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이야기 - 영미 여성 작가 단편 모음집
루이자 메이 올콧 외 지음 / 코호북스(cohobooks)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낸
열세 명의 여성 작가를 만나는 시간

어릴 적 받았던 선물중에 가장 가슴 두근거리게 했던 게 뭐냐고 묻는다면.. 과자종합선물세트였다.
이상하게 그 선물을 받으면 부자가 된 것 같았다.
어떤 과자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개봉하여 먹는 맛이란!!!

이 책을 받자마자 그때가 떠올랐다.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의 책!!
영미 문학에 한 획을 그었던 여성 작가의 단편 모음집이라니!! 그것도 열세 편이나 들어있다고요!!

18세기 영국의 젠트리 출신이었던 제인 오스틴부터 컬럼비아 대학 바너드 컬리지의 첫 흑인 졸업생이었던 조라 닐 허스틴까지..

남성 중심의 사회. 여성과 유색인들에 대한 편견이 가득했던 시대에 여성의 목소리를 낸다는 건 어떤 것일까? 그럼에도 당당하게 여성의 목소리와 시선을 세상에 알린 열세 명의 여성 작가의 작품엔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정교한 감정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루이자 메이 올컷 - 내가 하녀가 되었던 경위
제인 오스틴 - 세 자매
윌라 캐더 - 폴의 사례
케이트 쇼팽 - 실크 스타킹 한 켤레
메리 E. 윌킨스 프리먼 - 뉴잉글랜드 수녀
엘리자베스 개스켈 - 이부형제
샬럿 퍼킨스 길먼 - 변심
수전 글래스펄 - 사소한 것들
조라 닐 허스턴 - 땀
에이미 레비 - 현명한 세대
캐서린 맨스필드 - 행복
이디스 워턴 - 다른 두 사람
버지니아 울프 - 새 드레스

이 중에서 특히 페미니즘 문학에서 빠지면 서러워할 샬럿 퍼킨스 길먼의 “변심”과 재조명이 필요한 작가 조라 닐 허스턴의 “땀”이 유독 강하게 다가왔다.

📖변심 p.157
아내로서 느끼는 감정과 그의 피해자인 게르타를 위한 연민, 그 위로 새로운 감정의 물결이 밀려오며 말 그대로 그녀를 벌떡 일어나게 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곧추세우고 걸었다.
“이것은 남성이 여성에게 지은 죄야.” 그녀가 말했다. “이것은 여성성을 상대로 범한 죄야. 모성을 상대로 범한 죄야. 아기-에게 저지른 죄야.”

📖 땀(p.194,195)
“이거 봐, 사이크. 당신 말이 지나쳐. 난 당신과 결혼한 지 15년이나 되었고, 15년 동안 빨래를 했어. 땀, 땀, 땀만 흘리고 살았어! 일하고 땀 흘리고, 울고 땀 흘리고, 기도하고 땀 흘리고!”

그녀는 뜬눈으로 누워서 그들의 지난 결혼생활에 널려 있는 파편들을 응시했다. 멀쩡한 건 하나도 없었다. 꽃 같은 것은 그녀의 가슴에서 새어 나온 짭짤한 물에 오래전에 가라앉았다. 그녀의 눈물, 그녀의 땀, 그녀의 피. 그녀는 결혼에 사랑을 가져왔지만 그는 성욕만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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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시대나 사회 분위기로 봐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작품들이었을 것이다. 시대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결혼을 통해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안정을 이루려는 여성의 현실을 풍자한 작품들도 있었다.

열세 편의 단편을 통해 그 시대를 엿보고 시대에 맞서 당당하게 삶을 살기를 바랐던 여성을 만나는 일은 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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