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모드 방튀라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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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줄거리 (스포일러 없음)✨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사랑에 빠져 있다. 내 남편과 사랑에 빠져 있다.”



남편과 ‘항상’ 사랑에 빠져있는 귀여운 주인공이 남편에게 집착하며 겪는 일주일 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은 남편의 사랑을 확인해야 하고, 무심한 태도에 불안해하며, 남편의 진의를 궁금해 한다. 끊임없이 불안해하며 남편의 사소한 행동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로부터 자기 존재를 확인하려고 한다. 점점 더 심해져서 남편과 관계된 수많은 사람들을 품평하고, 자신의 모발의 색을 철저히 숨긴다.

독자는 흥미롭게 읽다가 이 여자의 집착이 우습게도, 안쓰럽게도 느껴진다.

✨잠시 테스트✨

주인공의 집착이 범상치 않다는 점은 친구 부부와의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남편이 주인공을 ‘귤’ 같다고 한 것을 끊임없이 상기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데에서 심화된다.

나도 시험삼아 남편에게 내가 무슨 과일 같은지 물어봤다. 남편의 대답은 “용과”였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화려하고 이국적이며 도저히 무슨 맛인지 알 수 없는데, 막상 열어보면 생각지도 못한 과육이 나오고, 맛은 또 어마어마하지 않단다.

* 주인공은 사실상 이유를 제대로 물어보지도 않는다.

나는 남편의 대답을 들으며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뭐, 맨날 남편이 나에게 하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속았다는 그의 일관적인 맥락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주 맛있는 용과도 함께 먹어봤으므로, 난 탓하지 않는다. 그때 그 용과는 그래도 엄청 맛있지 않았어? 하고 말 뿐이었다. 그리고 남편을 수박으로 비유해주며 나름대로 이유를 부연해준다. 남편은 다소 납득하는 듯 하고, 우리는 즐겁게 드라이빙을 했다. 해보면 참 재미있는 주제였다.

하지만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은 전혀 다르게 진행된다.

오렌지색 옷을 절대 입지 않기로 하고, 실수로 두르고 나온 오렌지색 스카프를 두르게 된 경위가 남편의 생활 습관의 강요 덕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카프에 목이 점점 졸리는 기분을 느낀다. 결국 스카프를 차창 밖으로 버려버린다. 여기서 이 주인공을 특이하고 한심하다고만 생각하면 될까?



✨ 반전 매력 ✨

읽을수록 사실 이 소설은 이렇게 웃고 말 소설이 절대 아닌 진가가 드러난다. 정말이지, 읽다 보면 문득 문득 깊은 공감을 하게 되고, 의외로 보편적인 집착이 만연하다. 주인공이 마냥 바보 천치라서 이토록 남편에게 집착하는 게 아니다. 이 신간소설의 여성이 시대착오적이지도 않다. 묘한 부조리가 사회적이고 보편적이라는 점은 서서히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얼마나 이 주인공을 비웃을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물론 공감하는 정도도 개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 더 큰 반전 ✨

그렇게 이 소설의 묘한 점에 스릴 넘치게 읽다가 에필로그를 읽으면, 나는 부들부들 떨었다. 이 책의 에필로그는 꼭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주인공 이야기를 다 읽고 읽어야 한다. 나는 이 에필로그에 피토하며 공감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다.

이렇게 급 마무리.

사실, 에필로그의 반전에 아직 회복이 덜 되어서 - 시급히 재독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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