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서른 살 - 찌질해도 나는 나야, 안 그래?
박도 지음 / 필름(Feelm)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솔직한서른살 #박도

🔖 찌질해도 나는 나야, 안 그래?

1988년생. 스스로 찌질하다고 밝힌 박도 작가!!
그녀가,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대체 얼마나 찌질하길래 그러시나...
“서른에 찌질? 어휴~ 마흔 넘은 나도 찌질해!!
얼마나 찌질한지 마흔 넘은 언니가 봐 줄게” 하는 요상한 마음이 들었다.

많이 재밌다. 그리고 그녀는 참 솔직하다.

찌질한 게 아니라 솔직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찌질하다면 그런 나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찌질함을 찌질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모습, 예민하고 잘 토라지는 날 그렇다고 인정하는 모습이 난 좋았다.

비정규직 자로서의 고민, 면접 볼 때 긴장 완화를 위해 맥주 한 캔 마시고 간 일, 입 냄새 난다는 말을 듣고부터 입을 가리며 말하는 습관이 생겨난 일, 예민해 있을 때 누군가로부터 들은 말로 대서사극을 찍는 자신의 모습등은 찌질함이라기 보다는 귀엽단 느낌이 들었다.

찌질함은 누구나 갖고 있는 머스트 헤브 아이템은 아닐까?
이 세상에 찌질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분야가 다르고 반응하는 속도와 빈도와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람은 다 찌질하다.
내 경우, 찌질함은 내가 가장 약할 때 발현되곤 한다. 그게 찌질함이 가장 맘에 안 드는 이유이다.

나의 찌질함.. 말해 무엇하나 입만 아픈 것을..
40대에도 여전히 찌질하다.
30대의 찌질함은 귀엽기라도 하다.
(50대는 40대의 찌질함은 귀엽다고 하시겠지?)
사람은 고쳐서 쓰는 거 아니라는 말이 딱 들어맞게 어디서부터 고쳐야할지 감도 안 잡힌다.
총체적난국이다.

하지만 괜찮다.
크게 달라지진 않더라도 조금씩은 나아질테니 말이다.

만취해 돌아온 다음 날 작가를 슬슬 피하며 일정한 거리를 두는 온도(작가가 기르는 개)를 보며 사람 사이의 거리, 상대에게 시간 주고 기다리기 등을 깨달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 조금씩은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p.118
마음이 이상하다. 서른 살에도 마음 하나 제어하지 못해 이 모양이다. 부모님도 할머니도 가끔 이상한 마음을 느낀다고 하는 걸 보니 다들 사는 게 처음이라 그런가보다. 이 세상에 진짜 어른이라는 게 있긴 한 걸까??

📖p.255
내 안의 ‘인생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른다. 왜 가는지, 어디로 가는지보다 빨리만 달려가려던 나, 주변 사람들 손을 붙잡고 끌어당기며 같이 가자고 달리자고 하던 나는 이제 없다. 한없이 누워 있다가 보면, 이내 다시 걷고 싶어질테니 조금 쉬련다.
그러나 저러나 별일 안 일어난다. 인생 뭐 있나.

• 나도 많이 고민했던 일들이다.
작가인 그녀와 내 삶의 괴리감이 적다고 느낀 탓일까? 아니면 ‘나도 느끼는 걸 당신도 느꼈어?’ 하는 동질감 덕분일까?
그녀의 이야기에 많이 공감했으며 많이 슬펐고 많이 웃었다.
내 얘기인 듯 내 얘기 아닌 내 얘기 같은 얘기들..

때때로 넘어지고 삶의 한 순간이 부서지기도 하며 또 그걸 넘어 다른 삶으로 발을 내딛는 그녀의 기록들.
글 쓰기를 무엇보다 좋아하는 그녀의 현재진행형인 이야기들..

곳곳에 그녀의 유머러스함이 배어있다.
난 그런 게 좋다.
슬프지만 웃을 수 있는 여백이 있는 것.
슬프지만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이 있는 것.
그래서 슬픈 순간에서도 웃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한 마디 건네고 싶다.
“괜찮아요?
서른까지 찌질해서 많이 놀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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