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애벌레
에릭 칼 글 그림, 이희재 옮김 / 더큰(몬테소리CM)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배고픈 애벌레>는 에릭 칼(Eric Carle)을 유명한 작가로 만들어준 책이라고 해요.

그동안 엄마들 사이에서 에릭칼이 좋다는, 혹은 사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들어와서,

대체 어떤 책이길래 저리들 난리인가 궁금했답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본 결과... 그림이.. 제 취향이 아닌 것 같더라구요.

우리 꼬맹군과 취향이 비슷하다 생각한 엄마는,

"저건 우리 꼬맹군도 안 좋아할것 같아."라며 마음을 접었지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도 좋다좋다 하는 통에 어떤 책인지 궁금증은 계속 남아있었답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에릭 칼의 대표작 <배고픈 애벌레>를 보고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다면 믿으실런지요.

이래서 다양한 책을 보여줘야 하는구나.. 라는 걸 새삼 느꼈답니다.

다른 아이들은 이런 그림을 좋아한단 말이지.. 하고 넘겼던 책이었는데,

우리 아이도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배고픈 애벌레는>  배고픈 애벌레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애벌레의 생태에 대해서 이해할 뿐 아니라,

색깔과 숫자, 요일과 음식 등에 대한 인지력도 쌓아나갈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예요.

물론 우리 꼬맹군도 애벌레의 생태와 요일, 숫자, 요일과 음식등을

알아가고 맞춰보는 재미에 푹 빠졌지요.

이번엔 우리 꼬맹군이 이 그림책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를 중점적으로 소개하고자 해요.

 

저에게는, 단순히 책이 잘 만들어졌구나.. 라는 느낌보다

처음 대하는 에릭 칼에 대한 아이의 명랑하고도 쾌활한 반응이 더욱 놀라웠던 까닭이지요. ^^


 

저녁을 먹고 배를 깔고 엎드려 꼬맹군과 <배고픈 애벌레>를 한차례 읽고 놀이를 합니다.

아빠와 다른 놀이를 실컷 하다가도  엄마에게 쫓아와

머리맡에 있는 이 책을 건네주며 말합니다.

"엄마, 애벌레책 읽어줘"

 

 

 



 

도입부인 헌사페이지에 해 그림이 나오는데요.

처음부터 페이지를 펼치던 이 녀석, 해 그림을 보더니 "해님, 잘 잤어?"라고 인사를 건넵니다.

다음 페이지의 달님을 보고는 "엄마 지구야!"라고 하기도 해요.

달님이라고 알려주니 또 "달님, 안녕?"이라고 인사해요.

 

이렇게 <배고픈 애벌레>는 첫장부터 꼬맹군의 주도적인 책보기가 시작되었어요.

다른 책들은 처음에 엄마가 주도하여 읽어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에는 에릭 칼 책에서 얻을 수 있는 호기심과 창의성에 중점을 두고자,

자유롭게 아이가 책을 보도록 보조해주었답니다.

과일들의 이름이 틀려도 상관없구요, 애벌레가 먹었던 음식들의 이름이 틀려도 상관없었어요.

엄마가 읽어주는 중간중간 끼어들어 그림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말하는 꼬맹군.

그래서 엄마가 읽어주는 텍스트는 계속 중간에 끊어졌지만요.

우리 꼬맹군은 아주 발랄하고 명랑하게 그림과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저는 책을 읽어줄 때,

처음에는 아이의 흥미를 유도하고자, 그리고 탐색력과 상상력을 길러주고자,

텍스트보다 그림을 살펴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그림을 보며

어떤 것을 떠올리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가만히 들어보면 그것도 참 재미있고 깜짝 놀랄만한 유쾌한 일이 종종 생긴답니다.

위에 언급한 "해님, 잘잤어?"처럼요. ^^ 

(이후부터 배고픈 애벌레 책을 볼 때면 항상 헌사페이지부터 짚고 넘어간답니다.

엄마가 깜박하고 그냥 넘기면 다시 되돌아와서 해님을 챙겨주고 시작해요. ^^)

 

애벌레가 배가 고프다고 얘기해주니 애벌레보고 옆에 있는 흙을 먹으래요.

이건 흙인 것 같은데? 라고 했더니 얼른 뒷장을 살펴봅니다.

뒷장에는 뭐라도 애벌레를 배부르게 할 먹거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역시나 여지없이 뒷장에는 맛있는 과일들이 차례로 나타나 있답니다.

 



 

이 부분에서는 과일의 갯수마다 구멍이 뚫려 있어 아이와 함께 손으로 만져보며 탐색하기 좋았어요.

"애벌레가 이렇게 들어가서 이렇게 나왔어", "지금까지 애벌레가 딸기를 몇 개 먹었지?"

하며 손가락과 함께 촉각으로도 그림을 즐길 수 있었지요.

<목요일에는 딸기를 네 개 먹었습니다>를 읽어주기 전에 벌써

"이 딸기는 엄마꺼, 이건 아빠꺼, 이건 재윤이꺼, 이건 애벌레꺼야."

라고 하나씩 딸기를 나눠서 지정해주기도 했답니다.  

 

 

 



 

피클은 호박이라고 하고, 살라미 소시지는 고구마, 체리 파이는 샌드위치라고 하는 꼬맹군.

피클은 슬라이스된 것만 먹어봐서 전체적인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꼬맹군의 눈에는

피클이 호박으로 보였나봐요. 소시지도 마찬가지지요.

잘 먹지도 않지만 어쩌다 먹어도 잘라서 구워진 것만 먹던 꼬맹군의 눈에 소시지가,

색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고구마라는 생각이 들었나봅니다.

맛있는 음식들이 너무 많아서 아빠에게 보는 것마다 사달라고 조르기도 합니다.

"아빠, 재윤이는 초콜렛 케이크가 먹고 싶다"라며 볼에 바람을 넣어 입술을 내밀며 귀여운 척을 해요.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장면을 보면서는

번데기가 쫙 갈라지면서 나비가 나왔다고 알려주었어요.

그랬더니 번데기를 쓱싹쓱싹 반으로 자르는 시늉을 하더라구요.(허걱~)

꼬맹군은 번데기를 쓱싹쓱싹 자르는 시늉을 하고 쫙~ 하며

얼른 뒷장을 펼쳐 화려한 나비로 변하는 장면을 몇번이고 반복했어요.

엄마 생각에 이 번데기가 플랩으로 되어있어서 번데기를 펼치면 나비가 나오는

그런 구성이었으면 어떨까.. 도 한 번 생각해보았답니다.

 

 

결코 부드럽고 선명한 일러스트가 아닌 에릭 칼의 <배고픈 애벌레>.

사과도, 오렌지도 여태 그림책에서 보던 단정하고 부드러운 색감와 모양이 아니어서,

엄마는 처음에 책 선택을 할 때 좀 꺼렸다지요.

이 그림을 보고, 아이가 이걸 사과로 알아볼까? 이걸 오렌지라고 알아볼까?

꼬맹군의 머릿속에 저장된 오렌지 이미지와 다르다고 동일시를 느끼지 않고

책에 흥미를 가지지 않게 되지 않는 건 아닐까? 별생각을 다 했답니다.

책 주문을 하면서도 몇 번이나 고민하다, 결국은 그냥 장바구니에만 넣어두고 넣어두고 했던 에릭 칼.

역시 만나보길 정말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꼬맹군이 이런 자유로운 그림과 강렬한 색감도 좋아한다는 걸 알게 해준 책이었어요.

에릭 칼. 아직도 단정한 그림을 더 좋아하는 엄마에겐

왜 그리 열광적인지 완전히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맞나?" 라는 생각에서 "정말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맞네!"

라는 생각으로 변하게 되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