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히 예술은 자기 표현의 절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자기 확신에 가득찬 사람만이 예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편견을 깰 수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자기 감정을 표현하고, 흘러 넘치는 내면의 회복 욕구가 그녀의 그림이 된다. 자신을 드러내는 일과 숨기는 일이 공존하는 그림이 궁금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의 그림을 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나는 일레인의 화가라는 직업이 자꾸 부러웠나보다. 계속 회상하고 있는 일레인의 초연함을 더 숙고했다. 그녀는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든 온전히 자신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그리고, 그리는 일에 대한 단상, 그림은 정말이지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을 완벽히 옮기기가 어려워 타협하게 되는 순간은 고통스럽다. 그래서, 그림이 어려웠다. 무작위에 가까운 그림을 완성이라고 부를 수 없었기에. 하지만, 완벽해야 한다는 그 강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나의 불완전한 표현들을 결코 내놓지 못했던 건, 어떤 자기 검열이었을까.
+ 어른의 역할
어린 시절의 상처는 필연적이라 하더라도, 어른의 역할이 있지 않을까,
최근에도 심각하게 고민했던 문제인데,
누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할까? 가해자쪽 부모가? 피해자쪽 부모가?
어른의 역할이 아이들에게 중요하기나 할까?