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솔루션 : 아이의 행동편 자녀 양육 시리즈 4
미셸 보바 지음, 남혜경 옮김, 손석한 감수 / 물푸레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8개월부터 제1반항기라고 한다. 
미운 세살이라는 말도 있고, 요즘은 미운 걸 넘어서 "미친 네살" 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원래부터도 좀 예민보이였던 우리 꼬맹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당신 손주라서 그런지, 육아에 대한 여유와 경험으로 하시는 말씀이신지, 우리 꼬맹이 정도면 순하다고 하신다.
하지만 첫 아이를 키우는 초보엄마인 나에겐 육아가 멀고도 힘든 시간. 우리 꼬맹이는 절대 순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34개월. 우리 꼬맹이의 제1반항기도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러다 나도 TV 양육솔루션 프로그램인 ’우아달’에 신청하는 거 아니야? 할 정도로, 고민과 자책이 깊어가는 시간들을 감내하기도 했다. 

같은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친구는 나를 보고 ’넌 너무 걱정을 사서 한다’고도 했다.
어떻게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가 표출하는 문제행동이 성장하는 과정의 하나일 뿐, 평범한 축에 속한다는 그 속뜻에 내심 위로를 받기도 하였다.

아이가 커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문제(?)행동들.
둘째 아이였다면 좀 달랐을까?
첫아이이자 외동아이인 우리 꼬맹이가 내가 생각하는 궤도대로 나아가지 않고 가끔 ’삐딱선’을 탈 때,
나는 당황스러워 우왕좌왕,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아이가 문제행동을 보일 때 마다, 나의 육아가 잘못되지 않았나 자책감을 가지면서 고해성사 하듯 육아서를 찾아 탐독하게 된다. 

우리 꼬맹이가 자라고 있다는 증거, 하지만 나에겐 심장이 덜컹!하는 반성의 시간.
어쩌면 육아를 하면서 물흐르듯이 넘어가야 할 일들에 내가 너무 수선을 피우는지도, 
혹은 세심하게 체크해야 할 일을 무심히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든다.
아이가 문제행동을 보일 때 아이를 믿고 더 기다려줘야 하는지, 아니면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하는지.. 
혹은 그 문제행동의 원인이 나의 양육방식의 어떤 부분이 잘못되어 초래되었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양육의 기본은 중심을 확고하게 잡는 것인데, 그 중심을 어디다 두어야 하는지, 엄마이면서도 확실히 감을 잡지 못하겠다.
아무리 육아엔 답이 없다고 해도, 누가 똑 떨어지는 해답을 쥐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세계적인 교육석학이라는 미셸 보바의 양육솔루션은 <아이의 행동편><아이의 심리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셸 보바의 양육 솔루션의 표지를 보면 <당신과 아이에게 매일매일 벌어지는 101가지 양육문제 완벽 해결책>이라는 문구가 있다.
단계별로 종류별로 아이의 문제유형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장을 펼치자 프롤로그에서부터 나의 마음을 펼쳐 놓은 듯한 말들이 쏟아진다.
... 약 60%의 성인들이, 오늘날 부모들은 한 세대 전보다 수준에 못 미친다고 느낀다. 실제로 많은 미국인들이 약 2, 30년 전 자신의 엄마들보다 자신이 엄마 역할을 잘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다. 게다가 대다수의 엄마아빠들은 이에 동의하고 자신의 양육노력이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한 조사에서 1/3의 부모들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가정을 꾸리지 않으리라고 대답했다. 
... 나는 엄마들이 자녀를 보살피는 일에 자신 없어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았다.. 그 조사연구에서 96%의 엄마들이 양육에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고 인정했으며, 73%는 예전의 엄마들이 양육을 더 쉽게 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책에 나와있는 것만큼 극단적인 건 아니지만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엄마들은 여러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낳아 키우면서도 멀쩡하게(? ㅎㅎ) 잘 키워냈는데, 나는 아이 하나를 어쩌지 못해 쩔쩔매고 있으니  엄마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감탄하고 부러워 했으며, 그들의 양육노하우는 무엇인지 항상 궁금했다.  
그리고 나 역시 양육에 자신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한 인간을 키워낸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조금만 잘 못 해도, 내가 조금만 놓쳐도 아이가 엇나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고, 아이가 행복하지 못한 것은 모두 나 때문일거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제시한 많은 조사결과들은 육아에 대해 나만 겁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많은 위로가 되었다.
그와 함께 많은 부모들이 왜 이렇게 느끼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으로 <치명적인 양육스타일 7가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 장에서는 치명적인 양육스타일을 소개함과 동시에 <이런 부모에게 필요한 변화>와 <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와 그 해결책등을 순차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대체로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Problem : 도대체 문제가 뭘까?>와 <solution :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리고 <expect : 아이의 성장단계와 그에 따른 변화들>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주고 있다.
그와 함께 <부모 시선 집중!>, <양육뉴스> 등의 박스코너도 간간히 포함되어 있어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최근에 우리 아이가 보인 문제행동 <나누기>에 관해 가장 먼저 찾아보았다.
(연관 key word가 있어서 비슷한 행동에 대한 다른 주제어로도 찾아볼 수 있다.) 

 

- 나누지 못하는 아이의 적신호 : 장난감과 소유물을 혼자 독차지하려 한다. 물건이나 시간을 나눠 쓰거나 돌아가며 사용하지 못한다. 자기중심적이다.
- 부모가 해야할일은? : 다른 사람의 욕구와 감정을 고려하는 법을 배우고 관련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순서를 돌아가며 사용하고 공평하게 행동하는 걸 배우도록 도와준다.....아이에게 ’잘 행동하라’고 말하는 것으로 행동을 변화시킬 순 없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어떻게 나누며 왜 그런 행동이 중요한지를 이해시켜야 합니다. 함께 나누고 순서를 돌아가며 사용하는 것은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닌 학습되는 행동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나누기, 돌려가며 사용하기, 타협하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찾아 이런 행동들이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깨닫게 해줘야 합니다. 
- 어떤 행동을 보일까? : 이기적인 행동들이 증가한다, 싸움을 일으킨다,  물건을 독점한다, 다른 아이들을 멀리한다, 혼자 논다. 

"어쩜, 어쩜! 똑같네, 똑같네".
책을 읽으며 감탄과 공감을 연발하면서도 왜 이렇게 해당사항이 많을까하는 불안감도 들었다.  
이 책에서는 그에 관한 해결책도 뒤이어 제시하고 있다.  



- 1단계 : 초기개입 - 원인을 알아낸다.
자기중심적 단계에 있는 어린 아이다. 자기 중심적이다. 다른 사람의 욕구를 고려하지 않는다. 나누거나 다른 사람의 욕구를 고려하도록 요구받은 적이 없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나누거나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나도 어렴풋이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조목조목 짚어주니 정답을 확인하는 듯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우리 꼬맹이는 자아가 생성하고 자기주도성이 자리잡아 가는 시기라, 요즘 한창 ’내가 할꺼야’ ’다 내꺼야’라는 말을 자주 한다. 
거기다 외동아이이니 무엇이든 나누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모든 것은 꼬맹이의 것이었고, 꼬맹이만을 위한 것이었다. 어른들은 꼬맹이가 아이이기 때문에 양보했다. 
그리고 꼬맹이는 아직 유치원에 가지 않고 집에 있는데, 친구를 만나는 횟수가 많지 않았다. 작년까지 함께 놀던 동네 친구들은 이사를 가거나, 기관에 다녀서 바쁘고,  연고가 없는 지역으로 결혼을 한 엄마의 인맥도 넓지는 않다. 결국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며 나누기를 체득할 기회가 적었던 것이다. 
이렇게 문제행동의 원인부터 찾고 나니 ’우리 아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아이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에 아이를 이해하게 된다. 
아이에게 마음을 먼저 여는 것이 육아솔루션에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자 핵심이다. 

 

 - 아이에게 시도해볼 수 있는 간단한 해결방법
나누는 것을 우선시한다. 나누는 가치를 강조한다. 나누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부모가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이가 그 행동을 따라 할 수 있도록 한다. 나누는 행동이 남들을 기쁘게 만들어 행복하다는 표현을 아이 앞에서 한다. ’내 차례, 네 차례’를 반복한다. 사용하기 전에 물어본다. 

생각해보면 나는 집안에서는 나누기를 가르치지 않고 집밖에서만 나누기를 강요한 것 같다.
그러니 아이가 밖에서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 아이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를 민망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아이들을 어쩜 저리 얌전할까? 아이가 착한 건지, 부모가 잘 가르친건지 정말 부럽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항상 그렇듯이 결국은 모든 육아의 문제는 ’부모’에게 있는 것인데 말이다.  



<나누기
>장에서만 보아도, 3단계의 해결방법을 장장 6페이지에 걸쳐 요목별로 소개하고 있다. 
그 중 우리 아이에게 해당되는 것이나 사용해봄직한 것으로 골라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솔루션이 우리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기발한 방법들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 방법들을 염두에 두고 사용하려고 노력할 수 있는 기회는 제공하고 있다.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것으로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아이를 닦달하고, 그럼 아이는 또 상처받아 다른 문제행동을 일으키고.. 
이런 반복적인 악순환은 더 육아를 어렵게 만들고 아이에게는 엄마와의 신뢰를 잃게 만든다.
이 책을 신청할 당시만 해도 아이의 사소한 것까지 다 문제행동으로 보였다.
골치가 아팠고 속이 상했다. 어떻게든 해결을 보아야 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서 신청했던 <양육솔루션>.
이 책을 다 읽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우리 꼬맹이와의 트러블도 한 풀 꺽였다. 
(그 이유가 책 때문인지 우리 꼬맹이가 한뼘 더 자라났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루에 한 두번 이상
아이와 싸우고, 아이에게서 울음보를 터트리게 만들었던 나의 모습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차분함을 되찾게 되었다.
엄마는 대단한 존재.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 존재. 
하지만 나도 초보엄마. 내 자신의 감정도 조절하기 힘들 때가 많은데, 나 아닌 또다른 존재를 바르게 키워내야하는 엄마라는 이름이 버거울 때도 있다. 
그래서 더 감정조절을 하지 못하고 쉽게 흥분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내보일 때도 많았다.
육아솔루션의 키를 엄마가 쥐고 있다는 걸 알아도, 콕 짚어 내 탓을 하면 마음이 편치 않은 법.  
<양육솔루션>은 엄마에게 책임전가를 하며 "이 모든 것이 엄마탓"이라고 몰아치지 않는다. 
그저 객관적으로 아이의 문제행동을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는 엄마에게 공감을 주고 한 번 따라해볼까? 라는 생각을 유도하는 내용들로 마치 육아의 백과사전같은 느낌을 준다.
육아에 자신이 없을 때, 지칠 때, 필요한 항목을 찾아 한번씩 들춰보면 좋을 책이다. 

책을 읽고 나서 많은 위로가 된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나에게는,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 ’내 아이의 문제행동이 유별나고 심각한 것이 아니구나.’ 라는 위로가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내 마음에 평정을 찾으니, 한동안 머리로만 외고 있었던 육아의 기본을 다시 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감정적으로 흥분해서 아이를 대하지 말자,  아이의 속도를 맞추고 기다려주자, 사소한 문제로 아이와 기싸움을 하지 말자, 아이메세지법을 이용하고 명령조가 아닌 권유조로 이야기 하자....   

얼마 전에 우리 꼬맹이 치아를 확인해보니 저 안쪽 어금니가 새로이 자라고 있었다.
새로운 것을 몸에 받아들이는 것이 저도 편치는 않았을테지. 그래서 쉽게 짜증도 나고 성도 부렸을테지.
예전보다 말도 부쩍 늘어서 이제 "재윤이가 이렇게 하면 엄마가 속상해?"라는 말도 하고 엄마의 감정을 배려해주는, 딴에는 심각한 대화도 한다.
아이가 그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을, 조금 더 자라면 괜찮아질 것을, 엄마가 조금만 방향을 제시해주면 잘 따라올 것을.. 
주기적으로 아이가 성장통을 겪을 때마다 온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고민을 하고 힘들어 했으니, 친구 말대로 나는 정말 걱정이 많은 엄마인가보다. 

가장 좋은 엄마는 "아이를 믿어주는 엄마"라는 말이 떠오른다.
나도 그러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요즘 다시 밝아지는 우리 꼬맹이 얼굴을 보며  재차 다짐해본다. 

<나누기>
의 행동교정에 대한 결과를 얘기하자면,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완전히 수정된 것은 아니다.
아직도 장난감을 독차지하고 싶어하고, 또래랑 놀 때에 욕심을 부린다.
하지만 우리 꼬맹이는 예전보다 많이 침착해졌고, "이거 빌려줄래?"라는 말을 먼저 한다.
(간혹 빌려준다는 말만 하면 당연히 가져가도 된다는 뜻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잠시이지만 자기 장난감을 나누어 주기도 한다. 
이 정도의 선전이라도, 나는 조금씩 안정되어가는 우리 꼬맹이의 모습을 응원한다.

큰 걱정거리가 조금씩 풀리니, 다른 사소한 문제들도 심각하게 생각되지 않아진다.
다시 돌아온 우리의 평화, 앞으로도 우리는 몇 번의 고비를 더 넘겨야하겠지만,
그 때마다 다시 심기일전할 수 있도록 꼬맹이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더욱 공고히 해두어야겠다.
요즘은 하루에 한 번도 싸우지 않고, 한 번도 울지 않는 꼬맹이를 보며 엄마로서 여유와 자신감을 다시  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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