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대화법
신의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아기였을 때는 그저 잘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에만 신경을 쓰면 되었었는데, 
아이가 말문이 트이고 자기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니 엄마가 점점 신경쓸 것이 늘어난다.
생활태도, 습관, 바른 교육을 위해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도, 강요하는 것도 점차 늘어나게 된다.
아이가 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으면 잔소리도 쉽게 나오고 화가 나서 소리도 치게 된다.
그 와중에 내가 무
심히 아이에게 대했던 말들, 눈길,
혹은 태도가 
아이를 섭섭하게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이야기이며 솔직한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간혹 육아서를 읽을 때면 ’나는 절대 아이에게 소리지르지 않았다’거나,
’절대 매를 들지 않았다’라는 구절을 본다.
그런 부모이기에 육아의 귀감이 되어 이런 육아서도 썼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나랑 동떨어진 듯한 느낌에 괴리감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나타내는 발달징후를 이해하지 못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정으로 책을 들었던 나는
그런 구절을 볼 때마다 나랑 다른 사람이기에 저런 육아가 가능했을거라는,
지레 포기를 하게 되곤 했었다.

그런데 신의진 박사님의 이야기는 소아정신과 전문가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 담담히 들려주는 경험과 조언의 이야기로,
나에겐 구구절절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런 소아정신과 전문교육을 받은 선생님은 절대 아이를 때리지도 않고,
아이에게 짜증내지도 않았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저자도 아이들을 키움에 있어서는 이론과 감정의 조절을 연습하고 노력하는 부모라는 점이 왠지모를 위안도 되었다.

나도 노력하면 현명한 부모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도 보았다.
저자의 그런 고백은 인간적으로 보이고 부모로서 공감도 되었다.




아이들은 세상의 규칙에 반하도록 태어났다... 규칙을 지키는 것은 어른들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왜 아이한테는 감당 못할 정도로 많은 규칙들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모두 지키기를 바라는가.
- p.26 [말 잘 듣는 아이가 위험할 수도 있다]

나도 아이에게 내가 정한 규칙을 지켜주기를 바랬다, 어떨 땐 강요도 했다.
"도대체 엄마가 몇 번 말했어!"가 아이를 야단칠 때 항상 나오는 내 레파토리였다.
몇 번이나 말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하고 같은 행동을 계속 하는 아이를 보면 속이 터지기도 했다.
그런데 고작 몇 번을 말해놓고 아이의 행동이 수정되기를 바랬다는 것 자체가 나의 욕심이라는 걸 알았다.
나 역시 욕실을 사용한 후에는 물기를 좀 닦고 나와달라는 남편의 요구를 여지껏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혹은 마지못해 대충 들어주며 지내지 않았던가.
하물며 다 큰 어른인 나조차 들어도 매번 잊어버리는 것, 들어주기 싫은 요구가 있는 법인데, 내 아이라는 이유로 나는 아이가 내 말을 모두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아이를 위하는 말이니, 나는 아이의 초기습관과 행동을 교정해 줄 의무가 있는 사람이니, 당연히 나는 아이에게 야단치고 소리칠 권리가 있다고 철썩같이 믿었다. 
아이가 ’엄마’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수백번, 수천번이 넘는 ’엄마’라는 단어를 들어야 가능하듯이,
아이가 바른습관과 행동교정을 위해서는 역시 수백번 수천번이 넘는 엄마의 말을 들어야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고작 몇 번 말해놓고 아이에게 못 알아듣는다고 다그치고 있었다는 걸, 책을 보고 깨달았다.



무작정 아이의 버릇을 잡겠다고 무섭게 혼을 내면 아이는 절대 바뀌지 않을 뿐더러 부모와의 관계도 멀어진다.
부모는 아이를 혼냄으로써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기를 바라지만, 사실 아이가 느끼는 것은 부모가 자기를 미워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고통, 그리고 놀람 뿐이다. 이건 내 뼈저린 경험으로 깨달은 바이기도 하다.
- p.64 [매를 들어야 아이가 말을 듣는다는 생각부터 버려라]

목적을 위해 수단이 어떠해도 좋다는 생각을 접어야겠다.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익히게 해주고 바른 아이로 자라기를 원한다면,
소리지르고 야단치기 전에 먼저 아이의 마음을 보아주려고 노력해야겠다.
아이를 이해하고 대화를 시작한다면 결과는 그 전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긴다.
좋은 밭에서 좋은 곡식이 자라듯, 아이의 마음이 평온하고 밝아야 바른 행동과 좋은 습관이 나올 것이다.

아이가 고집을 부리면, 그럼 "그럼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라고 한 번 물어본다.
아이가 스스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때는 엄마가 두 가지 정도 선택거리를 주고 한 번 골라보라고 한다.
아이가 울 때는 울음을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이가 "진정됐어" 라고 말하면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끔 화를 참지 못할 때는 아이의 떼를 무시하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다.
그 동안 내 화도 조용히 삭여질 것이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아이가 사소한 잘못을 할 때마다 자동반사적으로 나오던
잔소리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엄마의 화를 온몸으로 고스란히 받는 아이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고,
큰소리로 화를 내거나 잔소리를 하기 전에 아이를 먼저 이해해 보기로 다짐했다.

아이를 이해하지 않고는 행복한 육아도 없다는 사실,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말투부터 하나씩 고쳐야한다는 기본원칙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아이를 이해하고 나를 위로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저자가 솔직담백하게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는 주옥같은 말들이 많아서 메모장에 일부러 옮겨 적어 놓기도 했다.


아이가 뒹굴거리면서 "아이~ 심심해"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나가서 놀아", "책 읽어라", "숙제도 다 안 했으면서 뭐가 심심해"라는 식으로 말한다.
아이가 한 말에 대해 부모들은 명령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훈계하는 것이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기분이 나빠지는 일도 없다.
그저 내 기분이 어떻다고 말했을 뿐인데 돌아오는 것이 이런 류의 반응이라면
아이는 ’다시는 엄마한테 이야기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고 말문을 닫아 버리게 된다.
- p.111  [부모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80:20 대화의 법칙 中]


이솝 우화에서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태양이었다.
도둑인 장발장을 타인을 돕는 헌신적인 사람으로 변모시킨 것은
그의 죄를 물으러 온 형사가 아니라 고통을 이해해 준 자애로운 신부였다.
무언가를 가르치고 싶다면 먼저 아이를 이해하라.  
- p.117 [아이를 정말 바른 길로 이끌고 싶다면 中]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정리는 좀 못해도 게으르지 않고 성실한 아이가 되길 바랄 것이다.
그랬을 때 ’게으름 피우지 마라’는 말이 먹히기 위해서는 ’책상 정리 좀 하라’는 말을 평소에 좀 참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게으름 피우지 마라’는 말이 지닌 중요한 가치가 ’책상 정리 좀 하라’는 잔소리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p.156 [내 말이 아이에게 잔소리가 되지 않게 하려면]


책을 읽는 동안 뜨끔했던 적이 여러 번, ’맞아, 맞아’ 고개를 끄덕였던 적도 여러 번,
내가 여태 배우고 모으고 체득해왔던 육아노하우가 속속들이 들어가 있는 듯 하여 마음이 시원해진 적도 여러 번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우리 아이가 그저 말 잘듣는 아이가 되기만을 바라지는 않기로 했다.
우리 남편은 아직도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와 비슷하다.
예쁠 땐 한정없이 예뻐하지만, 아이가 억지를 써서 말로 안될 때는 좌절하고 의문스러워한다.
"도대체 아이들은 왜 저래?"
자기 자식을 이해못하는 저 남자, 하지만 밖에 나가면 아이와 잘 놀아주고 매일 목욕도 함께 하는, 우리 동네 아줌마들 사이에서도 꽤 자상한 아빠로 통하는 남자다.

내 보기에 남편은, 처음엔 대화를 하겠다고 시작했다가
나중에 아이가 억지를 부리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아이와 똑같이 유치한 말대꾸를 주고 받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니 아이 말에 이기지 못하는 자기가 답답해지는 것이다.
나도 그러했겠지만, 남편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깨닫지 못했겠지. ㅎㅎ

며칠 전에는 우리 남편이 나에게 물었다.
"난 외국 육아서보다 한국사람이 쓴 육아서가 더 공감가던데, 저 책은 한국사람이 쓴 건가?"
유명한 소아정신과 교수가 쓴 거라고 했더니 "그럼 나도 한 번 읽어볼까"라고 한다.
아마, 우리 남편도 이 책을 읽는다면 생각이 좀 바뀔 것이다.
아니, 아이와의 대화법이 조금 바뀔 것 같다. 
대화법만 달라져도 아이에 대한 마음이 훨씬 편하고 여유로워진다는 사실을, 우리 남편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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