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 학대와 트라우마, 죽을 뻔한 일은 어린 시절에 국한된, 단절된 경험으로 끝나지 않는다. 죽을 고비를 넘긴 일레인은 갑자기 많은 것을 극복한 듯하고, 혜안을 얻은 것도 같지만 여전히 미성숙하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 성숙해지는 걸까, 그녀는 어떻게 제대로 살아가는 걸까, 어떻게 입지를 다지는 걸까, 결코 단번에 이뤄내지 못하는 중에 어느새 어른이 된다.
책을 읽고 있지만, 나는 문해력이 한참 떨어진 듯한 기분으로 상념 속에서 페이지를 넘겼다.
일레인에게도 이런 일이, 이런 감정이, 이런 기억이, 그 모든 것을 이런 서술로-
많은 기억이 오버랩되었다.
어린 시절을 많이 기억할수록, 자신을 더 많이 알게 되고 - 그래야 나라는 존재를 침해받지 않게 되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하지만 나는 너무 많은 상처를 잊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은 채, 어딘지 모르는 곳을 둥둥 떠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