인 제도 아래 철저하게 남성에게 종속되어 살아가야 한다. 은행 계좌를 만들 때도, 여행을 갈 때도, 직업을 가질 때도, 심지어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도 남성 후견인의 동의가 없이는 치료와 수술이 불가능하다. 공공장소에서는 배우자나 직계가족이 아닌 남성과 한 공간에 머물거나 대화를 나눠서도 안 된다. 여성용 시설이 없다면 여성은 공공장소의 출입도 할 수 없다. 성적 일탈을 막기 위해 불법인 할례가 여전히 이루어지고, 명예살인이란 이유로 가족에게 수치심을 준 여성은 가족에 의해 살해당하기도 한다.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면서 (성문법엔 여성의 운전이 불법이란 조항이 없지만 관습법이 그러하다) 모르는 남자가 운전하는 차를 타라고 한다. 운전기사를 두지 못하는 여자는 이동자체가 힘들다. 마날은 이런 모순들에 자기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스스로가 운전을 하기로 한 것이다. 2011년 #위민투드라이브 운동을 시작한다. 그 결과 그녀는 투옥된다. 죄명이 없이, 관습법을 어겼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 그녀의 이런 행보는 사우디를 넘어 세계적인 이슈가 된다. 그녀는 계속 저항하고 저항한다.
많은 비도 결국 한 방울의 물로 시작하는 것.
그녀의 걸음 하나하나가 바로 그 한 방울의 물이었다. 1990년 47명의 여성이 ‘여성운전 금지’에 저항했던 날로부터 27년만인 2017년에 드디어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운전 금지 해제!!가 이루어졌다.


아프간 사태로 인해 아랍권 여성들의 삶과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으로서의 삶이 남성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억압받는 삶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마저 왜, 누군가는 누리며 살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한 끝없는 의문이 들었다. 절대군주제와 샤리아법이라는 이슬람 율법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이 신봉하는 이슬람도 한 몫을 하겠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권력을 가진 남성들의 몫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성문화 된 법보다 우위에 있는 관습법, 권력을 갖고 있는 소수에 의해 언제고 법의 적용 대상과 범위가 달라지는 전근대적인 방식의 통치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 책은 한 여성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여정을 그린 글이지만,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인권을 누리지 못하며 살고 있는 여성, 그리고 소수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인간답게 살 권리”. ‘당연함’에 의문을 품어보는 것!! 그 의문으로부터 시작된 여정. 그 여정을 살아내는 마날을 비롯한 수 많은 여성들의 삶이 지금의 나를 흔들어 깨운다. 이 한 권의 책이 주는 울림, 그리고 마날이 걸어가는 여정은 그 뒤를 잇는 누군가를 인도하는 빛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해당 리뷰는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았으나 개인적인 견해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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