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이 나무에서 노래해요 -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색깔 이야기, 2010년 칼데 콧 아너 상 수상작
조이스 시드먼 글, 패밀라 자가렌스키 그림, 이상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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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이 나무에서 노래해요>.
표지에는 빨간색 새가 나무 위에 있고, 빨간색 잎이 나무 위에 있는데요.
그 빨강은 "빨간 새가 나무에서 노래해요""빨간 나뭇잎이 나무에서 노래해요" 로 바꿔 생각할 수도 있을까요?
표지에 붙은 2010년 칼데곳 아너상 수상 마크.
수준있는 유명한 동화책에서만 볼 수 있는 수상마크라 책의 내용이 더 궁금해집니다.
 
 

 
제가 꼬맹군과 함께 책을 펼쳐 "빨강은 나무 위에서 노래해요"라고 읽으니,
꼬맹군이 "빨강이 여기 있다!"하며 벌써 찾았어요.
제가 모르는 척 하며 "빨강이 어디 어디? 엄마는 잘 안 보이는데?"라고 시침을 떼었어요.
그랬더니 신이 나서 엄마에게 가르쳐 줍니다.
"여기 있잖아. 빨간 새가 집에서 나와서 이렇게 한줄기차를 서고 있잖아."
나뭇가지 위에 앉은 빨간 새들의 그림이 마치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한줄기차를 서서 움직이는 모습 같았나봐요. ^^
 
 

 
지문에도 색을 입혀 계절의 색감이 나타나는 텍스트.
지문은 마치 계절을 노래하는 한 편의 시 같기도 합니다.
 
 

 
그 때부터 책을 보는 동안 꼬맹군은 여태까지 쓰던 말하기 방식을 완전히 바꿔버렸어요.
"엄마, 하양이가 여기도 있어. 그런데 이 하양이(구름)는 동그란데 이 하양이(번개)는 이렇게(길쭉하게) 생겼어"
그림을 보며 꼬맹군의 눈에 보이는 색깔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여태, 책을 펼치기 전까지 말해왔던 '구름이 하얗다, 태양이 노랗다'가 아니라,
'하양이는 구름, 노랑이는 태양'이 되었어요.
 
 

 
뿐만 아니예요. '구름도 하양이, 얼음도 하양이'이고요.
'태양도 노랑이, 자동차도 노랑이'입니다.
구름을 구름이라 하지 않고 하양이라하고, 태양이라 하지 않고 노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색다르고 재미있는 말하기 방식이 된 듯 합니다.
그림을 보며 색을 보며 그 느낌을 찾아보고,
엄마가 읽어주는 지문을 들으며 그림에서 그것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심지어 지문에 없는 조그맣게 그려진 색이름도 찾아서 혼자 색깔이름을 붙이며 얘기하더라구요.
 
 

 
갈매기의 배를 가리키며 "엄마, 하양이 여기 있어"
"엄마 근데 여기는 하양이가 없는데?"
그럼 엄마의 힌트가 다시 나갑니다.
"하양이는 유리잔 속에~"
"하양이는 달그락 달그락~"
그래도 못찾는 꼬맹군.
나중에 엄마가 잔 속의 얼음을 가리키니
"그런데 왜 얼음이 흰색이야?"라고 되물어요.
꼬맹군이 얼음을 너무나 좋아해서 잘 아는데, 꼬맹군이 아는 얼음은 흰색은 아니었단 말이지요~
눈은 흰색인데 얼음은 흰색이 아니라 하는 꼬맹군,
꼬맹군이 그리 보여서 그리 말한다는데 왜 얼음이 흰색이 아니냐고 어찌 물으리오~ ㅎㅎ
 
 
이 책은 계절을 색으로 표현한 책입니다.
계절의 특징과 느낌을 색의 차이로 표현했는데요.
한 계절에 이리 많고 다양한 색이 숨어 있는 줄은 엄마인 저 조차도 몰랐었네요.
아이들에게는 계절에 대한 느낌과 색의 느낌이 더 새롭고 다양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사과는 빨개.> 라고 말했을 때와,
<빨강이는 사과, 빨강이는 나뭇잎, 그리고 빨강이는 새..>라고 말할 때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사과를 연상했을 땐 한가지 색 그 하나만을 떠올리지만,
빨강이라는 색을 두고 연상하자면 아주 많은 사물들이 떠오릅니다.
단어 제시의 순서만 바꾸었을 뿐인데 말이죠.
연상의 확장을 가져다줄 수 있는 재미있고 유익한 놀이로도 이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 또한 한 장의 그림에 단순히 표현한 듯 하지만,
계절과 자연현상을 표현한 그림 자체만으로도 그 느낌이 독특하여 많은 상상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마치 명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조그만 부분까지 그려넣은 세심함에 놀랄 때도 있습니다.
손가락 위에 앉은 작은 "빨간 점"만 보아도, 꼬맹군이 "빨강이 또 여기 있다!" 라며 금새 찾아내거든요.
엄마가 '이 빨강이 뭔데?'라고 물으면 '무당벌레'라고 대답을 할 정도로
점같이 작은 색에도 찾아내어 관심을 기울입니다.
 
 
이 책에선 사과도, 나뭇잎도, 새도, 무당벌레도
모두 빨강이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하고 있어요.
하지만 꼬맹군은 그 빨강의 각각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답니다.
오히려 빨강이 주는 느낌의 다양함을 즐기는 듯 했어요.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기 전에
저 혼자 살짝 들춰봤을 때는 색깔이름으로 지은 시가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좀 어렵다는 느낌도 받았구요.
 
하지만 정형화되지 않은 아이의 시선은 다양성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금새 알아보더라구요.
아이와 함께  함께 책을 보니 그 색깔이름은 곧 다양한 표현의 하나라는 걸 알 수 있더군요.
<노랑>이 이글이글 태양도 되었다가 자동차도 되는 것을, 아이는 엄마보다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 해요.
틀에 박힌 이름을 색으로 표현하니 좀 더 다양한 느낌을 맛볼 수 있는 듯 합니다.
 
 

 
주말동안 여행을 다녀와서 꼬맹군의 빨간색 트렁크속 짐을 풀고 있자니
꼬맹군이 다가와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빨강이(트렁크)에 뭐하는거야?"
"엄마 짐 풀고 있지. 놀러 갔다와서 이제 짐을 제자리에 정리하려고"
꼬맹군은 여행내내 차에서 엄마와 함께 보았던,
그래서 엄마를 멀미나게 했던,
<빨강이 나무에서 노래해요>만의 독특한 화법과 재미를 금새 익힌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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