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대특종
닉 페이지 지음, 김성웅 옮김 / 포이에마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아침 이른 시간. 출근하는 발걸음이 바쁘다. 그런데 그렇게 부지런을 떨고 고 나온 사람들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지하철 역 입구에서 ‘메트로’를 나눠준다. 일단 지하철을 타고 난 다음에는 우두거니 시간을 보내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나눠주는 무가지들이 고맙다. 시간 때울 수 있는 읽을거리라 고맙고, 공짜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받을 수 있어서 고맙고, 읽고 난 다음에는 바로 버릴 수 있어서 고맙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공짜니까 받고, 딱히 읽을 게 없으니까 받는 것이지... ‘메트로’에는 읽을거리가 진짜 없다. 그래서 나는 ‘메트로’ 같은 것은 읽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받지도 않는다.

“타블로이드 성경”이 나왔다고 했을 때 내가 순간적으로 받은 느낌은 그런 거였다. 내가 ‘메트로’를 무가치한 쓰레기로 여기고 무시하듯이 사람들이 성경을 그렇게 생각하면 어떻게 할까하는 염려다.

이 책은 진짜 지하철 가판대에서 파는 주간지처럼 생겼다. 주간지가 원색적인 제목을 뽑아서 사람의 마음에 자극을 확 당기듯이 이 책도 어쩌면 그렇게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을 기사 제목으로 뽑았는지 모르겠다. 거기에다 기사마다 삽입된 흑백 사진들은 각각의 기사들을 더욱 그럴듯하게 주간지 기사로 만들었다. 페이지 사이에 드문드문 끼어있는 이벤트 공지와 광고 카피들, 심지어는 사설과 날씨 정보까지... 부피를 좀 더 얇게 하고, 기름 먹인 표지를 두르고, 심심풀이로 읽는 금주의 운세와 두 쪽짜리 만화까지 곁들였더라면 그야말로 꽤나 인기 있는 주간지가 될 뻔 했다. 남는 시간 죽이기 위해서 아무 때나 생각 없이 집어서 재미나게 읽을 수 있고, 다 읽고 나서는 어디에 버려도 전혀 아깝지 않은 그런 주간지...

그렇지만 이 타블로이드 성경이 그렇게 가볍기만 한 책은 아니다. 아이디어가 기발한 이 성경은 분명히 내용이 있는 잡지다. 먼저 신구약 성경 안에 있는 수많은 사건들 중에서 정말 심사숙고해서 기사를 추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요한 사건들을 잘도 골랐다. 그리고 수천 년이나 된 오래된 그 사건들을 현대적인 표현으로 꾸며서 옷을 입혔다. 그 모양이 얼마나 이 시대에 적실한지 제목만 보고도 그림이 확 다가올 정도다. 이런 책이 아니었으면 내 머리만 가지고는 가인의 살인사건을 읽으면서 ‘전자 팔찌 채워진 가인’이라는 상상을 죽어도 그려낼 수 없었을 게다.

뿐만 아니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그려준 “이스라엘의 역대 왕들에 대한 평가표”나 선지자들의 특징을 간략하게 정리한 “전국 선지자 달리기 대회”는 그 자체가 좋은 성경공부 참고서라고 할만하다. 왕들이나 선지자들이 워낙 많아서 그들의 이름을 들어보기는 했어도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데 저자가 그것을 쉽게 정리를 해주었다.

그러면서도 이 책이 취급하는 이야기는 단순히 정보전달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신문이나 잡지가 편집자의 관점을 담을 수밖에 없듯이 타블로이드 성경도 어느 정도는 저자의 관점이 덧붙여졌다. 그의 해석이 나에게 완벽한 것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썩 나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가졌던 “타블로이드 판 신문과 같이 믿을 수 없는 가벼운 이야기”라는 감정에서 한 발 물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정도면 성경 이야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성경 이야기를 정보 차원에서는 알면서도 그 의미에 대해서 모르거나,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152 가지의 크고 작은 이슈들을 다루면서 저자는 다양한 해석으로 자신의 관점을 보여주었다. 그 중에서도 성경과 교회를 보는 그의 대표적인 생각은 <부자들만 대접하는 교회> 기사에 있지 않을까 싶다. 야고보서 2장에 있는 내용을 기사로 취급한 이 부분이 나에게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다른 기사들이 이야기(Story)를 출처로 하고 있는데 비해 이 기사는 편지를 통한 교훈에서 뽑은 기사거리이기 때문이다. 왜 굳이 이것만인지 궁금하지만 그것이 아마도 오늘의 교회를 보는 저자의 불편한 마음이지 않을까 추측한다. 비록 이 이야기를 낙서장에 갈겨 써놓은 우스개 소리처럼 취급하기는 했지만 오늘의 교회에서 크리스천들이 자신의 신분에 합당하게 살지 않고 그것이 예수의 삶과 어떻게 다른지를 지적하는 경고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이 책을 재미로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잠깐 동안은 성경 이야기를 코미디처럼 짜 맞췄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다가 하루를 천년처럼 천년을 하루처럼 여기신다는 하나님을 생각하게 됐다. 우리의 천년이 하나님의 하루라고 한다면... 하나님 편에서 이런 타블로이드 잡지 하나만 있으면 인류 역사를 어느 정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그 속에 담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진지할까? 그들을 보시는 하나님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있을까? 성경에는 등장하지만 하나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 전혀 다른 웃음이 그 얼굴에 스치지는 않을까 싶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하나님이 당신의 타블로이드 잡지에 내 스토리를 기사로 싣는다면 어떤 기사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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