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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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읽을 때에도 읽는 것 자체가 강렬한 경험이었지만, 2권은 더욱 진하고 힘들었다. 아마 유년 시절은 거의 잊어서, 중·고등학교와 성인기를 다룬 2권에 감정이입을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기억과 정체성을 탐구하는 <고양이 눈>은 나를 의식의 깊은 곳으로 자꾸 끌어당겼다.



어린 시절의 상처와 기억

감정적 학대와 트라우마, 죽을 뻔한 일은 어린 시절에 국한된, 단절된 경험으로 끝나지 않는다. 죽을 고비를 넘긴 일레인은 갑자기 많은 것을 극복한 듯하고, 혜안을 얻은 것도 같지만 여전히 미성숙하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 성숙해지는 걸까, 그녀는 어떻게 제대로 살아가는 걸까, 어떻게 입지를 다지는 걸까, 결코 단번에 이뤄내지 못하는 중에 어느새 어른이 된다.

책을 읽고 있지만, 나는 문해력이 한참 떨어진 듯한 기분으로 상념 속에서 페이지를 넘겼다.

일레인에게도 이런 일이, 이런 감정이, 이런 기억이, 그 모든 것을 이런 서술로-

많은 기억이 오버랩되었다.

어린 시절을 많이 기억할수록, 자신을 더 많이 알게 되고 - 그래야 나라는 존재를 침해받지 않게 되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하지만 나는 너무 많은 상처를 잊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은 채, 어딘지 모르는 곳을 둥둥 떠다니고 있다.



기억하는 것과 잊는 것

일레인의 오빠 스티븐은 기억하지 못하는 쪽이다.

오빠는 이전의 어렸던 자아를 상기하게 되는 것이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는 듯 말한다. 그가 자신과 관련된 일을 일부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가 잃어버렸거나 잘못 놓아둔 것들이 이제는 오직 나에게만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가 그렇게 많은 것을 잊어버렸다면, 나는 무엇을 잊어버렸는가?

p. 244

하지만, 기억하지 못해도 옛날과 동일하다는 것은, 왠지 섬뜩하다.

변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빠져 가는 머리칼과 감정적으로 걸치고 있는 정장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의 그는 여전히 동일한 사람인 것이다.

p. 244

여성성과 정체성

공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일레인이 여성이고, 애트우드가 여성이기 때문인데, 꼭 그런지는 사실 모르겠다. 애트우드는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페미니즘의 대열에 흔쾌히 합류하는 작가는 아니다. 여성의 연대에 대해서도 미온적이다. 나는 일종의 '마음의 연대'를 믿는 쪽이지만, 민음사 <고양이 눈>의 짧은 해설에도 나와 있다시피, 애트우드는 페미니즘은 너무나 광범위한 단어라서 사실 아무런 의미를 담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그 부분에는 정말이지 공감한다.

여성만이 이해할 수 있을 감성에 강렬한 공감을 느끼지만, 남성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지 여부는 내가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코델리아와의 '우정'은 신선했는데, 모든 여성이 그런 우정의 경험을 나누는 것은 분명 아니다.



결론을 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너무 감상적으로 읽었기 때문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치유와 성장, 용기가 필요할 때 읽으면 좋을 소설이었고, 애트우드의 다른 소설과는 달리 쉽게 읽혀서 또 좋았다.






오빠는 이전의 어렸던 자아를 상기하게 되는 것이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는 듯 말한다. 그가 자신과 관련된 일을 일부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가 잃어버렸거나 잘못 놓아둔 것들이 이제는 오직 나에게만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가 그렇게 많은 것을 잊어버렸다면, 나는 무엇을 잊어버렸는가? - P244

변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빠져 가는 머리칼과 감정적으로 걸치고 있는 정장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의 그는 여전히 동일한 사람인 것이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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